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한남대 총장
 김형태 한남대 총장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삼십 살에 확고히 섰으며, 사십 살에는 미혹됨이 없었고, 오십 살에는 천명을 알았으며, 육십 살에는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칠십 살에는 마음에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이 내용은 「논어」위정편에 들어있는 말이다. 현재 평균 수명으로 보면 40-50대가 일생의 중앙값이다. 이는 만나는 환경의 유·무익과 선악미추(善惡美醜)를 분별할 수 있는 연령이다. 공자도 이 세대를 "유혹에 휩쓸리지 않고 하나님의 기대와 자기의 소명을 이해하는 때"라고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40-50대의 삶은 아름다운 삶이어야 한다. 값지고 자랑스러워야 한다.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삶을 관조·검토·계획해야 하는 고비요, 등산으로 말하면 올라갔다가 조금 쉬고 내려와야 하는, 산 정상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40-50대는 아름다운 시기이다. 인생을 슬프게도 기쁘게도 살 수 있다. 누군가가 불러준다면 여유를 갖고 되돌아볼 수도 있는 때이다. 앞만 보고 살아온 인생은 참으로 슬프고 힘들고 안타깝다. 불쌍하면서도 눈물 나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이다.

우리 인생을 생각하면 40-50 이후는 정말 힘차고 아름다워야 한다. 후회하지 않는 인생, 원없는 인생, 나의 인생은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 것이다. 내가 책임져야 하고, 뒤돌아봐도 후회하지 않는, 즐거운 인생이어야 한다. 누군가가 뒤에서 불러준다면 따라가고 싶은 인생, 그런 날도 있을 것이다. 별이 뜨는 밤 누군가와 단 둘이 앉아 담소를 나누며, 얼굴 마주보고 따뜻한 커피 한 잔 나누고 싶은 날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들한들 부는 바람에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나이이다.

그러나 40-50대는 허약하기만 한 인생이 아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강하고 담대한 나이이다. 인생에 있어 40-50대는 크게 펼쳐 볼 나이이다. 그냥 앉아 상처만 받기엔 아까운 나이이다. 앉아서 지난날을 후회하기엔 살아온 세월이 너무 아까운 나이이다. 40-50대면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아련한 추억이 생각나듯이,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회상의 시기이기도 하다. 젊음을 보상받고 싶은 인생, 아직은 늙지 않은 몸과 마음이다. 각자가 원하는 일을 후회하지 않도록 과감히 밀고 나갈 수 있는 나이이다.

40-50대에 원하는 게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여기서 중단하고 말면 당신은 젊음을 잃고, 몸과 마음이 벌써 늙은 것이다. 그러면 영원히 후회할 것이다. 후회를 채 느끼기도 전에 인생의 종착역에 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아직도 젊고 당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당신의 인생은 멋있고 값진 것이다. 40-50대의 멋진 인생을 펼쳐보기 바란다. 청춘을 돌려달라고 외칠 수 있는 나이이다.

당신 곁에는 항상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곱게 늙어가는 사람을 만나면 세상이 참 고와 보인다. 늙음(老) 속에 낡음(汚)이 있지 않고 도리어 새로움이 있게 하라. 곱게 늙어가는 사람은 낡지는 않는다. 늙음과 낡음이 글자 모양으로는 불과 한 획의 차이이지만, 그 뜻은 정반대일 수도 있다. 늙음이 곧 낡음이라면 '삶'은 곧 '죽어감'일 뿐이다. 늙어도 낡지 않는다면 삶은 날마다 새롭고 감탄일 수 있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더욱 더 새로워진다. 더 원숙한 삶이 펼쳐지고 더 농익은 깨우침이 다가온다.

늙은 나이에도 젊은 마음이 있다. 늙었으나 새로운 품격이 있다. 반대로 젊은 나이에도 낡은 마음이 있다. 젊었으나 고루한 인격이 될 수 있다. 겉은 늙어가도 속은 날로 새로워지는 것(고후 5:17)이 아름답게 늙는 것이다. 늙음과 낡음은 삶의 미추(美醜)를 갈라놓는다. 누구나 태어나면 그날부터 늙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만은 낡지 않아야 한다. 곱게 늙어간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거듭거듭 새로워지는(日新又日新) 것은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마음을 새롭게 바꾸어 보자. 늙어가는 나이일수록 인생의 장중함을 나타내야 한다. 원숙해지는 인생, 마치 선인장 꽃이 연륜이 더할수록 그 자태가 더욱 예쁘고, 그 향기가 더욱 그윽한 것과 같다. 세월을 잡아둘 수는 없다. 그러나 인생이 더욱 원숙해질 수는 있다. 세월에 끌려가지 말고 세월을 이끌고 갈 수는 있다. 그렇게 할 때 부러운 40-50대가 될 것이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