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자 목회자가 설교 중 인권 침해를 비판한 후 당국이 그가 목회하는 교회를 폐쇄하면서, 종교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국제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탄자니아의 '그리스도의 영광 교회'(Glory of Christ Tanzania Church) 조세파트 과지마(Josephat Gwajima) 주교는 지난 6월 1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최근 증가한 납치와 실종 사건에 대해 공개 비판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한 7일간의 기도운동"을 선포했다.

스와힐리어로 '부활과 생명의 집'(Nyumba ya Ufufuo na Uzima)으로도 알려진 이 교회는 전국적으로 2천 개 이상의 지부와 7만 명 이상의 신자를 보유한, 대표적 오순절교회 중 하나다.

과지마 주교는 여당인 탄자니아 혁명당(Chama Cha Mapinduzi, CCM) 소속 의원임에도 사미아 술루후 하산(Samia Suluhu Hassan) 대통령의 인권 탄압에 대한 공개 비판을 이어 온 인물이다. 그는 문제가 된 설교에서 케냐와 우간다 출신 인권운동가들이 다르에스살람에서 체포돼 고문당한 뒤 강제 추방된 사건을 비판하며, "국민은 깨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그가 그 같은 설교를 한 다음 날 종교단체등록법(Societies Act) 제337조를 근거로 해당 교회를 공식적으로 등록 취소하고 강제 폐쇄했다. 과지마 주교가 정치적 내용을 담은 설교로 교인들을 선동하고 '공공 신뢰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이에 교회 측은 고등법원에 두 차례 가처분 신청을 시도했으나, 첫 번째는 서류 오류로 반려됐으며, 현재 다르에스살람 본당은 경찰이 출입을 통제 중이다. 입구에는 진압 장비 차량까지 배치됐다.

이 교회 교인들은 개인 가정에서 모임을 이어가다, 현재는 키마라 코로그웨(Kimara Korogwe) 소재의 탄자나이트 사회홀로 장소를 옮겨 예배를 드리고 있다. 지난 7월 6일에는 일부 교인들이 참석한 탄자니아 복음 루터교회 주최 연합 기도회에도 경찰이 배치됐다.

루터교 카라그웨 교구의 벤슨 바곤자(Benson Bagonza) 주교는 5월 8일, 납치·살인에 대한 공개 비판 후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7월에는 기독교 생명교회(Christian Life Church)도 영적 예배 명목으로 교인들에게 금전 요구했다는 이유로 강제 해산됐다.

영국의 인권단체 세계기독연대(CSW)는 이번 폐쇄 조치에 대해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부당한 행위"라며 비판했다. CSW 스콧 바워(Scott Bower) 대표는 "탄자니아 정부는 종교단체 등록 제도를 비판적 목소리를 억누르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과지마 주교의 교회 폐쇄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자니아는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야권 인사들과 활동가들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 4월에는 야권 유력 인사인 툰두 리수(Tundu Lissu)가 선동 및 반역죄로 체포돼 재판 중이며, 그의 지지자와 외국인 인권운동가들이 탄압 대상이 되고 있다.

하산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는 정치 집회의 재개 등 개혁적 움직임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외국인 추방, 활동가 체포, 언론 통제 등 강경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