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새벽마다 멕시코로 출발하는 교회가 있다. 사이프레스에 위치한 충만교회(이기철 목사)는 1996년 개척때부터 ‘선교하는 교회’를 비전으로 교회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선교에‘올인’하기 시작했다.

“개척교회가 선교한다고 해서 뭐 대단한걸 할 수 있었겠어요. 처음에는 사탕, 과자가 담긴 선물 보따리 싸들고 12월 25일 새벽 6시 무작정 멕시코로 떠나서, 재활원, 고아원 돌면서 나눠주는게 다였습니다. 그래도 돌아올때면 사는 보람을 느끼고 ‘아 이래서 내가 목회한다’는 뿌듯함이 가슴 가득했습니다”

이기철 목사는‘선교’와 ‘양육’의 열정에 있어서는 여느 20대 청년 못지 않은 목회자다. 이 목사는 딱 11년전 LA시온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기며 기도하던 중‘선교하는 교회’에 대한 비전을 받고 아무 연고도 없는 사이프레스 지역으로 내려와 개척을 시작했다. 교회가 조금 커질만 하면 반 이상 성도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겪었던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지만, 오직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만 붙들고 달려왔다는 이기철 목사. 이제는 조금씩 그 헌신과 열정의 열매가 맺어져 가고있다.

충만교회는 아직도 자체건물 없이 미국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리고 있지만, 선교지에는 이미 멋있는 교회를 하나 지어줬다. 올해는 교회 하나를 더 짓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성도들의 반대가 컸습니다. 우리도 먹을 게 없고, 교회도 없는데 왜 선교지에 다 퍼주느냐는 것이었죠. 하지만 선교가 없는 교회는 존재 목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성도들에게‘큰 교회가 선교지에 교회지어주는 건 흔한 일이지만 우리처럼 건물도 없는 교회가 지어주는 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성도들을 설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성도들의 마음이 움직이길 기도하면서 기다렸는데 한달만에 선교헌금이 다 모아졌습니다. 감사한 일이었죠”

충만교회의 선교방식은 단순하지만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한다. 왜 남미를 선교지로 택했냐는 질문에는 경비를 아껴 더 많이 돕기 위함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 몇번의 단기선교 이후 통역으로는 한계를 느껴, 지금은 현지 교단의 부흥사와 신학대생들, 교사들을 초청해 이들이 선교지에서 부흥집회를 열고 마음껏 선교하도록 돕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한다.

이기철 목사의 선교지에 대한 자랑과 이를 든든히 지원해주는 성도들에 대한 자랑은 쉼이 없었다.

“지금은 성도들의 마인드 자체가 선교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선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힘들지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할때 넉넉하게 공급해주신다는 것을 지금까지 오면서 참 많이 느끼고 체험했습니다. 한달에 30불이면 신학생 한명을 지원할 수 있고, 100불이면 작은교회 하나를 지원할 수 있는데 왜 개척교회라고 선교를 못하겠습니까? 또 감사하게도 적극적인 선교를 통해 청년들 사이에 선교사로 헌신하고자 하는 비전을 받은 이들도 있습니다”

전체 교인의 30%가 80년대 전후로 태어난 젊은층인 충만교회는 시작할때부터 청년 두명과 함께 한‘젊은교회’였다. 그러니 주변에서“장래성은 있는데 현실성이 없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기철 목사는 하지만 청년들을 제대로 양육해서 리더로 세우면 ‘장래성도 있고 현실성도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실제 이 목사는 청년양육을 위해 일주일 내내 교회에 머물며 청년 한명 한명을 친 자식 이상으로 돌보는 ‘가슴 따뜻한 목자’다.

89년도 달랑 2천불 들고 미국으로 유학온 이기철 목사 부부에게 맨주먹으로 맞서야 하는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사모는 웨이트리스로, 이 목사는 페인트일과 건물 메니저로 10년 넘게 풀타임으로 일하며 자녀 두명을 키우고 공부하는게 눈물나도록 힘겨웠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이 목사는 그 누구보다 유학생들의 어려움과 아픔, 초기 이민생활에 힘겨워하는 성도들의 눈물나는 사연을 귀담아 듣고 위로해줄 수 있게 됐다고 감사를 돌렸다.

“유학생들이 우리교회를 찾아오는 이유 중의 하나가 ‘맛있는 점심 한끼’라는 걸 이해합니다. 저도 그렇게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청년들에게 진정한 양식, 즉 말씀을 통한 영의 양식을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교재와 책을 통해 일주일에 한번씩 목사와 1:1로 2년 넘게 교제하다보면 목사와 성도의 관계가 정말 깊어지고 끈끈해집니다. 껄렁껄렁 하게 교회 들어와서 훌륭한 리더가 되서 나가는 겁니다”

유동성이 큰 청년층의 특성상 애지중지 키운 청년들이 직업이나 결혼 등을 이유로 다른 곳으로 떠날때 이 목사의 마음도 무척 허전하고 서운하기도 하단다. 하지만 어딜 가서도 꼬리가 되지 않고 머리가 되어, 그 교회와 공동체 가운데 리더로 섬기는 모습을 볼때, 어쩌면 ‘보이지 않는 큰 교회’를 세워 나가는 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위로삼아 늘 청년양육에 힘쓰고 있다.

이렇게 늘 청년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이기철 목사의 비결을 물으니 이 목사는 ‘눈높이’와 ‘사랑’이라고 답했다. 예수님께서 먼저 낮아지셔서 제자들의 발을 씻겼듯이 목사가 권위만 앞세우지 말고 친구가 되어 그 수준에 맞게 대해줄 때, 청년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 청년들에게 무엇인가 부탁할 때는 ‘청유형’으로 물어 서로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마음의 여유와 청소든 사역이든 같이 하려는 자세가 청년들의 마음의 벽을 허물어 버린다고 한다.

▲충만교회 성도들
그렇다고 충만교회에 장년층이 없는건 아니다. 모든 결정을 내리기 앞서 교회 장년층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열어 충분히 회의하고, 한 명이라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가 마음을 바꿀 때까지 기다린다. 가능하면 모든 사람이 이해하고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문제 없이 일을 이끌어 나가는 빠른 길이라는 게 이 목사의 생각이다. 또 교회장년층은 교회의 활발한 선교와 봉사사역의 든든한 후원자들이다. 한 예로 여선교회에서 정성껏 준비하는 주일 점심식사는 바로 청년들의 발길을 잡는 ‘결정적 이유’라고.

초등학교 3학년때 목사가 되겠다는 결심이후 한번도 장래희망이 바뀐적 없다는 이기철 목사. 고등학생때는 한얼산에 올라가 기도하다 성령세례를 받아 어린 나이였지만 대림동 성모병원에 몰래 들어가 날마다 아프고 힘든 이들에게 사영리를 전했다고 한다. 목회자의 길만 생각했던 그에게 있어 로마서는 ‘나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변화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죄에 약한 친구들을 정죄하고 판단하기도 했던 이기철 목사를 하나님께서 무너뜨리신 것이다.

“하나님과 이웃을 중심으로 마음이 바뀌니 나도 죄인이고 저도 죄인이니 어떤 사람도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교회 성도는 숫자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으로 소중하고 귀한 존재임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성도들과 갈등이 있어도 전 늘 지고마는 목사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성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목사가 아니라 ‘기도하는’ 목사가 되고 싶다는 이기철 목사가 성도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도 ‘기도’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도록 기도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맡기려는 자세가 충만교회 곳곳에도 베어있다. 그래서 충만교회는 청년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통성으로 기도하는 뜨거움이 늘 충만하다.

충만교회는 ‘기도’, ‘양육’, ‘선교’를 통해 작지만 도시와 해외선교를 위한 선교센터로 만들어 가는 것을 비전으로 달려 나가고 있다.

“교회건물이 생기면 24시간 열려있는 선교와 기도의 집으로 만들것입니다. 홈리스라도 들어와서 기도하고 쉬고 갈 수 있도록 복지시설도 갖추고 싶습니다. 하지만 역시 교회 건축 때문에 선교가 멈춰지는 일은 없어야 겠죠”

작지만 큰 교회, 선교에 대한 큰 비전을 품고 기도와 양육에 힘쓰는 충만교회와 이기철 목사, 그리고 든든한 지원자인 충만교회 성도들의 아름다운 행보를 더욱 기대해본다.

<사이프레스에 위치한 충만교회는 주일 오후 1시 대예배를 드리며, 정오에는 EM 예배가 있다. 청년제자훈련은 화요일 오후 8시, 장년 성경공부 및 기도는 목요일 오후 8시에 있으며, 월-금요일 새벽 5시 30분, 토요일 새벽 6시 30분 새벽예배가 있다. 주소는 5417 Cerritos Ave. Cypress, CA 90630, 전화는 714-827-6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