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야곱이 세일 땅 에돔 들에 있는 형 에서에게로 자기보다 앞서 사자들을 보내며 그들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너희는 내 주 예서에게 이같이 말하라 주의 종 야곱이 이같이 말하기를 내가 라반과 함께 거루하며 지금까지 머물러 있었사오며 내게 소와 나귀와 양 떼와 노비가 있으므로 사람을 보내어 내 주께 알리고 내 주께 은혜 받기를 원하나이다 하라 하였더니 사자들이 야곱에게 돌아와 이르되 우리가 주인의 형 에서에게 이른즉 그가 사백 명을 거느리고 주인을 만나러 오더이다"(창 32:3-6)

20년 동안 하란에서 타향생활을 하였던 야곱은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고 고향 땅 가나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야곱의 귀향은 즐거움보다는 오히려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 것이었다. 형 에서와의 갈등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쁘게 지내느라 잊고 있었던 에서와의 갈등이 귀향길에 오르자 다급한 현실로 부각된 것이다. 성경에 나와 있는 표현 그대로 그의 마음은 심히 두렵고 답답하였다(창 32:7). 형 에서와의 갈등 문제는 고향으로 돌아 오는 야곱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불가피한 과제였다.

왜 야곱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마음이 두렵고 답답했을까? 그것은 그가 형 에서와의 관계를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우선적 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성경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인간과의 관계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수께서 제단에 제물을 드리기 전에 형제와 화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신 것도 그 때문이다(마 5:23-24). 하나님과의 관계는 신앙의 보이지 않는 원리라면, 인간과의 관계는 그런 신앙의 원리가 보이도록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창세기 32장은 야곱이 20년 동안 누적된 형 에서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였는지를 자세하게 보여 주고 있다.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은 하나님 손에 달려 있지만, 그런 결과가 있기까지 야곱은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실천한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통하여 일하는 분이시다. 야곱이 계획을 세워 추진한 화해 전략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자신의 화해 의사를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는 사신들을 통하여 형에게 자신의 화해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야곱은 거기에서 자신을 에서의 '종'(32:4)이라고, 에서를 자신의 '주'(32:5)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형이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하였다(32:5).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긴 근본적 원인은 장자권 문제였다. 야곱은 형의 배고픔을 이용하여 장자권을 사 버렸을 뿐 아니라, 속임수를 써서 아버지 이삭에게서 장자의 축복을 가로챘었다. 그런 야곱이 형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자신의 우월적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그것은 야곱이 지난날 속임수로 장자의 권한과 축복을 가로챈 자신의 잘못을 정중하게 사과한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야곱은 겸손한 자세로 형과 화해할 뜻을 정확히 전달하였다.

그러나 야곱의 적극적인 화해 의사에도 불구하고 에서의 마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400명의 군대를 거느리고 야곱을 만나러 길을 떠났다. 그런 사실을 전달받은 야곱은 첫 번째 전략이 실패하였음을 간파하였지만, 거기에서 실망하지 않고 보다 실제적인 제2의 화해 전략을 세웠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