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과 웨일스에서 조력자살 합법화 법안의 3차 독회가 예정된 가운데, 이들 반대하는 시민운동가들은 조력자살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상황을 언급하며 거듭 우려를 제기했다.
네덜란드 당국이 최근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2024년 조력자살 건수는 전년대비 10% 증가했다. 조력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약 1만 명 미만으로, 이는 전체 사망자의 5%가 넘는 수치이자 조력자살이 합법화된 2002년 이후 최고치다.
네덜란드에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받으며 개선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 조력자살을 허용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말기 질환이 아닌 정신 질환 환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조력자살 사례의 대부분은 여전히 말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지만, 정신 질환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정신 질환으로 조력자살을 선택한 사람이 2010년에는 단 2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138명, 2024년에는 219명으로 계속 증가해 왔다.
이와 관련, 네덜란드 지역 조력자살 검토위원회(RTE)는 "의사들은 정신 질환이 있는 환자에 대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하며, "안락사에 동의하기 전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제3자의 의학적 소견을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RTE는 "의사는 이러한 환자들을 위해 항상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는 의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신념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네덜란드에서는 제대로 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조력자살을 시행한 사례가 6건이나 발생했다. 한 사례의 경우, 의사가 강박적 욕구를 가진 여성에게 정신과 의사와 상의 없이 조력자살을 허용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와 더불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30세 미만의 청년들이 조력자살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암스테르담 대학의료센터 정신과 교수인 다미안 데니스(Damiaan Denys) 박사는 "아직 뇌가 발달하고 있는 나이의 사람이 스스로 죽고 싶어하는지, 삶이 절망적이고 장래성이 없는지, 모든 치료가 이미 다 끝났는지 어떻게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가?"라며 이러한 추세를 비판했다.
영국과 웨일스에서 조력자살 합법화를 반대하는 운동가들은 해당 법안의 2차 독회에서 "과거 법안에서는 조력자살에 대한 승인을 '고등법원 판사'가 하도록 규정했으나, 이후 이것을 '전문가 패널'이 하도록 변경되면서 안전 조치 조항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정신 질환과 섭식 장애가 있는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