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켄한인장로교회 이기범 목사
 스포켄한인장로교회 이기범 목사

하나님은 우리를 혼자 있도록 하실 때가 있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있도록 하실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두 가지 행동을 균형있게 관리하셨습니다. 바다에도 밀물 때가 있고, 썰물 때가 있습니다. 밤하늘의 달도 자기를 비울 때가 있고, 가득 채울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침묵해야 할 순간과 말해야 할 순간을 언제나 분별하셨습니다. 사람들을 사랑하셨지만, 사람들 곁을 떠나 혼자 있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지셨습니다. 조용한 시간(Quiet Time)을 가지면서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신 것이지요. 

"아주 이른 새벽에, 예수께서 일어나서 외딴 곳으로 나가셔서, 거기에서 기도하고 계셨다."(막1:35)


가톨릭의 베네딕트 수도회는 지금까지 1,500년이 넘도록 침묵, 기도, 청빈, 노동, 순명을 계율로 지키고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과 더불어 있는 시간을 조화롭게 실천하는 것입니다. 침묵과 기도는 하나님 앞에 혼자 서는 시간이고, 청빈과 노동과 순명은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시간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충분한 침묵을 통하여 나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만드신 하나님의 뜻,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 역사의 교훈, 삶과 죽음, 인간의 도리, 불행의 원인, 행복한 가정, 인간관계, 나 자신의 연약함과 하나님의 은혜 등에 대하여 더듬어 보는 통찰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들의 삶에서 이러한 침묵 훈련은 견디기 어려운 시간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욕심과 교만과 열등감과 아집 등을 버리는 일처럼 소중한 일은 없습니다.

 현대인들이 성급하고, 소란스러우며, 남을 생각하지 못한 채, 자기 욕심만을 채우려는 이기적인 행동은 이러한 내면세계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지 못해서입니다. 그래서 물질적 혜택은 토끼처럼 빠르게 발달하지만, 정신적인 성숙은 거북이처럼 느린 것입니다.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평화로운 시간을 갖기도 어렵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줄 수 있으려면, 내 마음이 먼저 고요해져야만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노아는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고, 먹고 마시고 장가가고 노는데 정신이 팔려 있던 시대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조용한 시간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 차고, 마음에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언제나 악한 것뿐임을 보시고, 마음이 아프셨습니다. 하나님이 보시니, 세상이 썩었고 무법천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아는 이러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줄 아는 고독의 사람이었기에 선택되었습니다. 모세도 광야의 고독한 삶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다윗은 인간관계의 갈등이 생기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홀로 하나님 앞에 섰습니다. 

"주님, 나를 대적하는 자들이 어찌 이렇게도 많습니까? 나를 치려 일어서는 자들이 어찌 이렇게도 많습니까? 나를 빗대어 하나님도 너를 돕지 않는다 하고 빈정대는 자들이 어찌 이렇게도 많습니까?"(시3:1-2) 

다윗을 이기게 만든 요인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침묵 속에서 만난 하나님이었습니다.

"나를 대적하여 사방에 진을 친 자들이 천만 대군이라 하여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렵니다."(시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