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세 목사
(Photo : 기독일보) 박모세 목사

얼마 전에 처음 듣고 큰 감동을 받았던 성가곡 “은혜 아니면”의 가사와 멜로디가 아직도 제 귓가에 쟁쟁합니다.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십자가의 그 사랑 그 능력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놀라운 사랑 그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저의 삶에 피부로 느껴지는 은혜로운 찬양입니다.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지난 24년간 중증 장애를 입은 아내의 손발이 되어 살아온 것도 하나님의 은혜요, 지난 14년간 아내와 함께 장애인 사역을 감당해 온 것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저는 매년 8월이 되면 인간적으로는 비극적인 사고였지만 하나님께서 극적인 상황 속에서 주의 종으로 불러 주신 그 은혜와 사랑을 상기 하며 부르신 사역을 위해 재 헌신하는 기회로 삼게 됩니다. 특별히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을 통해서 지금까지 총 26차에 걸쳐 해외의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실질 적인 도움을 주며 효과적으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입니다. 그리고 지난 7월에 개최한 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 “휠체어 사랑이야기”를 통해 금년에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그것도 1인당 개인 소득이 미국인의 1%에 해당되는 $578.00 밖에 안되는 가난한 나라 “부르키나 파소”에 사랑의 휠체어를 보내게 되어 얼마나 감격스럽고 흥분이 되는지 모릅니다.

한편, 육신적으로는 매일 경험하는 갖가지 도전과 한계에 부딪쳐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안식년은 고사하고 적당한 휴가조차 없이 달려온 14년간의 사역의 시간이요, 하루의 온전한 휴식도 없이 살아온 지난 24년간의 세월이었습니다. 어느덧 60대 중반을 바라보게 되니 체력의 한계도 느끼기 시작했고요, 여러모로 자신의 부족함과 무능함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는 하루 밤만 잠을 설쳐도 그 다음 날 종일 영향이 있고요, 어떤 때는 사람들을 보고도 일시적으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당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급속도로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는 것이 이만 저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 마디로 노화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야겠지요.

이런 생각이 들면서 처음으로 “은퇴”라는 단어를 심도있게 마음속에 떠올려 봅니다. 개인의 인생을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에 비유하지만, 주님의 사역은 릴레이 경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사역자들은 일정한 구간을 뛰는 경주자들입니다. 혼자서 전 코스를 경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신의 코스 이상을 경주하려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자신도 망가지고 주님의 몸 된 교회들이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따라서 나 자신이 경주할 코스를 바로 이해하고 다음 주자에게 적시에 바통을 넘겨주는 것은 주님의 사역에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나님의 사람 모세와 엘리야에게 여호수아와 엘리사 같은 후계자들이 있었던 것처럼 좋은 후임자를 양성하는 것은 어느 교회나 선교단체에 있어 중대한 과제일 것입니다. 이 일도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하겠지요. 그러므로 은혜의 회복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은혜가 떨어지는 순간 우리는 추한 인간의 냄새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은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항상 “십자가”로 돌아가야 합니다. 은혜의 부재는 십자가의 도를 바로 깨닫지 못하고 실천하지 않는데 기인합니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이렇게 일침을 놓습니다. “어리석도다, 갈라디아 사람들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이 너희 눈앞에 밝히 보이거늘 누가 너희를 꾀더냐?” (갈3:1). 유혹하는 자는 마귀이지만, 사람이 유혹을 받는 것은 자기의 욕심에 끌려 미혹되는 것입니다(약1:14).

“은혜로”라는 말은 모든 공로를 하나님께 돌려 드리는 것입니다.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셨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신앙입니다. 그리고 “오직 은혜로” 행한다면 하나님께서 우리 개인의 삶과 사역을 책임져 주실 줄 믿습니다.

“주님, 오늘도 당신의 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