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편집증은 성격상 다양한 요인들을 포함하므로 간단하지 않은 편이다. 여기에는 내적인 심리역동과 기능의 측면뿐 아니라, 다중적인 요인, 즉 사회학적, 경제적, 문화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을 포함한다. 이는 노인성 편집증이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사회적, 환경적 영향인 외부 세계뿐 아니라 심리 내적 세계, 그리고 상황적 요인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노인편집증은 심리 내적 변화 및 발달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환경 및 경험에 영향을 끼치는 외부적 요소가 어떻게 심리 내적인 과정을 변화시키는지도 관련시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노화과정의 이해는 치료의 기초적인 작업이 된다.

1. 노인기의 노화와 적응문제

노화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노화의 현상은 단세포 동물 같은 경우에도 관찰된다. 학자들이 곤충부터 척추동물까지 다양한 동물들을 경험적으로 관찰하여 얻은 결과, 일단 성적으로 성숙기에 들어선 동물들에서는 시간에 따라 대개 기하급수적으로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연계에서 모든 생물체는 일정한 한계를 갖는데, 그것이 바로 노화의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노화의 과정은 생물체의 수명과 관련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1) 노화과정의 이해

노화과정은 근래 몇 년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되어 왔지만, 그 연구는 임상학적인 병리적 측면으로 제한되어 연구된 경향이다. 이는 노화과정이 연구의 표본과 관련된 병리적 측면이라는 오류와 심한 편견아래 연구되어온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잘 유지해나가는 노인보다는 입원해 있거나 공공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노인환자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오랫동안 비교적 안정된 방식으로 스스로를 잘 유지해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기능이 급성으로 악화될 때 수용시설에 수용되어 정신건강 전문가의 주목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출생 후 성장을 거쳐 성체(성인)가 되어 육체적인 전성기를 누린 뒤, 이후 육체적으로 점차 쇠퇴하다가 노년기에 접어들고 이후 죽음을 맞는다. 이때 정신적 능력이 최고에 도달하는 나이가 육체적 능력이 최고에 달하는 나이보다 좀 나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두뇌는 나머지 신체기관보다 천천히 발육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는 정신적 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 중 하나인 판단력이 축적된 경험과 학습량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노화가 진행되는 기전은 세포의 사멸과 관계가 깊다고 보아야 한다. 인간은 태내에서 발생하여 성장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세포분열과 분화를 통해 신체의 크기를 (정해진 한계까지) 점점 불리고, 이후 자연적인 소모나 손상을 통해 소실된 세포를 주변 세포의 분열을 통해 보충한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하여 피부나 점막 등은 항상 마모되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기저세포층으로부터 보충을 받고 있으며, 운동이나 노동 등으로 파괴된 근육세포는 주변 근세포가 분열하며 보충해줄 뿐 아니라, 과분열을 통해 해당 강도의 운동/노동에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예비 근력을 준비하기까지 한다.

노화의 연구결과는 부분적인 임상경험에 기초하여 보다 넓은 노인집단에까지 과도하게 일반화해서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노년기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을 직면하는 시기라는 편견을 갖게 되며, 상실의 측면에서 노년기를 바라보도록 이끄는 편이다.

그러한 견해에는 노인이 갖고 있는 힘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개 노인이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의 죽음을 통하여 겪은 복합적인 상실경험으로 인하여 비교적 쇠약해진 상태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다. 다만 이렇게 노인의 상실감과 비탄의 고통을 담보하는 것은 죽음과 상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노인의 특별한 탄력성과 생명력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노화과정에서 세포변화의 문제

노화과정은 세포변화와 관련되는 편이다. 각각의 세포는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분열 한계횟수가 있는데, 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그 핵에 들어있는 설계도인 유전자(DNA)를 복사해서 한 세트를 더 만들어야 하는 데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DNA가 복제되는 방법 자체의 문제로 인해 DNA 가닥의 한쪽 끝부분을 제대로 끝까지 복제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에는 말단복제 문제(end replication problem)가 관여되는데, 이 문제를 우회하기 위해 DNA에는 텔로미어(말단소립)라는 여분의 DNA 부분이 말단부위에 있다. 이때 말단소립이라는 텔로미어는 버려져도 괜찮은 DNA이기 때문에 복제 과정에서 잃어버려도 상관이 없으며, 세포는 텔로미어를 조금씩 소모하면서 자가복제를 한다.

다만 텔로미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세포가 일정 횟수만큼 복제를 하고 나면 텔로미어가 모두 소진되어버리는데, 이 복제 한계 횟수를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라고 한다. 인간의 경우 약 60번이 헤이플릭 한계라고 하며, 60번 복제를 한 세포는 더 이상 복제를 할 수가 없기에 사멸하게 된다.

이렇게 세포들이 하나둘 사멸하기 시작하면 인체에도 점차 전반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여기에는 피부 세포가 보충되지 않으면 피부가 전체적으로 탄력과 부피를 잃어서 얇고 쪼글쪼글하며 축 쳐지게 되며, 근육량도 점점 줄어들며, 신경세포의 사멸로 인해 정신적 능력도 점차 감퇴하는 것이다. 또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분비, 외분비, 면역 등에 관여하는 기관들 역시 노화하여, 소위 '기력'이 쇠하고, 성욕도 감퇴하고, 쉽게 병에 걸릴 뿐만 아니라 일단 병에 걸리면 잘 낫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생물체는 그 최후인 죽음에 한발 한발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화를 늦추는 방법은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세포분열의 억제와 텔로미어의 보충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세포분열의 억제란 활발한 세포분열은 발육의 가속과 더불어 노화의 가속을 함께 가져오는 양날의 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상 보충을 위한 것이 아닌 자연적 세포분열을 자의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에 손상 보충을 위한 세포분열은 어느 정도 억제가 가능한데, 세포 손상을 예방하면 자연히 그 손상을 보충하기 위한 세포분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표적으로 피부를 햇볕에 그을리거나 태우는 '선탠'을 들 수 있는데, 피부를 고의로 일광에 의해 손상시키는 행위만 하지 않아도 피부 노화를 예방할 수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음주와 흡연 또한 체내에 독성물질을 유입시키는 대표적인 행위로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호흡기와 위장관계 및 신경계의 세포 손상은 막대하다는 시각이다. 이런 것만 주의를 기울여 시도해도 노화를 크게 늦출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텔로미어의 보충이란 아예 분자생물학적으로 텔로미어의 소진을 역전시키면, 세포 사멸을 방지하여 노화도 방지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을뿐 아니라, 심지어는 이런 것이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입장을 보이는 학자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3) 노화과정에서 적응의 문제

노화과정에서 중요한 도전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변화에 적응하는 것인데, 노인기에는 생물학적이고 생리적인 변화가 냉혹한 현실로서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더 나아가 노인에게는 친구 및 동료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대인관계적인 환경도 변화한다. 이로 인해 노인은 일상적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그것으로부터 은퇴해야 하기에 새로운 역할이 은퇴의 형태로, 혹은 노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재규정의 형태로 강요된다. 다양한 사회, 문화적 태도와 기대가 늙어가는 사람에게 강요되며, 그것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환경의 반응뿐만 아니라 노인 자신에게 대한 경험에도 영향력이 행사된다.

인간은 노년기에 이르면 개인적, 사회적 환경이 복잡하게 변화되고 변동되는 것을 경험하는데, 이것은 다른 삶의 주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에 많은 압력을 만들어낸다. 이와 관련하여 이탈이론(disengagement theory)은 노화현상에 대한 개인과 사회적 기반 모두의 반응을 강조한다. 노인은 개인적인 역량과 능력이 감소함에 따라 점차적으로 환경의 변화에 취약해진다. 노인이 계속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내적 구조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환경을 필요로 하게 된다.

특히 노인이 환경에 대해 부정적인 기대를 가지며, 노인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으로 정의를 내리고, 그리고 노인의 효율적인 기능을 경시한다면, 노인은 점점 더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적응능력이 약해질 것이다. 이런 현상이 죽음을 더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것을 생각하기에 어렵지 않다. 죽음은 노인의 특별한 경험이 되는데, 이는 젊은이들이 경험하는 것처럼 강렬하게 경험하거나 충격을 받지 않는다. 동시에, 노화의 경험은 노인으로 하여금 그 자신 내부의 창조적인 역량과 자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시간이라는 약탈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다루도록 준비시켜 줄 것이다.  

2. 노인기의 노화와 연속성의 특성

노화과정 동안에 많은 것들이 변화되지만,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많이 있다. 그것은 노인에게 삶의 초기에 확립되는 자아의 방어기제와 적응능력은 삶의 주기를 통하여 지속되는 경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다. 마찬가지로 노인은 본능적 욕동, 소원, 그리고 동기들은 지속되는 삶을 통하여 계속되는 영속적인 특성을 갖는다.

노인에게도 젊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욕구, 갈망, 그리고 소원이 있고, 젊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만족시켜, 충족시키려고 한다는 점에서다. 다만 여기에 차이가 있다면 양적인 것이지 질적인 것이 아닌데, 이런 현상은 성욕의 경우에 가장 분명히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노년기의 성욕과 성적 소원의 표현에 대한 문화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성적 충동과 소원은 활동성인 상태로 남아 있다. 노인은 비교적 성적인 것에 무관심해야 한다는 문화적 편견이 가져오는 결과는 불행한 것일 수 있다. 그것은 노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본능적인 성(性)충동과 욕동에 대해 부정적인 죄책감과 수치심을 갖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의 성격 조직은 노년기에도 변화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늙어감에 따라 더욱 자기답게 되는 것으로 관찰되어 왔다. 그런 외부의 압력이나 환경의 변화 아래에서 특징적인 방어기제가 더욱 견고해지고, 이것은 후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된 방어로서 투사에 의존하는 노인은 계속되는 변화와 상실의 압력 아래에서 자신이 편집적으로 되어 가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혹은 노인이 근저의 수동성을 부정하는데 공격성을 사용해 온 경우, 노화의 압력으로 인해서 방어작용이 실패함으로써, 수동성의 지배를 받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몇 년 전, 노이가르텐(N. Neugarten)은 노화가 비교적 독립적인 내적 변화의 과정과 관련되어 있는데, 그 과정은 처음에는 사회적 및 적응적 변화보다 앞서고, 그 다음에는 그것들과 나란히 일어난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환경을 적극적으로 지배하던 자세에서 보다 수동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려는 자세로, 그리고 타인들 및 외부 상황과의 관계경험보다는 심리 내적인 경험을 더 만족스러워하는 자세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조차 개인의 적응능력의 변화를 설명하는데, 나이의 변화보다는 외부적인 사회적 조건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특성들은 질적인 변화에도 유지되고 연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중요하다.

3. 노인기의 노화와 개인적 차이의 문제

노년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성은 있지만, 그것이 모든 노인에게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노인의 개인적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 차이의 문제는 노화의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아나스타시(A. Anastasi)는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관찰하였다.

첫째, 노인에게는 개인적인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노인 연령층에 속한 사람들의 개인적 차이는 다른 연령층에 속한 사람들 사이의 평균적인 개인적 차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노인은 자신을 관리하기에 따라서 상당한 젊음을 유지하며서 살기도 하고, 전혀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노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능력이 다른 연령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능력과 상당한 정도로 중복되며, 노인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적응능력과 기능의 수준이 상당히 넓은 범위에 걸쳐 분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노인은 나이에서도 다양한 차이가 있다. 나이의 양적 차이와 나이의 질적 차이들 사이에 중요한 구별이 존재한다. 다른 연령 집단의 수행 능력과 노인 연령 집단의 수행 능력을 비교해 보면 연령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 다만 여기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사실상 그 개인이 그 기간 동안 관계해 온 활동에 근거하여 추정된 생리적 효과나 심리적 효과보다는 교육적 차이와 문화적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한 개인이 살아온 시간의 길이보다는 그 시간 동안 그가 무엇을 하였는가도 중요해지는데, 이는 동일한 연령이라도 신체적인 건강과 역할은 다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셋째, 노인의 사회적인 역할의 차이가 존재한다. 노년이 되어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다. 역할은 사회적인 지위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런 경우의 노인들은 사회적인 지위를 가진 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의 주변에서는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감당하는 노인의 경우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런 것은 사회적인 역할과 지위가 노인에게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는 노년기에 수입의 문제를 떠나서 할 수 있는 일을 갖느냐가 건강유지의 핵심이라고도 보는 이유이다.

4. 노인기의 노화와 심리적 변동의 문제

심리적 변동은 노년기에 더욱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노년기에는 노화과정이 진전됨에 따라 중요한 심리적 변동이 발생한다는 점에서다. 예를 들어, 굿맨(D. L. Gutmann)은 젊은층의 환자와 노년층의 환자가 호소하는 불편함과 증상이 각각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젊은 환자는 거세적인 아버지에 대하여 불평하는 반면, 고령의 환자는 지배적이고 질식하게 만드는 어머니에 대해 불평하는 경향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노년층 환자는 자신의 공격성을 더 이상 자신 안에 있는 것으로 보지 않으며, 그것을 외재화시키고 외부적 위협으로 느끼면서 그것에 대해 불평한다. 이와 관련하여 노년층 남성들 중에 최소한 절반에 해당하는 남성노인들은 아내들이 횡포를 부린다고 불평을 했다.

노년층 환자들의 내적 경험은 공격적 욕구를 중심으로 집중된다기보다는 여성(femine)적인 욕구를 중심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노인의 의존욕구, 생존경쟁으로부터 탈출하고 싶고, 심지어 울고 싶은 욕구로 인해 더욱 큰 괴로움을 겪는다는 점에서다. 마찬가지로, 남성들이 보다 수동적이고, 관계적이며, 심지어 양육적으로 변화됨에 따라, 여성들은 더욱 개인주의적이고, 자아 중심적이며, 심지어 공격적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심리적 변동은 또한 삶의 과정에서 변화하는 동기의 유형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

콜렌(R. Kohlen)은 확장과 제한이라는 2가지의 대조적인 동기유발 경향에 대해 서술하였다. 젊은 시기에는 주로 성취욕구가 증대되고,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과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증가하는 한편, 노년기에는 제한(restriction)이 전면에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확장과 제한은 삶의 전체 과정을 통하여 작용하며, 마찬가지로 계속적인 자기 존중감에 대한 욕구와 그것을 충족시키는 수단도 삶의 전체 과정을 통하여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사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의 혼란과 위기의 강도가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변화는 애도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만약 특별히 긍정적이고 보상적(restitutive)인 정신과정이 작용한다면, 무능력한 상태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노년기에도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와 동일시하는 대상을 가지며, 바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대인관계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인 접촉과 활동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5. 노인기의 노화와 노년기 가치의 문제

중년기와 노년기 사이에는 가치에 대한 태도의 변동이 발생한다. 에릭슨은 최초로 그러한 변동들을, 중년기의 특징적인 가치인 생산성(genera- tivity)이 노년기의 지배적인 가치인 자아 통합(integrity)으로 변동된다는 측면에서 제시하였다. 에릭슨은 자아통합을 자신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적절하며,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으로 설명했으며, 이것을 일차적으로 죽음의 공포에서 나타나는 절망감과 대비시켰다.

특히 펙(R. Peck)은 이러한 접근 방법을 더욱 진전시키고 분화시켰다. 그는 중년기의 지배적인 가치를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구분하여 서술하였다. 첫째로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인 능력이 감소하는 것에 걸맞게 신체적인 힘보다는 지혜에 가치를 둔다. 둘째, 또한 생물학적인 변화에 따라 성적인 인간관계보다는 서로 사귀는 인간관계를 강조한다.

셋째, 삶의 유형이 변화하고 상실을 경험하기 때문에 사람과 대상에 대한 감정적인 투자를 새롭게 발달시키는 적응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은 에너지 집중의 황폐화가 아니라 에너지 집중의 유연성에 가치를 둔다는 점에서다. 넷째, 감정적인 적응성뿐만 아니라 인지적 적응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또한 정신적으로 고정되지 않고 유연성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가치를 둔다.

이러한 틀 안에는 중년기의 가치로부터 노년기의 가치로 전환하는 과정이 있는데, 이것은 자아통합 대 절망이라는 에릭슨의 개념을 확대시킨 것이다. 노년기의 가치로는 다음의 것들이 포함된다. 먼저는 자신의 직장생활과 다른 삶의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가보다는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인식과 자기 가치감을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직장에서 주어진 역할에 몰두하기보다는 자아분화를 선호한다.

다음으로는 신체적인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자아 자율성을 충분히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자아초월, 특히 다가오는 자신의 죽음과 자신이 살아온 삶과 자신이 남기는 유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함으로써 자신과 화해하는데 가치를 두어야 함을 의미한다.

6. 정리: 노화과정 이해가 중요

지금까지 우리는 노인성 편집증의 이해를 위한 노화과정의 이해에 대하여 기술했다. 노인성 편집증은 노화과정과 맞물려 있기에 성격상 다양한 요인들을 포함하므로 복잡한 편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내적인 심리역동과 기능의 측면뿐 아니라, 다중적인 요인, 즉 사회학적, 경제적, 문화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을 포함한다는 점에서다. 이는 노인성 편집증이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영향인 외부 세계, 심리 내적 세계, 그리고 상황적 요인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였다.

이런 시각에서 노인성 편집증은 노화과정을 이해하면서 심리 내적 변화 및 발달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환경 및 경험에 영향을 끼치는 외부적 요소가 어떻게 심리 내적인 과정을 변화시키는지도 관련시켜 연구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