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옥 권사.
한남옥 권사.(시인, 수필가, 나성영락교회)

“짹각 짹각” 엄마의 시계가 살아났다. 소천하신 엄마 칠순때인가 가족이 해드린 금시계, 엄마의 손목에 어색해 하셔서 몇번 차보지도 못하고 숨겨져 있었다. 그시계는 시간이 멈춰 있었다.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 오래된 시계를 다시 살리고 싶었다. 시계점에 가서 속을 청소하고 건전지를 갈아 끼웠다. 그 순간, 다시 ‘짹’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초침 소리를 들으며, 마치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가 되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는 삶으로 우리에게 신앙의 본을 보여주셨다. 그러면서도 늘 “나는 배운 게 없어 하나님 나라위해 어떻게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너희들이라도 하나님 기뻐하시는 일을 많이 하렴” 하시며 우리를 축복해 주셨다. 맏딸인 나는 일을 은퇴하면 엄마의 친구같은 딸이 되어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 소망은 작년, 엄마가 천국으로 먼저 떠나시며 멈춰버렸다. 시계처럼…

‘가정사역 처음부터 다시하기’ 책 겉표지에 톱니바퀴 세 개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그림이 눈에 띄었다. ‘교회, 가정, 학교를 상징하는 그림이 각각의 기어에 그려져 있다. 이책을 읽으며, 다시금 멈췄던 ‘시간’이 돌아가기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단지 가정사역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멈춰버린 톱니를 다시 맞물리게 하여, 신앙의 다음 세대를 향한 움직임을 되살리는 소망의 서사이다.

교회, 가정, 학교는 따로 떨어진 공간이 아니라, 자녀를 제자삼는 세축이다. 세개의 기어는 각각의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하나라도 멈춘다면 전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게 된다. 교회는 말씀과 공동체의 중심축이 되어야 하고, 가정은 일상의 삶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무대이며, 학교는 세상 속에서 신앙적 사고를 훈련하는 장이다. 세 기어는 마치 삼중 나선처럼 서로 얽혀, 다음 세대를 믿음의 사람으로 길러내는 유기적 생명체가 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공간, 가정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신앙을 전수하고, 평범한 하루 속에서 하나님 이야기를 나누는것, 그것이 바로 부모가 제자 훈련자로 서야하는 이유이다.

저자가 론 헌터 외 14명,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세대간 가족사역 전문가들이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는 책이기에 구체적인 진단과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나누고 싶은 메세지가 많지만 이책 4장에서 소개하는 ‘TALK ABE’ 대화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TALK ABE’대화법은 부모가 자녀와 의미있는 대화를 이어가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TALK 는 건강한 대화의 시작이다.
T (Topics): 아이가 관심 있는 주제를 꺼내며 대화의 문을 연다.
A (Ask Questions): 진심 어린 질문은 아이의 마음을 여는 따뜻한 신호이다.
L (Listen): 판단하지 않고 마음을 기울여 듣는 것이 대화의 핵심이다.
K (Kudos): 존재와 태도, 노력에 대해 격려한다. ‘1등 했구나’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낸 너의 자세가 멋졌어’처럼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의 칭찬이 아이의 내면을 자라게 한다.
A (Approach): 존중과 따뜻함으로 다가가는 접근 방식이다. 대화는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 훈계보다 공감과 따뜻함으로 다가가야 아이의 마음도 문을 연다. 대화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이지, 밀고 들어가는게 아니다.
B (Brain): 대화는 아이의 ‘생각’을 키운다. “넌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 판단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각을 갖게된다. 그게 바로 지혜의 시작이다.
E (Emotion): 감정을 함께 나누며 마음을 이어주는 진심의 연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가 슬플 때, 기쁠 때, 속상할 때 함께 감정을 나누는 것이 신앙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의 정서를 건강하게 한다. 사랑은 말로 표현할 때 진짜 힘을 가진다.

이 대화공식은 아브라함 링컨의 삶에서 따온 기억법이기도 하다. 링컨은 날카로운 논리와 따뜻한 감성, 그리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로 대화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말로 설득하기 보다 마음으로 다가가는 법을 알았던 사람이다. 여러분도 이 대화법으로 교회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 안에서도 복음을 품은 말, 주님의 사랑을 닮은 말로 공동체를 세워가면 좋겠다.

우리 삶의 톱니는 다시 맞춰질 수 있다

‘reCalibrate’는 ‘멈춰도 괜찮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신앙의 톱니가 삐걱거리고 멈춘 것 같을 때,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부르신다. 하루 한 절 말씀을 나누는 것, 잠들기 전 아이의 손을 잡고 기도하는 것, 감사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것. 이 소소한 신앙의 행동이 다음 세대에게 전해질 복음의 유산이 된다.

이책을 보며 내 엄마의 멈췄던 시계를 다시 살리고, 엄마의 나를 향한 축복의 말씀들을 떠올리며 나도 다시 시작한다. 가정의 신앙 시계를 다시 맞추는 부르심처럼 느껴졌다. 우리안에 내재하시는 성령님으로 하나님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그 시계의 일부가 되어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