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어느 날 교회 부근에 있는 식당에 들렀다.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식당 주인에게 물었다. "요즘 장사가 어렵죠?" "예, 작년 메르스 사건 이후 경기가 회복되지를 않아요." 

경기가 너무 나쁘다 보니 시민들의 소비가 위축되어 지갑이 열리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투덜거렸다. "이제는 방송이나 언론에서 너무 힘들다고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언론에서 자꾸 힘들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더 위축되는 거 같아요." 너무 힘들고 어렵다 보니 마음도 좁아지고 지갑도 닫힌다.

서민들이 느끼고 있는 힘든 현실은 최근 조사에 의해서도 드러난다. 요즘 우리나라 20대 젊은이들이 '이상적 자녀 수'로 생각하는 것은 평균 1.97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결혼한 20대 3명 중 1명(33.8%)은 '출산 계획이 없다'고 한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크다. 무거운 삶의 현실이 자녀에 대한 꿈마저 빼앗고 있다.

최근 북한은 설 명절 연휴 기간에 광명성호를 발사했다. 미친개처럼 날뛰는 모습을 계속 지켜만 봐야 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두들겨 패서라도 멈추게 해야 하는가?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취했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 것인지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도 계산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 추태와 악행을 더 이상 방관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강력한 조처를 했다. 

미국도 대북 제재법안을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한국과 미국의 초강력 제재는 북한의 경제적인 압박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북한은 돌발적인 사태를 만들 수도 있다.

전기와 물 공급이 중단되었으니, 개성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힘들까 걱정이 된다. 경제의 물꼬가 막힌 북한이 앞으로 어디로 치달을까? 너무 힘들고 어려우니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왜곡된 생각으로 엉뚱한 일을 저지를까 우려된다. 정신을 차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좋으련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우린들 어렵지 않을까? 큰 경제적 손실이 따를 텐데. 추방된 기업들은 너무나 막막할 텐데. 앞으로 김정은 체제가 날뛸 것을 생각하면 왜 불안하지 않겠는가? 판단이 옳든 그르든 간에 이쯤에서는 한 뜻을 갖고 한 말을 하는 게 필요하다. 여기서 정쟁을 해서는 안 된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니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수르 광야를 지나고, 마라의 쓴 물을 만나고, 오아시스가 있는 엘림에 이르렀다. 잠깐 행복감을 맛보는가 싶었는데, 다시 그들은 신 광야를 거쳐야 했다. 몸은 지치고 고달팠다. 갖고 갔던 물과 양식도 다 떨어졌다. 

너무 힘들다 보니 그들은 감정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세를 향해 불평하고 원망했다. 너무 어렵다 보니 그들의 생각도 왜곡됐다. 애굽에서의 생활이 훨씬 더 행복하고 풍요로웠다고 생각한다. 애굽에서의 삶을 그리워한다. 모세와 아론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에서 죽이려고 이런 짓을 했다고 말한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감정과 생각을 추스를 줄 알아야 하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실패하고 말았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천공항이 허술함을 드러냈다. 인천국제공항 1층 화장실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와 아랍어로 쓰인 협박 메모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범인을 잡고 보니 대학원 졸업자였다. 물론 정신질환도, 전과 기록도 없었다. 그렇다면 멀쩡한 사람이 왜 이런 짓을?

그는 서울에 있는 어느 일반대학원 음악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뚜렷한 직업이 없었다. 가끔 병원에서 환자를 옮기는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다. 그에게는 아내와 한 살짜리 아이가 딸려 있다. 그런데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돈이 궁했다. 2003년 조울증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1년 전부터 병원도 못 갔다. 

취업 실패로 생활 형편이 너무 어렵다 보니 삶이 짜증스러웠다. 점점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가슴을 채우기 시작했다. 결국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는 마음을 먹었다. 너무 어렵고 힘들다 보니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감정도 통제가 되지 않았다.

행동 개시를 위한 준비는 생각보다 쉬웠다. 평소 영화에서 본 것이 도움을 되었다. 종이 상자를 구해서 외부에 부탄가스 등을 테이프로 감았다. 종이 상자 안에 집 냉장고에 있던 브로콜리와 바나나 껍질 등을 넣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아랍어로 된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다. 신이 처벌한다'는 내용의 글을 A5 용지에 직접 인쇄했다.

작업을 마친 후 상자를 쇼핑백에 집어넣고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갔다. 묵직해 보이는 쇼핑백을 들고 인천공항 1층 C입국장 남자화장실의 첫 번째 칸으로 들어갔다. 불과 2분 후엔 공항을 빠져나와 서울로 이동했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저지른 행동으로 세상은 떠들썩했다. 요즘 IS로 인해 불안이 고조된 형편이니, 시민들의 가슴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결국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우리는 어렵고 힘든 때를 조심해야 한다. 현실이 힘들다 보면 마음과 생각이 흔들리고 감정이 동요를 일으킨다. 스스로 위축되기도 하고, 심리적인 불안을 일으키고 염려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괜스레 마음이 짜증스럽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조금 참으면 될 텐데, 쉽지 않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면 되는데, 조바심 때문에 어렵다. 자그마한 일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생각지도 않은 날카롭고 거친 말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어렵고 힘든 현실이 없었으면...' 하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사단이 다스리는 이 땅! 죄가 공략하고 있는 인생은 반드시 힘들고 고달픈 날들을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눈물과 탄식이 없는, 앞으로 다가올 하늘나라를 바라봐야 한다.

현실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 보면, "너무 힘들어서, 너무 어려워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불평하고 원망한다. 왜곡된 생각과 사고를 갖게 된다. 그러나 "너무 힘들어도, 너무 어려워도" 하늘에서 비 같이 양식을 내리시는 하나님을 기대해야 한다. 날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일용할 양식을 거두러 나가야 한다.

너무 힘들고 어려울 때, 기도하면서 조금만 더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다 보면 하늘에서 만나가 공급된다. 조급하게 굴지 말고 조금만 더 참아야 한다. 하나님이 무슨 일을 하실지 기대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