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목사님, 서부로 가시더니 노 신사가 된 것 같아요.” 몇 주전 시카고에서 열린 한인 연합감리교회 전국 연합회 총회에 제가 목회하던 뉴저지에서 오신 여자 목사님께서 저를 보고는 잠깐 할 말을 잊으신 듯 하더니 하신 인사였습니다. 저도 뭐라고 받아서 말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할 말이 생각 나지 않더군요. 그러자 그 목사님께서 사태를 수습하시기 위해 다시 이렇게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예전보다 더 인자하고 부드러워지셨다는 말입니다.” 사실 그 분에게만 그런 인사를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뉴욕에 계신 60세가 넘으신 김00 목사님은 저를 보시더니 “제 선배님이신 줄 알았습니다”라고 하셔서 아주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친구 목사들은 아주 솔직하고 거침없이 “이목사, 왠 흰 머리가 갑자기 많아졌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흰 머리카락이 많이 생겼다는 말을 듣는 것이 싫었습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간다는 생각 때문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조금 나이가 들어 보여야 될 텐데’하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 싫은 느낌이 드는 것은 꼭 믿음 없는 목사라는 평을 듣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사람이 왜 흰 머리카락이 자꾸 생깁니까? 고민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으며 염려와 걱정이 많으면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들을 보면 머리카락이 쑥쑥 빠지든지, 머리가 갑자기 희어져 버리지 않습니까? 혹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고생을 많이 한 사람도 머리가 갑자기 희어집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목사가 사실은 스트레스 받고, 염려와 걱정이 많다니… 꼭 제 속마음이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염색까지 하고 나타날 용기는 없고, 이것이 제 마음을 참 무너지게 합니다. ‘내 믿음이 이것 밖에는 안 되는구나. 내가 하나님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내 마음에는 여전히 염려, 근심, 스트레스가 많구나. 교인들에게는 염려와 걱정은 하나님께 맡기라고 설교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성경에 보면 백발을 예찬하고 있습니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백발이니라.’ 오직 복음 전하는 것만을 위해서 평생을 살았던 노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니라.” 갑자기 제 생각에 ‘내가 흰머리가 날만큼 주의 일을 열심히 했다는 것이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면류관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흰머리 나는 것에 대해서 내가 무너지는 마음을 가질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흰머리가 날 만큼 그렇게 열심히 했다고 하나님께서 그렇게 보시는 것 같아서 흰머리에 대해서 이제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 흰 머리 나는 것 때문에 속상해 하지 마시고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면류관이라고 하셨다는 사실을, 나의 마음을 주님께 드릴 때 좋으신 주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위로해 주시고 힘 주신 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