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브릿지교회 이원규 목사(좌)와 시애틀온누리교회 김도현 목사(우)
(Photo : 기독일보) 시애틀브릿지교회 이원규 목사(좌)와 시애틀온누리교회 김도현 목사(우)

시애틀 온누리교회(담임 김도현 목사)와 시애틀브리지교회(담임 이원규 목사)가 다음 세대를 일으키는 교회를 향한 비전으로 병합한다. 두 교회는 지난달 15일 공동의회 투표를 실시하고 두 교회 모두 85% 이상의 찬성을 통해 병합을 결정했다. 브리지교회는 오는 7월 중순 온누리교회로 이전해 예배를 드리고 온누리교회의 EM은 브리지교회의 일원이 되어 브리지교회 예배에 참석하게 된다.

두 교회의 병합은 미주한인이민교회에 차세대 리더 육성을 위한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크게 기대되는 가운데, 김도현 목사와 이원규 목사로부터 교회 병합의 과정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이하는 일문일답.

-시애틀 온누리교회와 시애틀 브릿지교회의 병합은 어떻게 이뤄진 것입니까?

김도현 목사 : 지난해 9월, 저희 교회 EM(English Ministry) 목사님께서 사임을 하셨는데, EM 목회자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원규 목사님은 오래 전에 온누리교회에서 사역을 하셨었는데, 이런 인연으로 교제를 이어오던 중에 '시애틀 브릿지 교회와 사역을 같이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 작년 10월 이원규 목사님을 만나 불쑥 의견을 꺼냈습니다.

이원규 목사 : 시애틀 온누리교회는 제가 8년을 섬겼을 만큼 모교회로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고, 김도현 목사님에 대한 좋은 인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EM 목회자를 찾는 것이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영어권 목회자 청빙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여러 번 만나서 다음 세대를 위한 교회의 비전을 나누고 기도하는 가운데 병합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브릿지교회는 30-40대와 유스, 어린이들이 많은 교회입니다. 대학생과 청년들의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그에 반해 온누리교회는 EM 대학생 청년들은 많고 30-40대가 부족했습니다. 병합을 통해 모든 세대가 주안에서 아름답게 사랑하고 믿음으로 선교하는 교회 공동체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회 병합이 단계적으로 추진됩니다.

김도현 목사 : 그렇습니다. 병합 사례를 가진 교회를 방문하고 조언을 구했는데, 많은 분들이  '한번에 이슈들을 해결하는 병합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온누리교회는 EM 목회자가 없었고, 브릿지교회는 미국교회 예배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두 교회가 하나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예를 들어 두 교회의 재정을 합친다거나 이름을 변경하는 것은 점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원규 목사 : 그동안 한 달에 2번은 온누리교회에 가서 설교를 하고 있고, 설교 강단을 교류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브릿지교회 교인들이 온누리교회 EM 청년들과 같이 예배를 드렸는데 모두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처럼 병합은 단계적이며 점진적으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한어권 교회와 영어권 교회가 병합됐다가 서로 맞지 않으면 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벤트적인 교회 병합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한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생각과 계획을 따르기 보다는, 겸손히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순종하며 나아갈 것입니다.

시애틀 온누리교회
(Photo : 기독일보) 시애틀 온누리교회

-교회 병합을 통해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원규 목사 : 자녀 세대들은 부모와 함께 교회에 출석하지만 내 교회라기보다는 부모님의 교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들이 교회의 주체라는 생각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다음 세대를 도전하면서 '너희가 교회의 미래다'라고 말해 왔지만, 더이상 미래가 아닙니다. 앞으로의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 다음 세대가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대개 한어권에서는 EM에 대해서 '어리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들은 이미 30대에서 40대 연령의 어른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자리 잡고 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이들을 세우면 서로 힘이 되고 격려하는 가운데 건강한 교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미주 한인교회가 우리 세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와 파트너십으로 가지고, 나아가 다음 세대가 교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모으면 좋겠습니다.

김도현 목사 : 이원규 목사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온누리교회는 올해 주제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교회'로 정했습니다. 미주의 한인교회를 보면 한국어를 주로 사용하는 회중이 많은데, 앞으로는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이민도 줄어들고 한국어만 사용하는 교회는 빠르게는 15-20년 후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미주 한인교회들이 지금은 한어권 회중이 크지만, 앞으로는 영어권 회중이 더 많은 교회들이 나올 것입니다. 시애틀에만도 역사가 오래된 일본인교회, 중국인교회들이 있는데 2세, 3세, 4세가 주축이 되어가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꼭 한국말을 사용해야 한인교회라는 생각을 버리고, 언어와 인종을 초월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를 지향하는 것이 선교적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1세들이 수고하고 힘들게 교회를 세워놓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갈수록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미주한인교회가 EM 사역을 시작한지 매우 오래됐지만, EM 사역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이 교회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교회니까 어렸을 때 잠시 있다가 다른 교회를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브릿지교회가 온누리교회에 와서 음향 테스트를 한적이 있는데 감격과 기쁨이 있었습니다. 감사함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희생하고 내어주는 방향으로 해야 다음 세대가 살아납니다. 우리 세대를 위한 교회가 아니라, 자라나는 다음세대를 위한 교회가 되고자 합니다.

-교회 병합 후 EM은 독립 리더십을 갖게 됩니다.

김도현 목사 : 그렇습니다. 제가 온누리교회 한어권 성도들에게 사용을 금지시킨 용어가 바로 'EM 애들' 입니다. EM 성도들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EM에는 30-40대 심지어 50대도 있습니다. 직장에 가면 보스인 경우도 많습니다. 젊은 세대가 훈련되고 교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EM 성도들이 독립적인 리더십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교회 병합 후에도 온누리, 브릿지 교회 이름은 유지하게 된다고요.

이원규 목사 : 하나의 교회가 되기로 확정을 지었기 때문에, 교회 이름을 하나로 정하는 것은 차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먼저는 마음과 사역이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7월에는 여름 성경학교를 함께 하게 됩니다. 멕시코 단기선교로 함께 갑니다. 중·고등부 학생들은 주중 성경공부를, 여성분들은 여성 사역을 같이 하게 됩니다. 이미 한 교회가 되기로 했기 때문에 교회 이름을 정하는 적당한 시간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도현 목사 : 앞으로 적당한 시기에 조정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나의 교회가 되는 것으로 결정을 지었기 때문에 다른 부가적인 부분들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교회의 병합의 과정을 보면 우리가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들이 더욱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됨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20년 11월 펜데믹에도 현장예배를 지키는 시애틀 브릿지교회 성도들
(Photo : 기독일보) 2020년 11월 펜데믹에도 현장예배를 지키던 시애틀 브릿지교회 성도들

-교회 병합 후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이원규 목사 : 브릿지 교회를 개척한지 10년이 됐는데요. 그동안 미국 교회와 건물을 공유했던 경험이 있으니 서로 배려하는 가운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릿지교회 성도들에게 계속 강조하는 부분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희생할 것인지 고민하자'는 것입니다. 한 마음이 되어서 서로를 섬기려고 합니다.

김도현 목사 : 브릿지교회 성도들이 적은 수가 아니기 때문에 온누리교회 입장에서 보면 공간 사용에 불편함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무조건 양보하고 희생한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그리스도께서 가신 십자가의 길로 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