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
(Photo : 기독일보) 민종기 목사

소위 “멘붕”이란 이런 것이군요. 고국은 슬픔과 허탈감으로 정신적 붕괴상태에 있습니다. 이민사회도 충격이 큰 것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세계의 정치지도자들과 종교인들이 위로를 전하고 있어도, 그 슬픔은 쉽게 잊혀질 것 같지 않습니다. 476명의 탑승인원 중에서 174명의 구조된 인원에는 더 이상 변화가 없고, 나머지 승객의 반 이상이 이제 실종자에서 속속 사망자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노란 리본을 달고 기적을 기대하건만 온 국민의 소망과 기원은 응답이 없습니다.

기가 막힌 노릇은 우리의 많은 자녀를 어른들의 잘못으로 잃어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제자들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단원고 교감선생님은 삶을 불명예로 알고 자결을 택했습니다. 수백 명의 생명을 구하기는커녕, 먼저 배를 탈출한 선원들 전부는 생명을 유기한 죄로 형사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몇 사람 처벌함으로 결코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려면, 우리는 우리의 시대를 세월호 사건 이전과 사건 이후의 역사로 분명하게 차별화시켜야 합니다.

세월호 사건은 경제적 부흥이 국격(國格)을 높이는 것이 아님을 절실히 보여준 것입니다. 이는 지도자의 무책임의 결과가 어떠한지를 극명하게 알려준 사건입니다. 이것은 국가의 경영이나 관리가 얼마나 허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이는 이기적인 재물에 대한 탐욕과 욕망이 무죄한 후대를 얼마나 희생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이는 비상시에 필요한 매뉴얼이 반복되는 관행과 특혜로 인하여 얼마나 무력하게 버려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건입니다.

이민 사회의 동포들도 가슴이 미어지니, 고국의 상황은 집단 우울증을 겪는 것 이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픔과 고뇌가 깊을수록 우리는 냉정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개인적인 처벌의 차원에 머물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점은 개인의 처벌이나 화풀이, 감정적인 카타르시스의 대상을 찾는 심리적 투사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탐욕스런 공동체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관행과 제도라는 집단적인 악(collective evil), 구조적인 죄(structural sin)로 정착되어서 오랜 동안 우리 안에 머물게 된 사회적인 죄악(social sin)의 열매인 것입니다.

탐심은 우상숭배(골 3:5, 엡 5:5)입니다. 돈이라면 안전문제도 뒷전에 던져버린 오랜 관행의 뒤에는 흑암의 권세의 유혹이 있습니다. 악령의 유혹은 개인적일 뿐만 아니라 집단적입니다. 죄는 종종 개인뿐 아니라 집단적, 제도적, 사회적인 행태를 가집니다. 가장 뒤에 숨어있는 사탄은 우리와 조국을 세뇌시킨 돈에 대한 탐욕과 우상숭배로 우리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승객을 버리고 도망하는 세월호 선장은 바로 내 마음에 있습니다. 크고 작은 차이일 뿐, 세월호를 둘러싼 악의 메카니즘은 바로 우리 공동체 안에 있는 탐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는 어디에도 떠다니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이 시대의 모든 지도자들, 내 안에 있는 무책임한 선장을 찾아내어 내어보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