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말

서승원 목사
(Photo : ) 서승원 목사

미국에서 목회하시는 어느 목사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어느 날 예기치 않게 찾아온 여호와의증인들과 함께 성경에 관한 논의를 하던 중, 이들이 느닷없이 “하나님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하여 적지 않게 당황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약을 주의 깊게 읽는 분이라면 “여호와”가 하나님의 이름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이름이 “여호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분들은 많아도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분은 퍽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아마 성경 어느 곳에도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심지어 구약학자들 간에도 이에 대한 의견의 일치가 없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지금까지 그 뜻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힌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필자가 아는 한 그러하다.

그런데 요즈음 학자들 중에는 하나님의 이름을 “여호와”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야웨”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학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단 학자들뿐만 아니라 목회자들 가운데도 “야웨”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한국의 신학자들 중에 상당수가 “여호와”나 “야웨” 대신에 “야훼”라고 하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2월 14일자 크리스천헤럴드 제10면에 “존 멕케나 교수에 따른 모세오경의 개요와 그 신학적 목적(2)”라는 글이 실렸는데, 이 글을 쓰신 분이 Boston University의 박 아무개 목사라고 되어 있었다. 이분은 그의 글 속에서 “여호와” 대신에 “야훼”란 명칭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그 뒤에 2009년 1월 8일 기독일보에 실린 숭실대학교 기독대학원장 김영한 교수의 “쿰란공동체와 나사렛 예수”라는 글에도 “야훼”라는 명칭이 사용됐고, 2014년 2월호 The Korean Christian Journal에 실린 “사도행전에서의 하나님의 나라(1)”라는 글에서 김세윤 교수도 역시 “야훼”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캐나다의 리자이나 대학교의 종교학과장이었던 오강남 교수의 책 “예수는 없다”라는 책에도 역시 “야훼”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그렇다면 “여호와” “야웨” 그리고 “야훼” 중에서 어느 것이 올바른 하나님의 이름인가?

히브리어 문자는 자음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히브리어 원문 성경도 원래는 자음으로만 되어 있었는데, 약 800년경에 마소라 학자들(Masoretes; Masoretic scholars)이라 불리는 일군의 유대인 학자들에 의해서 자음 밑에 모음부호가 붙여지게 되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이름에 해당하는 단어를 영문으로는 YHWH 라고 표기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이름을 표기하는 단어를 테트라그람마톤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네 글자라는 뜻이다. 뒤에 자세히 살펴보게 되겠지만 히브리어 성경에는 이 네 글자로 된 단어에 여러 종류의 모음부호가 붙어 있다. 그 중의 하나의 발음이 “여호와”이다. 그러나 “야웨”와 “야훼”라는 표기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학자들은 어떤 근거에서 “여호와” 대신에 성경에 나타나지 않는 발음인 “야웨” 또는 “야훼”를 선호하는가? 만일 “야웨”란 명칭이 올바른 것이라면 그 말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서 명확한 대답을 제공하는 책이나 논문을 필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구약에는 “여호와” 또는 “야웨”라는 명칭 외에도 하나님에 대한 호칭이 여러 가지가 있다. 성경에는 그 호칭들 중에서 그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것도 있지만 없는 것도 있다. 그리고 설명이 있는 경우에도 그것이 그 말의 문자적인 뜻이 아닐 경우가 많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의 존귀한 이름이나 호칭을 사용하면서 어느 것이 올바른 것인지 그리고 그 뜻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면 이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글을 통해서 하나님의 존귀한 이름이 무엇이며, 그 밖의 하나님에 대한 호칭들의 뜻이 무엇인가를 밝히고자 한다.

II. 구약에서

1. 하나님의 이름과 그 뜻
1) 하나님의 이름은 야웨

하나님의 이름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단어 의 올바른 발음은 요즈음 대부분의 학자들이 선호하는 “야웨”이다. 왜 그런가 하는 것은 뒤에 밝히기로 하고 이 명칭이 사용된 경우들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그런데 학자들은 이 하나님의 이름을 영문으로 YHWH로 표기한다. 이것을 테트라그람마톤(tetragrammavtwn)이라고 부르는데, 그 뜻은 “네 글자”이다. 이 말은 성경에서 가장 많이 쓰인 하나님에 대한 호칭으로써 5,321회 나타난다. 그리고 이 단어가 하나님의 본래의 이름이라고 학자들 간에 널리 인정되고 있다.이에 대한 근거로서 학자들은 흔히 출 6:3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전능의 하나님으로 나타났으나 나의 이름을 야웨(여호와)로는 그들에게 알리지 아니하였고”를 들고 있으나 이외에도 “야웨”가 하나님의 이름이라는 근거는 많이 있다. 출15:3에는 “야웨는 용사이시니 야웨는 그의 이름이로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너희 하나님 야웨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라는 말씀이 출20:7과 신5:11에 나온다. 뿐만 아니라 “나는 야웨 너희들의 하나님이다”라는 말씀이 모세5경에 여러 번 등장한다. 그렇게 자주 나타나지는 않지만 모세5경 이후에도 나타난다. 같은 뜻이지만 “너희들” 대신에 “너희”가 쓰인 “나는 야웨 너희 하나님이다”라는 말도 나타난다. 드물지만 “나는 그들의 하나님 야웨이다”도 나타난다.

이외에 “하나님”이라는 말을 생략하고 단순히 “나는 야웨이다”라는 말씀은 더욱 많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이란 말이 없이 “너의 하나님 야웨”, “너희들의 하나님 야웨” 그리고 “우리들의 하나님 야웨”란 말이 자주 나온다. 그런가 하면 렘23:36에는 “우리의 하나님 야웨, 살아 계신 하나님”이란 말이 나오고, 23:6과 33:16에는 “우리의 의이신 야웨”란 말이 나온다. 그 외에 “그의 하나님 야웨”, “그들의 하나님 야웨” 그리고 드물지만 “그들의 아버지들의 하나님 야웨” 그리고 “나는 주 야웨이다”라는 말도 나온다. 그리고 그렇게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너의 조상들의 하나님 야웨”란 말과 함께 “너희들의 조상들의 하나님 야웨”, “우리 조상들의 하나님 야웨” 그리고 “그의 조상들의 하나님 야웨”란 말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조상들이란 말이 생략되고 “그들의 하나님 만군의 야웨” 또는 “하나님”이란 말이 생략되고 대신 “주”란 말이 들어간 “주 만군의 야웨”란 명칭이 사용되기도 하고, “만군”이란 말이 생략되고 “야웨 주” 또는 “주 야웨”라는 명칭이 사용되기도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