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한인장로교회 김호환 목사
(Photo : ) 시애틀 한인장로교회 김호환 목사

우리 교회 집사 중에 영어로 "구세주 예수"(Jesus to the rescue)라고 하는 글이 붙어 있는 모자를 늘 쓰고 다니는 집사님이 있다. 그는 현재 몸이 불편해서 일정한 직업이 없이 집에서 쉬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그의 하루 일과는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워싱턴대학에서 호수를 가로질러 커크랜드(Kirkland)로 가는 버스를 타는 일로 시작한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호수 건너 편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처다보며, 호수의 아침공기를 마시는 단순한 목적 때문이다.    

아침 운동겸, 버스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 아침식사를 집에서 하고, 그 다음은 교회에서 풀을깍기도 하고, 교회 안밖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정리하고 나면 점심시간이 된다. 한번씩 그는 목사인 나와 함께 점식식사를 가는 것이 오직 유일한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그럴 때마다, "목사님, 내가 은혜를 갚을 수는 없고, 교회 청소나 열심히 할께요!" 그가 내게 던지는유일한 말이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그 집사님은 잠시도 쉬지 않고 또 다른 버스를 타고 버스여행겸 운동을 계속한다. 장애인 증을 가지고 있는터라, 그의 버스표는 약간의 돈만 지불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전천후 프리패스용이다.

그는 지난 몇 년간의 버스여행으로 호전 된 건강 때문에 나에게도 버스여행을 자주 권한다. 누구보다도 나의 건강을 염려해주는 배려에서 나오는 충정이다. 그렇게 돌아다닌 것 때문에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금방 잠에 꼴아 떨어지고, 정신없이 몇 시간을 자고 나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 된다.    

그런데 그가 이상하게도 요즈음은 평소 때 쓰고 다니던 골프용 모자를 벗어 던지고  "구세주 예수"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다닌다. 내가 왜 그것을 쓰고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생각 밖의 엉뚱한 대답을 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쓰고 다닌다는 것이다. 실인즉, 늘 쓰고 다닌던 골프용 모자를 쓰고 다니던 그를 혹이 괴롭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몸도 불편하게 보이고, 그리 단정하지 못하게 보여서인지,  때로는 십대 아이들이 그에게 집적대며 헤꼬지를 한단다. 길을 걷고 있는 그를 보면, 와서 담배를 달라고 요구하거나, 괴롭히거나 혹은 차를 타고 가면서 뒤에서 큰소리를 지르고 간다는 것이다. 아직도 걸음이 약간 불편한 그를 보며서 사람들은 그가 술에 취해 있거나, 혹은 마약을 한 홈레스로 여겨 그에게 불편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그의 기도를 들은 하나님은 그에게 한 좋은 선물을 주셨다. "구세주 예수"라고 쓰여진 모자를 교회에서 발견한 것이다. 야유회 때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모자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 모자를 쓰고 다닌 이후로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한 번은 길을 가는데, 십대 아이들이 길을 가는 자기에게 담배를 달라고 집적거리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아이가 그에게 말하기를, "그 사람 예수쟁이야, 그 모자의 글을 봐!"라고 말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더니 자신을 집적거리던 아이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자신을 피해 가더라는 것이다. 이제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항상 마운트레이크(Mountlake)에 있는 우리 교회에서 에드먼드(Edmond)의 집까지 하루에도 몇 번이고 걸어서 왕복하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그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그의 머리에 "구세주 예수"께서 계시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역 경찰들도 그를 알아보고 언제나 손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이미 그는 "구세주 예수" 때문에 구원을 받은 유명인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