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 시위에 관계된 이들을 위한 기도 집회가 열렸다.
앞서 대학생과 중·고등학생의 수업 거부로 시작된 시위는 첫날 최고 5만명이 참가한 이래, 계속해서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8월 3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마련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면서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됐다. 시위대는 중국 정부가 내놓은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 철회와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시위 초반에는 시위대와 일부 경찰들의 충돌로 최루탄 가스와 최루액 스프레이가 등장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대체적으로 평화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지도자들 가운데는 전 홍콩 교구장 조셉 젠 제키운 추기경과 추위우밍 목사(침례교)도 있다. 이들은 수십 명의 교인들과 함께 '사랑과 평화로 센트럴을 장악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완차이 지역에 위치한 국제교회인 '더바인교회'는 시위 장소에서 불과 몇 블럭 떨어진 곳에서 '48시간 기도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교회 앤드류 가드너(Andrew Gardener) 목사는 전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난 이틀 동안, 우리는 홍콩에서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광경을 목격했다. 이는 전례없는 사회적 움직임이며,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우리는 교회가 사회에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28년간 살아 온 가드너 목사는 "홍콩에서 이 같은 대규모의 시위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시위에 대한 교인들의 의견도 나뉜다. 그러나 그들의 중심에는 정의가 있다. 우리는 경찰·시위자 상관없이 이번 시위와 관련된 이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길 원하고, 교회로서 반드시 응답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정의에 대한 열정과 함께 하나님께서 수 년 동안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셨음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의 교회 건물을 필요로 하는 누구나 쉴 수 있도록 개방했다"고 설명했다.
바인교회는 특히 2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교인들 중 자원하는 이들을 통해 음식과 장소 등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할 계획이다. 가드너 목사는 "우리는 24시간 동안 깊이 기도하고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실제적인 면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휴식과 피난처, 음식과 물을 제공하겠다. 이는 기도로 시작되고 있다. 기도가 우리의 가장 커다란 응답이다. 우리는 반드시 더욱 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시티유니버시티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정조셉 교수 역시 "오늘 홍콩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실제적인 민주화를 위한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내세를 믿고 희생하고자 하며, 또한 정의를 위해 싸우려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가톨릭 신자이며 민주화 운동의 '베테랑'이라고 밝힌 정 교수는,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28일 주일 체포됐다가 갑작스럽게 석방됐다. 그는 "홍콩의 가톨릭 교구는 젠 추기경의 지도 아래 공산당에 맞서 확고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교회 안에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은 중국 당국과 다른 이들보다 더 협조하려고 한다.
중국 당국이 태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전 세계에 '싸움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원칙과 권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홍콩의 정신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 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수 년 동안 말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홍콩 여성은 "홍콩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를 알리길 원한다. 왜냐하면 자유를 가지고 있을 때에 이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민주화 시위에 대한 의견이 나뉘어 있다. 일부는 '이 운동을 온전히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부는 '기독교인이 정치에 참여해서는 안 되며, 시위에 참여함으로써 더 많은 폭력과 불확실성을 가져오게 될 수도 있다'고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홍콩이 시위에 대한 평화적인 방법을 찾도록, 민주화 운동의 동기가 적절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우리는 무엇 때문에 시위자들이 거리로 나왔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