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한남대 총장
김형태 한남대 총장

현대 사회는 배우는 시간과 배운 것을 활용하는 시간이 겹쳐 있는 평생교육 시대요, 평생학습 사회다. 죽는 순간까지 배워야 한다. 프랑스 선교사 샤를르 드 푸코의 詩 '나는 배웠다'를 통해 평생 학습인(學習人)으로서 '學而時習之 不亦悅乎(배우고 또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를 누려보도록 하자.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억지로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 뿐임을 /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론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 나는 배웠다.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임을 / 또 나는 배웠다.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아야 함을 /

나는 배웠다.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 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 나는 배웠다. 나에게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음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 전부를 다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 나는 배웠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해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과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 그리고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옛날 우리나라에선 특별한 벼슬을 지내지 않은 보통 남자들이 죽으면 '學生金海金公之柩'라는 식의 명정(銘旌)을 썼다. 평생 배우다 죽은 사람이라는 뜻도 있을 것이고, 특별한 벼슬이 없으니 學生 또는 學人이라는 직함을 붙여서 하늘나라로 송별하는 뜻도 있을 것이다. 존 듀이의 실용주의 철학은 'Learning by doing'을 강조했는데, 우리나라의 실사구시(實事求是)와도 일맥상통한다. 행함을 통해 배우지만, 배운 것 또한 행함으로 귀결돼야 한다. 야고보는 "행함이 없는 믿음이 헛것인 것을 알고자 하느냐?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약 2:20, 26 / Faith without deeds is useless. Faith that doesn't do anything is just as dead)"고 가르쳤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 된 사람이 옷이나 먹을 것이 필요할 때, 그에 대해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를 기원한다. 부디 몸을 따뜻하게 보존하고, 먹을 것을 많이 취하도록 하라"고 말하면서 실제로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신앙도 마찬가지로 실천적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신앙은 죽은 신앙이다. 아브라함도 그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바침으로 그의 신앙이 참된 것임을 인정받았다. 우리들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시간, 재물, 지식 명예, 자녀)을 하나님과 형제자매에게 기꺼이 드리고 나눌 수 있는가에 따라 신앙의 정도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이런 원리에 기초해 에이브러햄 링컨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 열 가지를 제시했다. ①성장을 억제하면서 풍요를 이룩할 수 는 없다 ②큰 사람을 헐뜯어 내리면서 작은 사람을 도울 수는 없다 ③강점을 약화시키면서 약점을 강화시킬 수는 없다 ④임금 주는 자를 끌어내리면서 임금 받는 자를 높일 수는 없다 ⑤부유한 자를 파괴하면서 가난한 자를 도울 수는 없다 ⑥수입 이상으로 낭비하면서 곤경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⑦미움을 품고 있으면서 사랑을 실천할 수는 없다 ⑧돈을 꾸어 쓰면서 안정된 생활을 보장할 수는 없다 ⑨남의 인격을 무시하면서 좋은 인격을 구축할 수는 없다 ⑩자립정신을 키우지 않으면서 항구적으로 남을 도울 수는 없다.

매일매일 배우며 살자. 해발 8,850m의 에베레스트산을 다 깎아 바다에 넣어도 바다는 메꾸어지지 않는다. 남을 깎아내려 자신을 보충하거나 높여갈 수는 없다. 인간관계는 상대를 낮춰야 내가 올라가는 시소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