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현 대구도시가스 사장)
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현 대구도시가스 사장)

"너는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을 죽였지. 내 살점 하나하나가 다 아프다. 이제 우리 모두는 예전처럼 살아가지 못하겠지. 그러나....... 우리는 너를 위해 기도한다. 너를 용서한다. 증오는 결코 사랑을 이길 수 없다."

미국 노스찰스턴 법원. 지난 6월 17일 수요 성경공부 도중 총기난사로 9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백인 우월주의 청년 딜런 로프(21)의 보석 여부를 결정하는 약식재판이 열렸습니다.

재판장 대형 스크린엔 구치소에 수감된 범인 로프가 화상 전화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관행에 따라 재판에 참석한 유족들에게는 가해자와 직접 대화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한 명씩 자리에서 일어나 범인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보호를 위해 유족들의 얼굴은 범인에게 공개되지 않지만 목소리는 중계되었습니다.

총기난사로 70세 된 어머니 에델 랜스를 잃은 딸 네이딘 콜리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엄마와 다시는 얘기를 나눌 수도 엄마를 다시 안을 수도 없지만, 당신을 용서한다. 당신 영혼에 자비가 깃들기를 빈다"고 말했습니다.

무표정했던 범인의 얼굴에 잠시 놀라는 기색이 스쳐갔습니다. 26세 아들 티완자 샌더스를 잃은 어머니 펠리샤는 로프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을 죽였다. 하지만 성경공부 시간에 말한 대로 우리는 너를 사랑한다. 하나님께서 너에게 자비를 베푸시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유족들은 이날 법정에서 범인을 원망하기보다 그에게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오라"고 당부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범행이 벌어졌던 수요 성경공부 시간의 연속인 것처럼 느껴졌다"면서 "폭력이나 슬픔에 굴복하지 않는 신앙의 힘을 보여 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총기난사로 숨진 대니얼 시몬스 목사의 손녀 앨라나는 "우리는 사랑으로 살아 왔고, 사랑을 이번 사건의 유산으로 할 것"이라며 "증오는 결코 사랑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혈육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범인을 용서한 유족들의 모습은 미국 사회를 감동시켰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위터에 "희생자 가족의 반응에 미국인의 선량함이 배어 있다"면서 "끔찍한 비극의 한가운데에서도 품위와 선량함이 빛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유족들의 용서는, 노예제도 이래 백인 우월주의의 온갖 차별과 박해에도 비폭력으로 맞섰던 흑인 기독교 운동의 아름다운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직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선대하며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라 그리하면 너희 상이 클 것이요 또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 되리니 그는 은혜를 모르는 자와 악한 자에게도 인자하시니라(눅 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