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야고보서 4:14)

 어떤 은퇴 목사가 쓴 글에서 후배 목사가 요양 시설에 살고 있는 ‘한 노인이 남긴 낙서’라는 글을 써 놓았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돈 있다고 유세 부리지 말고, 공부 많이 했다고 잘난 척하지 말고, 건강하다고 자랑하지 말고, 뽐내지 마소. 다 소용없다 아이가. 나이 들고 병들어 놓으니 잘난 자나 못난 자나, 배운 자나 못 배운 자나, 너나없이 남의 손 빌려 하루하루 살아가더이다.

 그래도 살아 있어 남의 손에 끼니를 이어가며, 똥오줌도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구려. 당당하던 그 기세, 그 모습이 허망하고 허망하구려. 내 형제 내 식구, 자식만 최고인 양 남을 업신여기지 마시고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식구도 아닌 남들이 어쩌면 이토록 고맙게 해 주는지....”

 위의 글은 양노병원이나, 양로원에 입원한 노인들의 공통적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대소변을 받아 내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장신대에 봉직하고 있을 때, 방학에 부모님을 뵈러 미국에 오면, 선친께서 가끔 양노원에 계시는 친구 장로님들이나 권사님들을 방문하러 가자고 하셔서 갈 때가 있습니다.

 목사 아들이 왔으니까 양노원에서 외롭게, 병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기도를 해 드리라고 요청을 하셨습니다. 토요일이나 주일 오후에 양로병원에 가면, 많은 노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정문 안 쪽 양 옆으로 길게 앉아서 문을 바라다보고 있습니다.

 혹시 내 아들이나 며느리, 딸이나 사위가 손주들을 데리고 오지 않나하고 목을 길게 늘이고 쳐다봅니다. 그러다가 자녀들이나 손주들이 들어오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휠체어를 열심히 굴리면서 나가 맞이합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앉아서 정문 쪽을 바라다 봐도 다른 노인들 자녀들을 오는데, 내 자녀들이 오지 않으면 저녁 황혼 때까지 문을 바라보다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서히 휠체어 바퀴를 굴리면서 쓸쓸하고 섭섭한 눈망울에 눈물이 맺혀 방으로 돌아갑니다.

 양로병원에는 평생을 대학에서 가르치던 교수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노인도, 별 넷을 달았던 대장도, 막대기 네 개 병장도 차별이 없습니다. 과거에 엄청난 돈을 가졌던 재벌급 인사도, 세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어려운 생활을 했던 사람도 모두가 다 똑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위에서 어떤 노인이 쓴 글과 같이, 밥도 남이 떠 주는 것을 받아먹고, 대소변도 남이 치워 줘야 되는 상황에 놓여 있으면 가족들도 오는 것을 꺼려하고, 철없는 손주들은 냄새가 난다고 다시는 가려 하지 않지요.

생로병사(生老病死) 세상에 태어나고, 늙어가면서 병들어 마지막에 세상을 떠나는 것은 아담으로부터 지금까지 인류 역사가 계속 동안 변하지 않은 원칙입니다. 그래도 양로병원에서 100세, 90세까지 살다 가는 이들은 복 받은 사람들입니다. 젊은 나이에 병으로,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 심지어 자살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요.

 우리는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납니다.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고 3 학생들이 대학 입시 준비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결혼할 신랑, 신부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는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려는 사람들은 준비할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정작 우리가 천국으로 이민 갈 준비는 별로 하지 않고 살고 있지 않나요? 정말 중요한 것은 천국으로 이민 갈 준비입니다. 순간순간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실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믿음 생활을 철저하게 해야겠습니다. 살롬.

L.A.에서 김 인 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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