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글로벌 테러지수(Global Terrorism Index, GTI)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헬 지역이 2024년 전 세계 테러로 인한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부르키나파소가 2년 연속으로 테러 피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로 기록됐다. 니제르는 전년 10위에서 5위로 급등하며 사상 최악의 순위를 보였다고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GTI를 발표한 호주 시드니 소재 평화경제연구소(Institute for Economics & Peace)는 "사헬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 사망자는 전 세계의 52%에 달하며, 테러 공격 전체의 19%도 해당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동 중심이었던 테러의 중심축이 사헬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역 안정성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는 2024년 테러 공격 건수가 57% 감소하고 사망자도 21%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 최악의 테러 피해국으로 남았다. 전 세계 테러 사망자의 5분의 1이 이 나라에서 발생했으며, 주로 말리와 니제르와 접경한 북부와 동부 지역이 집중 피해를 입었다.
부르키나파소의 최악의 테러는 Centre-Nord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이슬람 무장단체 JNIM(이슬람과 무슬림을 위한 지지 단체)이 군과 민간인을 동시에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희생자들은 자원군(VDP)과 함께 참호를 파던 중 공격을 받아, 사망자만 200~600명에 이르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는 보도도 있다.
2024년 부르키나파소에서 발생한 테러 중 약 절반은 JNIM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IS의 활동은 전년 8건에서 1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전체 공격의 55%, 사망자의 35%는 정체불명의 이슬람 무장조직에 의해 발생해 실태 파악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 세 나라는 프랑스와 유엔군 철수 이후 '사헬국가동맹(Alliance of Sahel States)'을 결성했으나, GTI는 "반군과 정부군 모두로부터 인권 침해 보고가 지속되면서 안보 상황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부르키나파소의 이브라힘 트라오레(Ibrahim Traoré) 임시 대통령이 2029년까지 군사통치를 연장하면서, 민주주의 후퇴와 테러 조직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니제르는 전년 대비 테러 사망자가 94% 증가하며, GTI 순위가 10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사망자는 2023년 479명에서 2024년 930명으로 급증했으며, 군 사망자만 499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타후아(Tahoua)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공격에서는 무장세력 300명이 군인 237명을 살해했고, 이 공격은 2024년 전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테러로 기록됐다.
니제르의 테러 증가 배경에는 2023년 7월 군부 쿠데타 이후 정치적 불안정과 서방과의 단절, 그리고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가 있었다. 러시아 군사고문단이 2024년 들어 현지에 배치됐으나, 사헬 지역 경험 부족과 군부 지원 중심 전략으로 인해 실질적인 안보 개선에는 한계를 보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GTI는 또한, 이슬람국가(IS), JNIM, 파키스탄 탈레반(TTP), 알샤바브가 2024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테러 조직으로, 전체 사망자의 80%를 이 네 조직이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2024년 전 세계 테러 사망자는 7,555명으로, 전년도 대비 13% 감소했다. 공격 건수는 3,492건으로 3% 줄었으며, 이는 미얀마에서의 무장활동이 전통적 테러에서 군사충돌 양상으로 전환된 영향이 컸다.
유럽에서는 테러 발생이 전년 대비 두 배로 증가해 67건을 기록했으며, 독일이 GTI 27위로 가장 높은 피해를 입은 서방국가로 집계됐다. 특히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국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 반유대주의와 이슬람혐오 범죄가 급증했다. 미국에서는 FBI 통계에 따르면 유대인을 겨냥한 범죄가 두 달 사이 2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