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목사.
(Photo : ) 김세환 목사.

인도 캘커타(Calcutta)에 가면 “반얀나무”(Banyan Tree)라는 아주 요상하고 정신 사납게 생긴 식물이 있습니다. 둘레가 오백 미터 정도 되는 넓은 숲 속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과연, 그 숲 속에서 반얀나무를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걱정하며 숲으로 다가 갑니다. 그런데 괜한 걱정입니다. 놀랍게도, 숲 전체가 한 그루의 “반얀나무”입니다.

딱 한 그루의 나무가 거대한 숲을 만든 것입니다. 어떻게 한 몸뚱이에서 그런 거대한 푸른 숲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한마디로 “거대한 신비”입니다. 그 비밀은 뿌리와 가지의 연관관계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반얀나무는 거대한 몸통을 지키기 위해서 여러 개의 나뭇가지들을 하나로 얼키설키 엮어서 또 다른 뿌리들을 만들어 냅니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가지 덩어리들이 뿌리로 탈바꿈하면서 여기저기에 땅을 뚫고 든든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는 나무를 받쳐주는 지지대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또 다른 가지들을 만들어 새로운 공간으로 뻗어 나아갑니다. 나무 곳곳에서 땅으로 뻗어 내려오는 “공중 뿌리들”이 마치 성황당에 걸려있는 울긋불긋한 천조각처럼, 을씨년스러운 공포를 자아냅니다.

이 반얀나무는 어쩌다가 이런 형태로 변화가 되었을까요? 이들이 자라나는 곳은 대부분 섬나라들입니다. 몇 년 전 하와이에서도 이 반얀나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수분이 턱없이 부족한 자연환경 때문에 그들은 필사적으로 수많은 가지들을 뿌리로 바꾸는 대변신을 감행합니다. 중년이 되어서도 자신의 불운한 출생 배경과 자라난 환경만을 탓하고 원망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즐비한 세상 속에서 반얀나무는 지혜로운 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큰 스승입니다.

속 시원하게 자기표현도 못하고,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지도 못하는 미력한 존재이지만, 자신을 어려운 환경에 잘 적응시켜 숲 전체를 바꾸어가는 반얀나무를 볼 때마다 마음 깊은 찬사를 보내게 됩니다. 세상 탓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지도 않습니다. 묵묵히 세상을 바꾸어가는 그들은 말 그대로 영험한 존재들입니다. 하늘로 치솟는 가지를 뿌리로 바꾸어 땅 속에 묻는 “희생”도 할 줄 알고, 연약한 가지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서로서로를 끌어안는 “지혜”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힘을 합쳐 미지로 뻗어갈 줄 아는 “용기”도 있고, 작은 움직임들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인내”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푸르디 푸른 숲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과 감동을 선사합니다. 반얀나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