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흔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보는 창이라 말한다. 그런 면에서 손때 묻은 책들로 빼곡한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의 서재는 시대와 깊이 호흡하며 복음으로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애쓰는 한 목회자의 진솔한 삶을 읽기에 충분했다.

실제 민 목사는 남가주교협 부회장으로 섬기면서 버지니아 텍 참사 때는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여기에 꾸준한 저술활동과 현재 구상중인 이민사회를 위한 연구소까지.. 민 목사는 현장과 늘 호흡하며 복음을 세상에 전하느라 여념이 없는 목회자다.

이처럼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과 예리한 현실감의 균형이 트레이드 마크인 민 목사의 시작은 신학자 민종기 박사다.

민 목사는 풀러신학교에서 7년간 수학하며 정치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 웨스트민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과 기독교윤리학 교수로 4년 반을 섬겼다. 그러다 지금의 교회로 청빙을 돼 교수직과 목회자를 두고 3번 기도하는 가운데 동일한 응답을 듣고 충현선교교회 담임목사로 취임한 것은 2002년 12월부터.

▲충현선교교회 전경.ⓒ박소영 기자


사실 민 목사는 지금의 교회에서 신앙을 시작했다. 외로운 유학생 시절 주님을 만나, 정치학 박사 학위를 목전에 두고 목회자의 길로 돌아서서, 신학대에서 연단의 과정을 가는 내내 묵묵히 지원해준 어머니 품과 같은 교회였다.

또한 집사에서 전도사 그리고 목사 안수까지 지켜봐준 성도들이 가족과 같았다면 민 목사의 영적 아버지는 고 정상우 원로목사였다.

심방에서 충현교회만의 독특한 양육체계로

민 목사는 사역의 방향성 또한 원로목사가 시작한 사역을 더욱 확대·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 목사가 성도들과 심방 등 전통적인 목회 방식을 해왔다면 민 목사는 여기에 평신도 제자양육을 더하는 식이다.

양육 프로그램은 온누리교회의 일대일, 사랑의교회 제자훈련, 은혜한인교회 TD 등을 결합시키면서 이 교회만의 독특한 양육체계로 승화시키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불고기맞'으로 '불러서 고치고 기르며 맞선다'는 이 프로그램은 이민사회에서 상처받은 영혼을 부르기 위해 전도하고 부른 이들을 복음을 통해 영적으로 치유하고 길러서, 양육된 이들을 문화 및 사회 변혁을 이끄는 '빛과 소금'의 일꾼인 사회선교사로 쓰임받게 하는데 있다.

특히 이 모든 과정은 민 목사가 직접 체험하면서 배우고 도입해 교회 직분자부터 순차적으로 적용시키고 있다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한글학교, 이젠 한국학교로

민 목사는 2년 전부터 EM을 독립시켰다. 하지만 민 목사는 "상호보완적 독립체"임을 강조했다. 재정을 독립시켜 EM의 자립을 돕는 한편, 비전을 나누고 사역에 협력하는 방식이다. 또한 EM 가정에서 자라나는 자녀를 위해 교육에 비중을 두는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한글학교 대신 한국학교라고 칭하는 것에 민 목사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처럼 민족과 언어를 포기하고 완전히 동화된 경우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렇게 좋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회가 자라나는 2세들에게 우리 민족의 언어와 문화 등을 가르쳐 민족적 정체성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하나님 나라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줄 때 우리 민족에게 주신 특별한 민족적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남미선교는 북미가 책임져야

선교는 중남미 지역이 일순위다. '중남미는 북미가 부담감을 갖고 선교해야 한다'는 민 목사의 선교 방침임을 힘있는 어조로 말했다. 특히 '범인디언권 선교'를 구상중으로 멕시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등을 중심으로 원주민 선교를 크게 엮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중국, 북한, 몽골과 라오스, 베트남 등 아시아권도 주요 선교지로 소외되고 힘없는 이들이 대상으로 선교하고 있다.

현재 교회는 1985년 개척을 시작으로 1년에 1명씩 단독 선교사를 파송중이다. 작년 12월 기준 13개국 37명의 선교사와 15개국 20명의 선교사를 단독 또는 협력지원 하고 있고, 전문화된 해외선교는 '충현새일세계선교회'를 둬 전담토록 하고 있다. 또한 교회내 선교부는 홈리스, 교도소, 자연보호 등 커뮤니티 차원의 봉사와 선교에 적극적이다.

한편, 2003년 11월에 입주한 교회 건물은 사무용 빌딩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성도들을 담기에는 좁은 감이 있어 현재의 본당 옆에 새 예배당을 착공중으로, 내년에는 1500여명이 수용가능한 새 본당을 건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