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5%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은 미국의 관세 압박 완화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 간의 무역 갈등이 다시금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월 9일로 예정된 미국의 '상호 관세' 발효 시점이 임박한 가운데, 유럽 각국은 협상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불안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 일정 부분 호응하면서도, 관세 철회를 조건으로 내걸며 공개적으로 무역 전쟁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 직후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국방비를 더 내라고 하면서 동시에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은 모순"이라며 "동맹국 간에는 진정한 무역 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또는 강화된 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도 같은 입장이라며 유럽 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요청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미국에 부과된 고율 관세의 철회나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NATO 유럽 회원국들이 국방비 확대에 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 철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여전히 강경하다. 

그는 EU를 "미국을 착취하기 위해 설계된 조직"이라며 비판해 왔고, 지난달에는 대EU 상호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최대 50%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이 방위비 확대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끔찍하다. 두 배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언급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시사하기도 했다. 

협상의 주체가 개별 국가가 아닌 EU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EU 전체를 상대로 관세 압박을 이어갈 가능성도 크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나토 정상회의 직후인 6월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미국과의 관세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 멜로니 총리 등과 함께 EU 집행위원회에 조속한 대미 협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메르츠 총리는 "미국과 400~600개 규정을 일괄적으로 협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자동차, 화학, 제약, 기계공학, 그리고 철강·알루미늄 분야에 대해 선별적이고 신속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