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한남대 총장
김형태 한남대 총장

인간이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말을 6마디로 요약하면 "내가, 정말, 잘못했다는, 사실을, 나는, 인정합니다"이다. 5마디로 "당신은, 정말, 훌륭한, 일을, 해냈습니다", 4마디로 "당신은,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3마디로 "당신에게, 이것을, 부탁합니다"가 된다. 만약 2마디로 하라면 "정말로, 감사합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우리(We)"가 될 것이다.

반대로 가장 조심해야 할 한 마디는 "나는(I)"이 될 것이다. 공동체를 위해 부디 1인칭 단수 대명사(I)보다 복수 대명사(We)를 많이 사용하기 바란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은 이웃을 사랑하는 일과 병행하여 실천해야 한다. 하나님과 갈등이 생기면 곧 인간 상호 간에도 문제가 벌어진다. 하나님과 불화했던 가인은 곧 친동생 아벨을 죽이는, 인류 최초의 형제 살인을 저지른다.

수직적 관계(하나님과 인간)가 원만해야 수평적 관계(인간과 인간, 나와 나)도 행복해진다. 반대로 인간관계에서 앙금이 생기면 하나님 공경도 원만하지 못하게 된다. 먼저 형제들과 화목하고 서로 용서한 후에 하나님께 예배(제사)를 드리라는 성경 말씀이 있고,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린다'는 구절도 있다. 이렇듯 관계는 상하좌우가 함께 입체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사람의 성공과 인간성에 대한 평가는 시간적 스펙트럼으로 볼 때 현재에 서서 과거도 보고 미래도 보아야 한다. 과거의 삶이 현재로 귀결되고, 현재(지금, 여기)의 삶이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을 이해하거나 평가할 때 현재 상황만 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람의 미래는 미지수 'X'이다. 어떤 사람이 될는지 예단할 수 없다. 현재 상태만 보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성경을 봐도 당대 최고의 종교 지도자였던 엘리 제사장은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를 불량자로 길렀고, 훈련시키지 않았으며, 특히 종교적 타락(성전 제물 갈취, 예배 조력자 성폭행)을 금지하지 않아 멸망하는 가정이 되었다.

이에 반해 시골 출신 엘가나와 한나 부부는 간절한 기도를 통해 득남하였고 성전에서 신앙 규범에 따라 양육했기에, 후일 사무엘은 정치와 종교의 양면 통합 지도자가 되었으며, 왕정 국가의 산파역에 하나님의 동역자로서 역대 왕들을 세우고 폐하는 중대사를 맡게 되었다(king maker).

다음 이야기도 그런 사실을 알려주는 한 예가 될 것이다. 미국 뉴저지에 문제아들이 모인 어느 작은 학교가 있었다. 이 반을 새로 맡게 된 '베라 선생님'이 왔다. 수업 첫날,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다음 세 사람 중에서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사람이 누구인지 한번 판단해 보라. ①부패한 정치인과 결탁하고 점성술을 믿었으며 두 명의 부인이 있고, 줄담배와 폭음을 즐겼다. ②두 번이나 회사에서 해고된 적이 있고 정오까지 잠을 자며 아편을 복용한 적이 있다. ③전쟁 영웅으로 채식주의자이며 담배도 피우지 않고 가끔 맥주만 즐겼다. 법을 위반하거나 불륜 관계를 저지른 적도 없다."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③번을 선택했다. 선생님이 말했다. "절대적인 잣대(기준)는 없다. 여러분이 옳다고 믿는 것이 때로는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으니까. 위의 세 사람은 우리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이다. ①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②는 영국 제일의 수상 윈스턴 처칠, ③은 수천만 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나치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이다." 순간 교실에는 깊은 침묵이 흘렀다.

베라 선생님이 다시 설명했다. "학생 여러분, 여러분의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잘 기억하기 바란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의 판단 자료는 그의 과거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기 바란다."

선생님의 지도에 힘입어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라나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며 미래를 창조해 나갔다. 어떤 아이는 심리학 교수가 되었고, 어떤 아이는 법관과 비행사가 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반에서 가장 작고 말썽꾸러기였던 로버트 해리슨(Robert Harrison)이란 소년은 뒤에 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경영인이 되었다.

과거의 실수와 부족함이 그의 미래까지 좌우하게 해선 안 된다. 혹 실수나 오차가 있었더라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보완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시작해 보자. 과거를 점검하고 새로운 미래,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 보자.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