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예배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형식과 스타일로 분화되어 있으며, 때로는 외형과 감정에 치우쳐 본질을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시대에 고전적 신학과 깊은 경건의 뿌리를 지닌 책이 출간되었다. 청교도 신학의 정수를 담아낸 존 오웬(John Owen)의 교리문답 형식의 예배론 <하나님을 경배하는 예배>가 그것이다.
이 책은 단지 예배에 대한 신학적 개념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인격적 임재 앞에서 드리는 경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묻고, 참된 예배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며 교회를 세우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하나님께서 구속하신 이유, "예배하기 위함이다"
존 오웬에 따르면, 하나님이 인간을 구속하신 목적은 단순히 죄에서 건져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모든 구속 사역의 궁극은 하나님을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는 백성을 세우는 데 있다. 요한복음 4장 23절에서 예수께서 밝히신 바와 같이, 참된 예배자란 성령의 조명 아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나아가는 자들이다.
오웬은 이 점에서 예배를 단지 주일의 의무나 외형적 형식이 아닌, 살아 계신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인격적 '교통(communion)'으로 이해한다. 성부는 예배의 대상이 되시며, 성자는 우리를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는 중보자요, 성령은 우리 안에서 경외와 찬양의 마음을 일으키시는 분이다. 진정한 예배는 인간의 감정이나 의지로 조작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성령의 사역에 의한 것이다.
규범적 원리와 예배의 방식,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을 경배하는 예배>의 중심 주제 중 하나는 '규범적 원리(Regulative Principle)'다. 이는 오직 성경이 정한 방식으로만 하나님을 예배해야 한다는 신학적 입장으로, 오웬은 이를 철저히 따른다. 예배는 결코 인간의 기호나 전통, 창의성에 따라 변형될 수 없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게 드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예배의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 없이 드리는 예배는 하나님께 도달할 수 없으며, 오직 그분 안에서만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러한 예배관은 교회의 거룩함을 지키며, 회중의 신앙을 더욱 견고하게 세워주는 기둥이 된다.
교리문답 형식으로 배우는 실천적 예배신학
이 책은 총 53개의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문답은 성경적인 질문과 명료한 답변, 그리고 성경 구절과 해설로 이어진다. 예배의 본질과 교회의 구성, 직분자의 역할, 세례와 입교, 권징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이 과정에서 오웬은 은혜 언약의 빛 아래 예배 제도와 교회의 질서를 풀어낸다.
특히 지역 교회의 중요성, 직분의 동등성과 역할의 구분, 집사와 장로의 사역에 대한 실제적 설명 등은 오늘날 교회 현실에 적용 가능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오웬은 단지 이론적 제시를 넘어, 실제적인 목회적 상황에서 어떻게 그 원칙들을 실천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예배 회복을 위한 시대의 처방전
<하나님을 경배하는 예배>는 예배가 혼탁해지고 경건이 흔들리는 이 시대에, 예배의 본질로 다시 돌아가야 할 이유를 강력히 제시한다. 단지 회중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교회의 전통을 유지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하나님의 임재 앞에 서는 거룩한 경배의 시간으로 예배를 회복해야 함을 강조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누구를 예배하는가?", "나는 어떤 방식으로 하나님을 경배하고 있는가?", "내 예배는 성경의 원칙에 부합하는가?" 그리고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신학적·목회적 해답을 명확하게 제시해 준다.
오늘날 교회를 위한 고전의 재발견
존 오웬은 비록 장로교의 전통과는 다른 회중주의적 교회론을 갖고 있었지만, 그가 강조한 예배의 본질과 경건에 대한 통찰은 시대를 초월한 진리다. 오늘날 다양한 교단과 전통 속에서도 그의 예배론은 깊은 울림을 준다. 교회 질서와 직분에 대한 그의 설명은 현장의 목회자뿐 아니라 모든 성도들에게도 매우 실천적인 지침이 된다.
이 책은 교회 섬김에 고민하는 직분자, 예배의 본질을 되찾고자 하는 평신도, 그리고 성경적 예배신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귀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신학 서적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 진실하고 경건한 예배자로 서게 하는 실천적 안내서다.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존 오웬은 시대를 초월하는 깊이와 확신으로 답한다. 지금, 예배의 본질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