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
(Photo : 기독일보) 민종기 목사

예수님에 대한 기록은 하나가 아니라 넷입니다. 사복음서 기자가 예수님을 여러 관점에서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구원의 복음을 전하여 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마태는 왕의 관점에서, 마가는 종의 모습으로, 누가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관점에서, 그리고 요한은 예수님이 하나님이라는 관점에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구원의 복음을 가져오신 예수님을 복음서 기자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잘 이해하도록 성령의 인도하심을 통해 적은 것입니다.

구약성경에 기록된 역사도 각기 다른 눈에 의해 적혀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일한 유대인의 역사를 두 눈, 즉 두 시각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이처럼 역사를 보는 방식을 우리는 사관(史觀), 역사적 관점(historical perspective)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모든 역사를 있는 그대로의 풍성함으로 그대로 보시지만, 우리 사람은 모든 역사의 의미를 총체적인 관점에서 조망하지 못합니다. 사람은 수많은 역사적인 관점을 총체적인 시각에서 보기 어렵고, 현상으로 나타난 것을 단순화한 시각을 가지고 조금 안다는 것입니다.

성경의 기자들은 따라서 하나님이 역사적인 배경을 통하여 주신 계시를 성령의 깨달음을 통해 주신 관점으로 역사를 읽었고 또한 기록했습니다. 구원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첫째 사관이 ‘신명기적 관점’ 즉 ‘신명기 사관’입니다. 모세는 율법서를 하나님으로부터 받으면서 거듭하여 반복하기를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고 그 규례와 법도와 명령을 따르면 형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신명기에서는 이러한 말씀의 순종에 대한 다짐을 거듭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신명기를 통해서 나타난 관점은 후대의 모든 역사책에 규범이 됩니다.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 상하, 열왕기 상하가 이러한 신명기적 관점에서 기술된 역사입니다. 이는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지킴으로 복을 받고 말씀을 어김으로 저주를 받는다는 관점입니다. 이 사관은 ‘범죄-심판-회개-구원-범죄’의 순환이 계속되는 선민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두 번째 사관은 역대기 사관입니다. 역대기 상하와 느헤미야, 에스라는 포로 이후에 돌아와서 다시 이전의 역사를 기술한 것입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 역대기의 관점인데, 이는 다윗 왕조가 멸망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총독과 제사장이 다스리는 시대에 하나님의 백성의 일체감과 믿음의 전달을 위해 역사를 재해석한 것입니다. 역대기 상하는 따라서 신명기 사관이 가진 왕조 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다윗과 솔로몬에 의하여 세워진 성전을 중심으로 한 역사가 기술되고 있습니다. 국가는 멸망하고 왕조는 해체되었으며, 민족과 신앙만이 존재하고, 그 민족은 여전히 제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습니다. 포로기 이후의 시대에 적혀진 역대기는 당시의 삶의 현장에서 가장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남조 유다 중심, 성전 중심으로 기술됩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전자가 왕조사를 중심으로 선지자적인 관점의 역사라면, 후자가 성전을 중심으로 한 제사장적인 관점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기초는 하나님의 계명을 어겨서는 아니 된다는 것입니다. 회개하고 돌아오는 사람과 공동체에게 하나님이 다시 은혜를 베풀어주신다는 것입니다. 이 근본적인 주제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백성들을 향하여 다시금 영적으로 돌이켜, 왕조가 있거나 없거나 변함없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으로서 세워진 왕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맡기신 역할을 부분적으로 행하면서도 실책을 범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제 왕조가 사라지고 난 후,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을 이제 영원한 왕으로 모시고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바벨론 유수에서 돌아와 총독과 제사장의 통치 시절을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백성들의 생각은 다윗의 후손에게서 날 영원한 왕, 메시야, 하나님의 아들의 구원을 바라게 됩니다.

놀랍게도 구약시대에 오랜 동안 예언된 지도자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오신 메시야 예수 그리스도는 유대 민족에게 환영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분명히 “유대인의 왕”이셨으나 탐욕스런 제사장과 정치적인 독립을 원하던 당시의 열심당원들도 그를 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백성에게 버림받은 왕은 세계 속에서 인정을 받았으며, 수많은 이방인이 그를 만왕의 왕, 만주의 주로 모시며 구약교회를 잇는 신약교회가 되었습니다.

영원한 왕조가 세워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심판의 날까지 교회는 그의 직접 통치를 준비하고 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이 관점으로 세상의 역사를 조망하며 교회사를 조망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역사 읽기, 역사 바르게 보기와 분리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역사를 보는 눈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