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와 마트에 갈 때마다 갈등을 겪는 부모가 있다. 부모는 세일 품목을 고르는데, 자녀는 가격은 안중에도 없이 유기농 식품만 집는다. 특정 브랜드의 신발, 강아지 사료까지 유기농이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모가 고른 음식에 불만 없던 아이는, 틱톡과 유튜브로 온갖 소비 지식을 접한 이후 ‘기준’이 생겼다. 문제는, 소비 기준은 생겼지만 재정 감각은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
그렇다면 자녀의 재정 교육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틱톡과 유튜브로 소비는 배우지만, 빚과 크레딧, 세금은 모른다. 미국의 10대 중 5명 중 1명은 기본적인 금융 이해조차 부족하다. 한인 커뮤니티는 어떤가? 높은 교육열, 뛰어난 지능에도 불구하고 재정 교육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단체가 있다.
와이즈 캘리포니아 파이낸스의 문선영 대표는 한인 부모들도, 한인 자녀들도 재정에 대한 잘 모르고 있다며 한인 커뮤니티가 교육열도 높고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더 성장하기 위해는 ‘재정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문 대표는 2015년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재정캠프를 열게 되었다. 팬데믹 때 잠시 공백기를 거쳐 올해로 8회째 개최되는 재정캠프는, LA와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서 개최되어 왔으며 2023년부터는 ‘청소년 재정 사관학교’라는 제목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올해는 7월 30일(수) LA 와이즈 캘리포니아 파이낸스(Wise California Finance, 에퀴터블 빌딩 14층 ) 오피스와 7월 31일(목) 브레아 지역 커뮤니티 센터(695 Madison Way Brea CA 92821)에서 진행된다.
캠프의 대상은 틴에이저(13세-19세)이지만 대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다. 문 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자녀들뿐 아니라 부모님의 참석을 적극 권유했다. 그 이유는, 부모님들이 같이 재정에 대해 알아야, 틴에이저들이 그들의 재정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실행하려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캠프를 시작한 계기는?
“첫번째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부모님들도 재정에 대해 모른다. 부모님이 모르니 자녀들에게 가르치지 않는다. 특히나 한국 문화가 아이들에겐, ‘돈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잘해라’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어릴 때부터 재정 교육이 필요한데, 부모가 하지 못하니 누군가가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번째는, 자녀들을 키워서 의사 시켰더니, 병원 소유주는 유대인이고, 변호사를 시켰더니 로펌 소유주는 유대인이 경우가 많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해서 말씀대로 배우기 때문에 이렇게 차이가 난다. 한인들이 뛰어난 지능, 높은 교육열을 지니고 있는데 한인 커뮤니티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재정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들었던 학생이 다시 들으러 오는 경우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참가비를 받는 이유는 무료로 했을 때,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강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데, 점심과 가방, 텀블러 같은 기념품을 나눠준다. 5개 강의가 영어로 진행된다. 참가비는 $100이지만, 강의는 $100만 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저희 모토는 ‘세상의 모든 아이 하버드는 못가도 백만 장자로는 만들 수 있습니다’이다. 그게 가능하냐? 가능하다. 빨리 시작할 수록 백만장자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 기반을 갖추게 도와주는 강의이다.”
문 대표는 청소년 재정 사관학교의 강의에서 다루는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예를 들면, 크레딧 카드를 쓰기 전에 알아야 하는 빚의 개념, 자산의 개념, 크레딧 카드 활용법, 크레딧 쌓는 법, 복리 저축 원리, 세금과 투자의 원리, 버젯팅, 그리고 케이스 스터디를 한다.”
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이들이 많이 바뀐다. 빚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잡히고, 용돈을 받으면 저축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텍스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아이들이 변화된 모습에 부모님들이 많이 놀라신다. 저희가 부모님의 참석을 권유하는데, 부모님이 오셔서 같이 들어야 아이들이 재정적 목표를 세울 때,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캠프에는 투자 전문가, 뱅커, 재무 담당자, 재정 교육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내용이 재미있다보니,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아이들도 끝날 때쯤 되면 집중해서 듣는다. 또, 아이들이니까 할 수 있는 엉뚱한 질문들을 하기도 한다.”
재정관련된 일을 하시게 된 계기는?
“저도 돈에 대해서 몰랐다. 영화평론을 전공하고 영화사, 영화 수입 배급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개인 재정에 대해서 점검을 받아 본적이 없었고 돈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영화이론을 전공하고 영화 관련 전문가이니, 영화관련 사업을 했던 것이기 때문에 아주 엉성한 비즈니스였다. 그러다 재정 세미나를 한번 참석했는데, ‘내가 돈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구나’를 알게 됐다. 그런 무지한 상태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 재정에 대해 공부했는데 너무 재미 있었다.”
문선영 대표는 크리스천을 위한 재정교육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 언급하며, 자녀 세대에는 재정에 대한 관점이나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경에는 청지기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는 청지기로서 포도밭을 잘 경작해야 제물이 쌓이고 복을 받을 수 있는데, 돈을 우상화한다는 염려 때문에 재정 교육이 배제되었다. 하나님이 주신 것을 우리가 경작해야 하는데, 어떻게 경작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교회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성도들의 재정 문제이다. 금기시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교회는 자본이 없으면 운영이 안된다. 교회 본체를 세울 수 없다. 한국 교회에서는 자본이나 돈의 문제를 배척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재정관’이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것이 딜레마이다. 이런 부분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다.”
문 대표는, 2013년 처음 재정 세미나를 듣고 썼던 칼럼 내용을 인용하며 재정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함을 강조했다.
“처음 재정 세미나를 듣고 굉장히 놀랐다. 당시 한국일보에 ‘돈에 대해 배척만하고 비판만 할 줄 알고, 어떻게 참여하고, 어떻게 바꿔가야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에서, 제가 무책임한 어른이였구나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는 내용으로 칼럼을 썼다. 그리고 내가 재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내 자녀 세대에서는 바뀌어 질 수 있겠구나, 또 기독교 안에서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씨앗을 뿌려야지 포도나무가 열린다. 포도나무를 준다 하더라도 그것을 경작할 줄 알아야 한다. 주님께서 허락하신 많은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을 누가 경작하는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많은 크리스천 고객들이 오셔서 미래 소원이 선교라고 하신다. 그런데 선교를 위한 재정적인 준비는 하나도 안 하고 계신다. 그냥 막연히 그분께서 길을 열어 주실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만한 노력을 할 것이다. 누구는 준비를 해도 되고, 누구는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자격이 있겠는가.”
문 대표는 마지막으로, ‘재정관리’는 현실과 이상이 일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어떤 모임에 갔다. 서로 소개하는 시간인데, 일어나서 소개하는 게 아니라, 질문 10개를 줬다. 8번째 질문이, ‘본인이 하고 싶은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많은 분들이 선교라고 썼다. 10번째 질문이, 지금 100만불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이었다. 세계여행든지, 집을 사겠다든지, 8번 째 질문의 답변과 일치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재정관이 없으면, 돈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 돈을 계획대로 쓰지 못하고, 당장에 원하는 것을 위해서 쓰게 된다. 본인이 소망하는 것은 선교인데, 돈이 100만불 주어진다면 세계여행이나 집을 사겠다고한다는 것이 저는 대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현실과 이상이 맞지 않는다. 그것을 일치시켜 주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일치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교육이 잘 들어가야 한다.“
문의: 626 827 9599, symoonmoneytalk@gmail.com
유튜브 채널: 문선영의 머니토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