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소장 제임스 히난)가 25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간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이라는 주제로 공개 세션을 개최한다. 

이번 공개 세션은 2014년 유엔 조사위원회의 보고서 이후 북한 내 인권 실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새로운 보고서 작성을 위한 준비의 일환이며, 해당 보고서는 2025년 9월 제6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피해자와 증인은 법치, 표현의 자유, 강제실종, 생존권 등 다양한 인권 문제를 증언할 예정이며, 행사는 이들의 안전과 존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진행된다. 

공개 세션 첫날, 제임스 히난 소장이 개회사를 전했다. 그는 "이번 행사는 유엔 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가 주관하여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의 피해자와 증인들에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되었다. 특히 이번 공개 세션은 지난 2024년 4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요청한 북한 인권 10년 평가보고서 작성을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2014년 이후 10년간의 인권 상황을 평가하고 COI(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권고 이행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해당 보고서는 300건 이상의 인터뷰와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며, 피해자 중심의 정의 실현과 피해자 인정, 심리적 보호 등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개 세션에서 발언하는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겪은 다양한 인권침해, 식량권 박탈, 종교 및 표현의 자유 침해, 고문, 자의적 구금, 강제 실종 등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단, 신원 보호와 상해 방지를 위해 일부는 비공개 방식으로 참여한다. 유엔은 질문 없이 발표가 진행되도록 함으로써 '해를 끼치지 말라(Do No Harm)'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자 한다. 이번 공개 세션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피해자들이 존엄을 회복하고 국제사회가 정의와 책임을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탈북민 김일혁 씨가 '기본권, 발전, 존엄한 삶'이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그는 "저는 황해남도 강령군 출신의 탈북민으로, 아버지의 리더십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가족 탈북의 기반이 되었다. 북한 내에서 비교적 부유했던 저희 아버지는 외부 정보를 접하며 자유 세계에 대한 꿈을 품었고, 저희 가족에게 탈북을 권유하며 오랜 기간 철저히 탈북을 준비할 수 있었다. 제 동생은 바닷가 마을에서 탈북 루트를 익히며 잠수 목선을 구비했고, 저는 금 사업을 하며 자금을 마련했다. 15년 가까이 이어진 계획 끝에, 우리 가족은 마침내 바닷길을 통해 남한에 도착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정권은 부패와 비인간적인 통치가 만연한 정권이다. 코로나19를 빌미로 한 전면 봉쇄와 허위 정보, 비과학적 민간요법, 백신 사기극, 살인적인 단속과 통제 속에 주민들은 질병보다 굶주림으로 더 많이 숨졌다. 특히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3대 악법' 아래 남한 콘텐츠를 접한 청년들이 공개 총살당하기도 했으며 이를 생생하게 접하게 되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북한은 인민이 우선이 아닌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폭력 정권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의 탈북 여정은 위험한 여정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연평도에 도착했으며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가족과 함께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다. 저는 현재 사이버대학에 재학 중이며 중장비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었고 노력한 만큼 살 수 있는 나라에 감사하다.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아울러 북한에도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탈북민 맹효심 씨가 '평등 및 비차별'이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그는 "저는 2018년 부모님과 함께 탈북했다. 북한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우리 가족은 외상값 문제로 폭행을 당한 뒤, 경찰과 사법기관의 부패한 태도를 경험하고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 회의를 느꼈다. 청년 정치조직에서 활동하며 김정은 정권에 충성했던 저는 탈북 후 북한 체제의 허상과 세뇌 교육의 실체를 깨닫게 되었다. 과거에는 정부의 말이 곧 법이라는 인식 속에 살았지만, 지금은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비로소 인식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저희 어머니는 소아마비로 장애를 갖게 되었고, 북한 사회에서 장애인은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차별과 조롱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어머니는 대학 진학도 거부당하고, 노동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20년 넘게 벌금을 내야 했다. 저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대신해 강제노동에 참여하며 생계를 돕기도 했으며, 어머니는 늘 제가 차별받지 않도록 학교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북한에서 장애는 개인의 생존권과 존엄성조차 앗아가는 현실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은 의무조직에 속한 채 강제 노동, 강제교육, 벌금 등으로 자유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학생들조차 방학 중에도 농장노동에 동원된다. 김정은 정권 들어 통제가 심화되면서 장사나 탈북의 길조차 막혔고, 주민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회사를 나가지 않고 장마당에서 장사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부조리한 구조와 주민의 고통,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신원 비공개의 여성 탈북민이 '시민 공간, 기본권, 정의 및 법치'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사회 통제와 외부 정보 차단, 그리고 기본적인 인권의 부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저는 한국 드라마 시청만으로도 총살당할 수 있음과 복장과 말투까지 검열받는 북하 청년들의 삶을 보면서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북한에서는 핸드폰 문자 내용까지 단속 대상이 되며, 청년 세대의 비판적 사고와 저항 움직임은 정권의 더욱 가혹한 통제로 이어졌다. 북한 내 청년들은 통제와 감시에 질식하면서도, 인권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며 체제의 부당함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시기 북한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국경이 폐쇄되고 물자와 약품이 끊기면서 많은 주민들이 치료받지 못해 사망했고, 고아와 노숙 아동이 급증했다. 국가는 아무런 지원 없이 되레 약을 고가에 판매하며 주민들에게 '장사'를 벌였고, 식량 가격은 폭등했다. 쌀과 물자는 주민들에게 공짜로 배급되지 않았고, 오히려 국가가 공짜로 수거해 되팔기까지 했다. 경제 활동은 사실상 붕괴됐고, 장마당도 멈췄으며 주민들은 극심한 생계난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휴대폰은 자유의 도구가 아닌 감시의 수단이었다. 외형은 스마트폰이지만, 국가가 문자·위치·사진까지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앱과 콘텐츠도 모두 통제 대상이다. 주민들은 앱 하나도 마음대로 설치하지 못하며, 모든 콘텐츠는 사상교육 및 체제 선전용에 국한된다. 저는 북한에서 단지 '왜 반말하세요'라는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사람 취급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으며 북한은 바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사회라고 깨닫고 탈북하게 되었다. 북한 인권 문제는 과거의 고발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인 비극이다. 이 문제에 끊임없는 관심과 국제사회의 공동적인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또 다른 신원 비공개의 여성 탈북민이 '기본권, 평등, 비차별'이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그는 "북한에서 종교나 미신 행위는 중대한 범죄로 간주되며, 개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처벌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평양에 살던 우리 가족은 어머니의 미신 행위로 인해 지방으로 추방되었고, 이후에도 북한은 지속적으로 종교와 관련된 활동을 단속하고 탄압해 왔다. 2018년에는 불순녹화물, 마약, 미신 행위를 집중적으로 처벌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단련대에 수감되거나 심지어 총살되기도 했다. 이는 단지 종교적 신념에 대한 억압이 아니라, 정권이 사상만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공포를 통해 사회를 지배하려 한 결과였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사회 통제는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더욱 강화되었으며, 복장, 헤어스타일, 사적 대화까지 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생계 수단이 차단되고 자영업에 대한 단속이 심화되면서 경제적 자유마저 사라졌고, 무역 중단과 통제 강화로 인해 주민들은 점차 생존 자체에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생필품과 약품이 부족해 굶주림과 병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했고, 국가는 오히려 주민에게 약을 고가에 판매하며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전반적인 억압 속에서 북한 여성들은 가정 내 불화와 생계 문제로 인해 이혼을 원했지만, 북한의 법은 이혼을 시도한 여성에게 교화소 수감을 강요하며 사실상 자유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결혼, 생계, 종교, 표현의 자유 등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릴 수 없는 북한의 현실 속에서 많은 주민들이 절망 속에 살아가고 있다. 오늘 전한 이야기가 북한이 어두운 인권침해 실태를 조금이나마 비추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연대가 얼어붙은 북한 인권 현실이 개선되는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한편, 세션은 이어 패널 토의, 제임스 히난 소장의 인사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