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준 목사
(Photo : ) 권 준 목사

필리핀에서의 사역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편지를 씁니다. 아직도 제 안에는 씻겨지지 않는 가난의 모습과 냄새가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이 편지를 받을 때 형제는 예배의 자리에 있을 것이지만 형제와 좀더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비행기가 한국 땅에 닿기 전에 이 편지를 쓰려 합니다. 제가 보고 느꼈던 그 땅의 모습들이 형제의 마음에도 같이 느껴지기를 바라며 형제에게 필리핀의 소식을 전합니다.

 

우선 필리핀에 도착하였을 때의 느낌은 찜질방에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국도 올해 봄은 더디 오는 듯 하였는데 비행기가 도착하고 내린 곳은 더운 열기가 확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교회 방문과 가정방문이 이루어 졌습니다. 이번 여행은 컴패션의 한국 대표인 서정인 목사와 함께 7명이 동행하는 여행이었습니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여행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며 즐겁게 여행하였습니다.

마닐라 시에서 컴패션과 동역하는 교회를 방문하고 그 교회가 담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 중에 두 가정을 방문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집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집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필리핀 인구 1억 중에 30%가 절대 빈곤 가운데 살고 있다고 하니 우리가 눈을 돌리는 곳마다 가난은 공기처럼 흔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세부섬으로 갔습니다. 세부는 몇년전까지 한국사람들에게 선호도 1위의 신혼여행지였습니다. 세부로 사역을 간다고 해서 저역시 무슨 휴양지에서 사역을 하나 생각했었는데, 우리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도대체 휴양지는 어디에 있고, 비치는 있기는 있는 거냐는 질문을 서로 하면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마닐라보다 더 가난하고, 더 비참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고, 도무지 그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대를 이어가며 몰려 살고 있는 모습이 저와 함께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중 컴패션의 열매를 보았습니다. 한 아이를 지속적으로 교육시키는 것으로 인해서 아이들의 인생이 바뀌고 그 바뀐 인생으로 인해 그들이 그 가난의 굴레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음을 보게 된 것입니다. 후원자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한 아이를 후원해서 그들이 대학을 가고, 직장을 얻고, 자기 식구들을 부양하는 실질적 가장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난은 한번에 물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길을 가르켜 줄 수 있다면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어려운 곳에 먹을 것을 주고, 우물을 파주고, 교회를 세우는 것 모두 귀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을 키우는 일에는 단기간에 거둘 열매가 없기 때문에 쉽게 결정했다 쉽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더 귀한 일이 있을까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가난의 현장에서 필리핀 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변화시키기 원하는 하나님의 사람이 자라고 있는 것을 느끼며 그 아이들을 축복하며 돌아왔습니다. 형제의 기도도 그 땅에 뿌려 지기를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