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11전 12기. 27년 만의 첫 승리.'

 

피눈물 나던 지난 27년의 세월. 국회의원 선거 6번, 시장 선거 5번. 도합 11번의 선거에 출마, 그렇지만 모두 낙선! 그러나 27년 만에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승리의 함성을 외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이건 링컨 대통령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북 익산시장에 당선된 무소속 박경철 당선자에 대한 화제다. 오뚝이 정신으로 일궈낸 익산 시장!

그의 정치 이력서는 화려한 게 아니라 눈물로 얼룩진 역사이다. 1988년, 32세의 나이로 당시 한겨레민주당 공천으로 정치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동안 2000년 16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모든 총선과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행운의 신은 그에게 꽃다발을 안겨주지 않았다. 1998년 시장 선거에서 기록한 35%가 최고 득표율. 물론 그때도 낙선이었다.

이번에도 그의 당선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무소속 후보로 나선 데다 상대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경쟁자는 지역 맹주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을 받고 3선에 도전하는 현직 시장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부수겠다고? 그렇지만 시작했으니 어찌하랴. 하는 데까지 해 봐야지.

그의 선거 운동은 초라하고 보잘것없었다. 사무실과 집기도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겨우 마련했고, 공식적인 선거운동원도 고작 15명 뿐이었다. 자금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외상 선거'를 치렀다. 운동원 일당을 선거 후 선관위 정산이 끝나면 나중에 주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뛰어준 러닝메이트들이 그저 고마울 뿐.

보잘것없이 보이는 행보였지만, 남보다 한 걸음 더 뛰려고 노력했다. 낙심될 때도 주저앉을 수 없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전쟁이니. 결과는 50.29% 득표. 736표라는 근소한 차로 감격스런 승전보를 전했다. 12수 끝에 이룬 쾌거였다. 그가 이룬 당선의 영광은 혼자의 것이 아닐 게다. 무수한 돈을 뿌려가며 실패의 고비를 마실 때마다 12수까지 할 수 있도록 부단히도 참아준 가족들이 함께 이룬 영광이다.

그는 당선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30년 가까이 선택받지 못했지만, 익산 시민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하려는 노력이 결국 평가받은 것 같다." "이번 당선은 익산 시민들의 혁명으로 보고, 시민 곁에 서는 첫 번째 시장이 되겠다."

12번의 끈질긴 도전 끝에 치켜든 승리의 함성에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 눈물겹도록 감격스런 당선 소감이 시간이 흘러도 희석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12번, 27년의 도전 끝에 이룬 쾌거이니 갈무리도 아름다운 쾌거의 함성으로 마무리되길 기대해 본다.

빨리 평가받지 못하면 어떤가? 이제부터 진짜 평가를 받으면 될 것 아닌가? 바라건대, 뒤늦게라도 인정해 준 시민들에게 실망시키지 않는 시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들이 보내준 박수를 외면하지 않기를 부탁한다.

다음 선거 때가 되어서야 주민을 찾아오는 시장이 아니었음 좋겠다. 늘 주민들 곁을 맴도는 시장.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그들의 신음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시장. 다음 선거에 나오면 '당연히 찍어야지~' 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시장. 그칠 줄 모르는 감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이어가는 시장이 되기를.

2014년의 4월, 5월은 길었다. 추웠다. 아팠다. 기뻐도 웃을 수 없었고,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던 시간들. 다시 맞이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다.

이런 때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그것도 11전 12기의 오뚝이처럼. 7전 8기의 업적을 이룬 이들에게도 큰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11전 12기의 대업을 이루었다. 더 많은 내공이 쌓였다. 아픈 사람들의 눈물을 더 많이 경험했다. 슬픔을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게다. 넘어진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비법을 더 경험했을 게다. 그래서 기대해 본다. 익산 시민들이 짚고 일어설 수 있는 지팡이가 되기를.

지혜의 왕 솔로몬은 말한다.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악인은 재앙으로 말미암아 엎드러지느니라(잠 24:16)."

사실, 나는 박경철 당선자를 전혀 모른다. 신문을 보고 알았을 뿐.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의 성품과 인격이 어떤지. 그가 얼마나 올곧고 의협심이 강한지. 그가 얼마나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인지.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경청의 사람인지. 다른 사람의 아픔과 힘겨움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인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걸어갈 길은 '의인의 길'이 되어 존경받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우리는 화려한 실패 경력을 가진 한 인물을 잘 알고 있다.

22세, 사업 실패.
23세, 하원의원 선거에 낙선.
25세, 다시 창업했으나 사업에 실패.
26세, 사랑하는 애인의 사망.
27세, 신경쇠약으로 정신과 치료.
34세,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
37세, 국회의원 선거에 또 낙선.
39세, 국회의원 선거에 또 한 번 낙선.
46세, 상원의원 선거에 낙선했으며
47세, 미국 부통령 선거에 실패.
49세, 상원의원 입후보 경선에서 패배.
52세, 미국 대통령에 당선!

수없는 실패를 거듭한 그는 감히 손을 댈 수 없는 노예해방을 선언했다. 지금도 그의 이름은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의 명부에 기록되고 있다. 오랫동안 흘렸던 눈물은 더 아름다운 결실로 다가올 수 있다. 외롭고 고독한 길을 걸어봤기에 그런 사람들의 아픔을 더 잘 공감하리라.

익산에 이런 인물로 한국 땅에 또 다시 기억되길 소망하며 외친다.

"11전 12기의 익산 시장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