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목사
(Photo : ) 김영길 목사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입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의 황홀함은 세상 다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습니다. 백일잔치에서 아빠의 손가락을 붙들고 빤히 쳐다보는 그 눈동자는, 모든 아버지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나의 노력이 아닌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에 진정한 축복입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일입니다. 부모가 되는 순간,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포기해야 합니다. 마음대로 늦잠을 잘 수도 없고 아무 때나 여행을 떠날 수도 없습니다. 삶의 축이 아이에게로 옮겨 갑니다. 삶의 공간도 아이가 제일 많이 차지합니다. 물론 생활비도 아이의 몫이 더 큽니다. 아이의 몸무게는 겨우 10파운드에 지나지 않은데 사회적, 정서적 무게는 수백 파운드가 됩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그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집니다. 그런데도 부모는 그 짐을 넉넉히 짊어집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오래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를 가르칩니다. 아이를 기른다는 말은 조급함을 버린다는 말과 동의어입니다. 대소변 가릴 날을 기다리고 의사소통이 될 날을 기다리는 일이 하루 이틀로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부엌으로 들어가는 문의 기둥에 자기네 키를 연필로 표시해 놓지만, 부모들이 보기에는 도무지 그 날이 그 전 날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소망이 무엇인지를 가르칩니다. 아이를 기르면서 부모가 꾸는 꿈은 그 크기를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의 조그마한 변화에도 부모는 아이가 그 길로 자라서 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소망을 심어줍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겸손을 가르칩니다. 누구나 아이를 갖기 전에는 다 위대한 교사요, 사상가요, 철학자요, 목사가 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는 함부로 남을 흉볼 수 없고, 함부로 자기자랑을 할 수 없다는 진리를 배우게 됩니다. 다른 부모의 손을 붙잡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겸손함을, 내 자녀들이 나에게 가르쳐 줍니다. 자녀들이 부모를 사람 되게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너그러움을 가르칩니다. 잡고 있던 손을 놓을 수 있는 너그러움, 귀찮게 하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지켜볼 수 있는 너그러움, 돌아오는 것 없어도 섭섭하지 않고 계속 줄 수 있는 너그러움, 그리고 가끔 자기들이 오히려 부모 노릇하려고 덤벼드는 그 황당함을 대견스럽게 여기는 너그러움, 그래서 부모들은 그 마지막에 평안을 누리게 됩니다. 자식들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