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미국 의사당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 등 과거 우리나라에 와 복음을 전한 미국 선교사들의 이름을 거명했다. 이들의 헌신과 노력에 의해 전해진 '자유와 연대의 가치'가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가 되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i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이란 제목의 40분 분량의 영어 연설에서 시종일관 '자유'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현대 세계사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라며 한·미동맹의 성공을 높이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서 1882년 수교에서 시작된 140년의 한미 양국의 교류와 협력, 그리고 동맹의 역사를 되새겨보고자 한다"며 먼저 19세기 말 한국에 온 미국 선교사들을 언급했다. 호러스 언더우드(Horace Underwood), 헨리 아펜젤러(Henry Appenzeller), 메리 스크랜튼(Mary Scranton), 로제타 홀(Rosetta Hall) 등 초기 미국 선교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이들이 학교와 병원을 짓고 여성 교육에 힘쓴 사실을 상기시켰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가 된 '자유와 연대의 가치'는 19세기 말 미국 선교사들의 노력에 의해 우리에게 널리 소개되었다"며 "그 후 우리 국민의 독립과 건국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메리 스크랜튼, 로제타 홀 등 여성 선교사들이 "한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들이 교육, 언론,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 활동에 진출하는 기반을 닦아주었다"며 여 선교사들의 헌신을 칭송했다.

올해는 한국과 미국이 동맹관계를 맺은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과 미국은 6.25 전쟁이 끝난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이는 미국이 아시아국가와 맺은 최초의 동맹이란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며 130여 년 전 한국에 와 복음·교육·의료 선교사역에 투신한 미국 선교사들의 이름을 거명한 건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특히 선교사들에 의해 전승된 기독교 정신이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가 됐다고 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미국 사회에도 큰 울림이 될법하다.

한국교회연합은 1일 발표한 성명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호러스 언더우드, 헨리 아펜젤러 등 초기 선교사들을 거명한 것은 미국 선교사들이 전한 복음과 기독교적 가치 즉 '자유와 연대'가 한국사회를 변화시켰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에 방점이 있다"며 "이번 미국 국빈 방문이 두 나라 사이의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한미 동맹을 든든한 초석 위에 세우는 역사적인 결실로 나타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의회 상·하원에서 합동연설을 한 건 이승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이 7번째다. 그런데 미 의회에서 연설한 역대 대통령 중에 미국 선교사들을 언급하며 그들에게 헌신에 경의를 표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6.25 전쟁 직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우리나라 첫 대통령이다. 그는 1954년 7월 28일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6.25 전쟁에 함께 싸워준 미국에 감사를 표하며 한·미동맹의 위대한 가치를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도중 "우리는 우리의 계곡과 산에서 미국과 한국 군인들의 영혼이 함께 하나님께로 올라갔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전능하신 하나님이시여, 우리가 그들의 기억을 소중히 하오니, 그들을 받아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해 큰 감동을 줬다.

윤 대통령도 69년 전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같은 자리에서 했던 것처럼 6·25 전쟁을 언급하며 미국의 도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많은 미군이 희생됐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연설 도중 그 자리에 참석한 6·25 전쟁 영웅 고 윌리엄 웨버 미국 예비역 육군 대령의 손녀를 직접 소개하며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하자 상·하원 의원들의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윤 대통령은 5백여 미 상·하원 의원들 앞에서 46번이나 '자유'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자유의 가치'의 소중함을 역설하며 19세기 한국에 온 미국 선교사들에게 서 그 연결고리를 찾은 건 역대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기독교적 통찰력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9일 부활절연합예배 축사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정신이 다 성경에 말씀에 담겨 있고 거기에서 나온다"고 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 성과 중 한국교회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