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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통과하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전쟁'이라는 단어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실감할 것이다. 대화는 통하지 않고, 아이는 스마트폰과 게임에만 빠져 있고, 성적은 점점 내려가고 이런 상황 속에서 부모들은 매일 '화'와 '후회' 사이를 오간다. 아이와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어느새 집은 대화보다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는 전장이 되어버린다.  

<웬수 같은 자식, 마녀 같은 엄마>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온 진지하고도 실제적인 부모 교육서다.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관계를 회복하라"고 조언하는 이 책은 부모 자녀 간의 소통과 갈등, 그리고 학업 스트레스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를 심리학과 신앙적 가치 위에서 풀어낸다. 

'관계'가 풀려야 '공부'도 풀린다 

부모들이 자녀와의 관계에서 가장 많이 겪는 고민은 결국 두 가지로 요약된다. "말이 안 통해요"와 "공부를 안 해요." 이 책은 그 두 문제의 뿌리가 따로가 아닌 하나라는 데 주목한다.

즉, 자녀의 공부 문제가 단순한 학습 기술이나 성실성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 자녀 관계 속 '소통 단절'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이다. 성적이 좋아지면 관계도 좋아질 것이라 믿는 부모는 많지만, 저자는 그것이 근본적인 오해라고 일침을 놓는다. 성적은 관계의 열매이지, 관계를 맺기 위한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부모가 '옳다'고 믿는 삶을 강요할수록, 아이는 마음을 닫고 공부를 싫어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고리를 끊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잔소리와 훈육은 다르다 - '비난 없는 대화'가 관계의 열쇠 

"넌 맨날 게임만 하냐?"라는 말 한마디가 아이를 얼마나 깊은 오해와 반항심으로 몰아넣는지, 이 책은 섬세하게 짚어 낸다. 겉보기엔 단순한 푸념 같지만, 아이는 이 말 속에서 '나는 실패자'라는 낙인을 읽는다. 비난은 감정의 벽을 쌓고, 벽은 대화를 가로막는다. 

저자는 부모에게 세 가지 대화법을 제시한다: 

① 끝까지 경청하기,

② 아이의 욕구와 감정을 중심으로 지지하기,

③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그렇지만'의 대화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자녀의 말 속에서 감정을 읽어내고, 비난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실천적인 훈련을 돕는다. 단지 대화 스킬이 아니라, 아이를 존중하는 태도 자체가 변하도록 이끄는 구조다. 

성경적 가치와 심리학의 통합 - 신앙 부모에게 특별한 통찰 제공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심리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독교 신앙의 관점이 깊이 녹아 있으며, 부모가 자녀를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게끔 돕는다. "아이의 존재 가치는 부모가 아니라 하나님이 정하신 것"이라는 메시지는, 자녀를 내 소유로 여기는 한국형 양육 방식에 대한 깊은 반성을 이끈다. 특히 "자녀의 미래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는 선언은, 부모의 조바심을 내려놓게 하는 복음적인 위로다. 

공부, '못한 만큼 혼내기'가 아니라 '아는 만큼 기뻐하기'로 

이 책은 학업 지도 면에서도 탁월한 통찰을 제공한다. 점수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모르는 것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공부의 시작'이라는 사고 전환을 이끌어낸다. 시험 결과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틀린 문제를 함께 풀어보며 격려하는 방식이야말로 아이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되찾아 주는 길이라는 것이다. '공부를 많이 하기'에서 '공부를 재미있게 하기'로, '안 한 만큼 혼내기'에서 '한 만큼 격려하기'로, 이러한 관점의 변화가 부모와 자녀 모두를 살린다. 

아이와 다시 마주보고 싶은 모든 부모에게 

<웬수 같은 자식 마녀 같은 엄마>는 화목한 가정을 원하는 모든 부모에게 따뜻한 조언서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녀의 감정에 공감하며, 신앙 안에서 부모 자신의 기대를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은 그 여정을 함께 걸어줄 좋은 친구 같은 책이다. 

사춘기 자녀를 이해하지 못해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이 땅의 모든 '마녀 같은 엄마'들과, '웬수 같은 자식'을 사랑하지만 표현할 줄 몰라 답답한 아버지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갈등이 반복되는 가정에 꼭 필요한 책, 관계와 성적을 모두 살리고 싶은 부모에게 이 책은 놓쳐서는 안 될 지혜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