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공교육 문제가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는 가운데, 캘리포니아 동성애 교육 의무화를 비롯한 반기독교 교육이 탄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교육에 대한 보장되지 않는 기대보다 이제 교회가 적극 나서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남가주 일원을 중심으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차세대 新개념 대안학교’를 설립해 성공리에 운영 중인 교육전문가들의 글을 연재한다. 다음은 LA사랑의교회 청소년 공립 대안고등학교 이재영 학교운영책임자의 글이다.<편집자 주>

학생이 없는 첫해, 첫날, 첫 시간

이재영
(Photo : ) 이재영 실장

개교를 준비하며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게 성큼 다가온 개학일. 시행착오는 당연지사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학교를 오픈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깨닫게 된 첫해, 첫날, 첫 시간. 학교의 구성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학생이 없는 일이 발생했다. 물론 첫날부터 구름 때와 같이 밀려오리라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몇 명은 오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화를 자초했다. 나름대로 광고도 잘하고 커뮤니티에 잘 알렸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 황당함이 엊그제 같은 일인데 벌써 2008년 2월의 일이다. 그러나 그 무모하고 약간의 무식한 시작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열매도 없었다.

학생들이 학교에 나타나기까지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도 없었다. 첫 번째 이유는 교사 월급날이 다가오고 있었고 교육국에서는 연일 이메일과 전화가 빗발쳤다. 결국 교육국에서 우리 학교에 담당자를 아예 보내놓고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대안학교의 특성상 학생들의 모집과 운영은 운영자의 책임이기에 학교를 오픈한다고 자동으로 학생들이 오는 것은 아니다. 일단 누구라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아는 지인들을 통해 선교단체나 비영리 기관에서 청소년들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을 소개받기로 했다. 또한, 우리와 같이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학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여러 학교도 방문하기로 했다. 정작 개교 전에 해야 하는 타 단체와 학교들과의 Collaboration은 뒷전이었고 쌓여 있는 학교 관련 서류를 처리하는 일에 치여 정작 중요한 일은 하지 못했다. 후회해서 무엇하랴. 지금부터 하면 되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청소년 대안학교 종류

교육국에서 소개해 준 몇 곳의 학교와 전문 재활센터, 그리고 청소년 미혼모 학교도 방문하면서 참으로 우리 한인 커뮤니티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함을 깨닫게 되었다. 참으로 부러웠던 것은 방문한 곳 모두 소수민족들이 운영하고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시설들이었는데 입학부터 졸업 그리고 직업훈련과 대학진학 안내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가장 큰 라티노 커뮤니티의 대안학교와 직업훈련소들은 나름대로 규모나 노하우 그리고 성공률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또 한 곳은 미혼모들이나 청소년 시기에 아이를 가진 부부들만을 위한 학교였는데 이곳은 청소년기에 아이를 출산한 학생들이 육아에 신경을 쓰지 않고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탁아시설을 운영해 주고 있었다. 단지 고등학교 교육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육아 정보와 상담 그리고 정부보조 프로그램을 신청해 주는 일까지 대안학교에서 전문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를 통해 진행해 주고 있었다. 또 한 곳은 청소년 재소자 중에 모범수들을 모아 고등학교 졸업장을 주는 학교였다. 아무래도 수감자들이 있는 학교여서 감옥과 같은 제한적인 시설이었지만 여기서 만난 아이들은 그저 평범해 보이는 청소년들이었다. 여기에 도서실이 하나 있는데 이곳의 도서실을 한인 교회에서 전액 후원하여 리모델을 해 주고 매달 정기적으로 책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사역을 하고 있었다.

여러 형태의 다양한 대안학교들이 청소년들의 필요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지만, 우리 학교가 모델로 삼은 학교는 학업과 직업훈련을 병행하도록 인턴십을 제공하는 대안 학교였다. 정부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비즈니스들과 연계하여 청소년들에게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모의 인터뷰 카운슬링과 이력서 작성법 그리고 가상 질문에 대한 답변연습과 필요한 양복까지(여자학생들은 드레스) 빌려주는 프로그램을 가진 학교의 모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모든 서비스가 지역사회 비영리 단체들과 정부의 보조를 받아 정말 분업이 잘된 공장처럼 돌아간다.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한인들에게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만이 유일한 사회생활의 첫 발걸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대학을 가기 전 여러 경로의 일을 도전해서 인턴십을 거쳐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교 Freshman Year 첫해를 휴학하고 선교 현장이나 정부기관, 비영리 단체에서 다양한 일을 접해 보는 것도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분야가 적성에 맞거나 관심이 생기면 그 분야를 선택해서 대학에서 집중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긴 타임라인을 볼 때 4년제 대학에 비록 바로 입학하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직업의 스펙트럼을 경험하게 해 준다면 짧은 인생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획일화된 전통적인 학교 시스템에서 자라나 대학교에 진학하여 꿈을 이루는 것은 어쩌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머리가 굳기 전에 사고가 갇히기 전에 얼마큼 다양한 경험과 세상을 접하느냐가 그 학생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인터넷의 발달로 비교적 쉬운 일이 될 것이다. 많은 학생이 전통적인 고등학교 시스템에서 성공하지 못해도 절대 좌절하거나 인생을 비관할 필요가 없다. 그 실패의 원인이 내 잘못이든 다른 사람 때문이든지 말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자녀가 전통적인 학교에서 성공하지 못해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려는 노력이 없음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정보 부재로 인한 자녀들의 시간낭비

지난 5년간 대안학교를 운영하면서 사실 부모들의 입장과 이제 성인이 되어버린 자녀들과의 실랑이가 없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공부하지 않겠다면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등학교라도 졸업하려고 애쓰는 자녀들에게는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한인 가정의 상황으로 좀 더 좁혀보면, 정보의 부재로 인해, 아니면 자녀를 너무 믿는 나머지 그냥 방치 수준으로 몇 년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중 가장 많은 한인 부모들이 실수하는 것이 자녀들을 Adult School이나 Community College에서 하는 Extension 프로그램, 또는 Independent Study 개인학습 수업에 보내거나 가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정보의 부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옵션이 그리 많지는 않다. 만 18세가 넘으면 전통적인 공립 고등학교는 그 해에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내 보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학비 문제로 인해 이들이 갈 수 있는 학교의 선택은 더욱 줄어든다. 그리고 학교에서 몇가지 옵션을 주는데 그것이 교육국에서 운영하는 Extension 고등학교 졸업장 프로그램이나 Community College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학생 스스로 공부해서 Credit을 따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교사가 있지만, 커리큘럼을 가지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본인이 다 공부했다고 싶을 때 Chapter Test를 거쳐 Pass 하면 그 Unit에 대해서 점수를 따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고등학교에서 교과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영어가 부족해서, 또는 집중력 저하로 인해 그 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Curriculum Teaching 없이 스스로 공부하여 점수를 주는 프로그램에서 우리 학생들이 성공할 리 만무하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Adult School이나 Extension Program을 수년간 다녀도 학업 진도가 지지부진하거나 실제로 시간만 허비하는 일들이 다반사이다.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교사의 가르침과 동기부여가 결부되지 않으면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원점에 서 있는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한 부모와 학생 모두, 학교 선택에 있어서 조금 더 철저한 분석과 상담 그리고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반복되는 실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줄이려면

많은 교회가 학교 운영에 관심이 많다. 한글학교라는 전통적인 2세 뿌리교육에서부터 유치원과 애프터스쿨, 좀 더 큰 정규학교로는 기독사립학교나 우리와 같이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미 학교를 운영 중에 있거나 학교운영을 계획하고 있는 단체나 교회가 있다면 절대 간과해서는 않 되는 일이 있다. 바로 타민족들과 또는 다른 단체들과의 연계 협력 즉 Collaboration이다. 교회가 학교 운영에서 일정 부분 시간이 자라면 더는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퇴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바로 연계 협력(Collaboration)의 부재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실 많은 한인 교회들에게서 우리 학교의 모델을 보고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그런데 80%이상은 학교를 하려는 이유가 교회가 주중에 비는데 그 공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찾다가 학교가 이상적일 것 같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발전에서 사실 건물이 주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런데 문제는 교회의 입장에서는 건물이 있기에 학교 운영은 매우 쉬울 것으로 생각하고, 개인이나 단체는 학교 건물을 찾을 수 없기에 학교 운영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짧은 5년의 경험에서 배운 것은 학교 운영의 승패는 건물이나 시설보다는 얼마만큼 다른 단체나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이루고 발전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현재 우리 학교의 신입생들 중 40%정도는 타 단체나 기관 또는 일반 고등학교나 커뮤니티 센터에서 우리 학교를 소개해 주어서 오는 학생들이다. 또한, 학교 수업과 병행하여 진행하는 수많은 프로그램들은 비영리단체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LA지역의 여러 고등학교의 카운슬러들을 만나고 혹 그 학교에서 학업을 마치지 못한 아이들에게 우리 학교를 소개해 주도록 알리고 설명하는 일, 타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만나 우리 커뮤니티에 이러한 학교와 프로그램이 있다는 일을 알리는 일, 이미 오랫동안 학교를 운영해 온 운영 책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노하우를 배우는 일은 개교한 날 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는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우리 교회나 단체 그리고 내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그 자체로 남아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는 그저 한 점일 뿐이다. 그러나 그 점이 다른 점과 연결되고 또 연결되어 상호협력되어 갈 때 우리는 그 한 점의 한계를 뛰어넘어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엄청한 큰 원을 그릴 수 있다. 이를 통해 비전이 현실이 되어가는 일들을 우리 눈 앞에서 보게 될 것이다. Collaboration, Collaboration, Collaboration!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계속>

LA사랑의교회 공립 대안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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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주소: 520 S. La Fayette Park Place #453, Los Angeles CA 90057
▷학교전화: (213) 385-5358
▷한국어 상담 및 문의: (714) 720-5113/이재영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