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남가주지역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이민가정을 세우고 돌보는 가정사역단체를 만나봤다. (편집자 주)

‘도움은 전화처럼 가까운 곳에’ 생명의 전화

“일이 터지기 전에 상담 받고 가야 합니다. 부부간 불화, 자녀문제, 이민정착의 어려움, 경제 문제 등 혼자만 겪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전화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 도움이 될 말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일단 마음이 풀리고 문제를 대하면 심각한 상황까지 발전하지 않습니다”

생명의 전화 박다윗 목사는 끔찍했던 가정참사로 얼룩졌던 지난해 4월의 악몽이 반복되지 않을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4월 16일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으로 또 한번 마음이 저리고 아팠다고 한다.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 전에 전화 한번만 했더라도…’

“솔직히 폭발만 하지 않았지 이민가정은 많은 문제의 씨앗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떤 경우라도 가볍거나 무겁거나 365일 늘 열려있는 생명의 전화로 전화 하시면 어떻게든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파국을 향해 달려갈 때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춰야 하는데, 알면서도 끝까지 가는 분들을 볼 때 마음이 가장 아픕니다”

생명의 전화는 힘들고 지친 이민생활의 작지만 꼭 필요한 도움이 되고자 1998년 박다윗 목사에 의해 시작됐다. ‘전화 한 통이 뭐 그리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나’ 싶지만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이 한발자국도 더 나갈 수 없이 절박한 상황에 몰린 이들에게 ‘전화 한 통’은 그 어떤 도움의 손길보다 고마운 생명의 끈이 되어왔다.

현재 생명의 전화는 수십 명의 상담원들이 매일 저녁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상담의 문을 열고, 언제 어디서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사연을 들어주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되기 위해서는 50시간의 상담교육을 받아야 한다.

박다윗 목사는 빛도 없이 어두운 곳에서 섬기면서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봉사자를 찾기 위해 무료 세미나를 여는데 수료하는 분들은 처음의 반정도 밖에 안됩니다. 수료하신 분들 가운데 실습도 할 겸, 한 일년 정도 봉사를 권하지만 응하는 분들은 적은 편이죠. 또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데 교회를 돌며 홍보하고 후원을 요청하지만 쉽진 않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이민사회 생명의 끈이 되어 9년을 한결같이 이어온 ‘생명의 전화’사역에 거는 박다윗 목사의 꿈과 비전은 크다.

그 중의 하나가 한인사회와 뗄래야 뗄 수 없는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위한 생명의 전화를 여는 것이다. 한인사회와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이들을 보듬는 다면 히스패닉 커뮤니티에도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패니쉬를 할 수 있는 히스패닉 목회자와 봉사자를 찾고 있고 구체적으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또 한가지 비전은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셔서 조그만 공간이라도 허락하신다면 전화 상담뿐 아니라‘종합사회복지’센터를 만들어 외롭고 고된 이민자들의 쉴만한 언덕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생명의 전화는 100% 비밀을 보장한다. 기독교정신으로 설립돼 운영되며, 신앙상담을 비롯해 일반상담도 가능하다. 전화 213-480(383)-0691 / 866-365-0691(타 주에서 전화할 때)

‘대화를 잘 해야 가정이 행복합니다’ 한인가정상담소

“가정에 어려움이 있을 때 흔히들 ‘지금의 문제가 나중이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라고 막연한 기대를 합니다. 하지만 지금 해결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크게 문제가 될 뿐입니다. 지금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않고 문제를 덮어두고 가면, 시간이 지나 안정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5월이 가정의 달인만큼 가족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보고 해결이 어려우면 전문가를 통해서라도 해결해야 합니다. ‘말’이 통해야 가족입니다”

▲한인가정상담소 피터 장 소장
한인가정상담소 피터 장 소장은 ‘가족간의 대화’ ‘부부간의 대화’를 무엇보다 강조한다. 부부, 가족간 갈등 전문 상담사인 피터 장 목사는 하루에도 몇 명씩 크고 작은 가정문제를 안고 찾아오는 이들을 상담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말이 통하는’ 부부관계를 만들기 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미국에 홀홀단신으로 건너온 유학생 남자와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민 온 1.5세 여자와 결혼했고, 서로 많이 외로웠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처지를 이해하지 못해 처음 3-4년은 많이 싸우고, 한번 싸우면 몇 일씩 말도 안 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아내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다는 걸 알고 부부가 함께‘얘기듣기’여행을 떠나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결혼 13년 차인 피터 장 소장 부부는 이제 서로 대화가 통하는 가장 친한 친구로, 어려움이 생겼을 때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올 해 상담건수는 작년 분기와 비교해 조금 더 늘어났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면은 ‘가족간의 갈등’, ‘부부간의 갈등’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민생활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생기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관계가 대화 없이 지속되면 감정적으로 쌓여 자칫 폭력과 범죄로 폭발할 수 있습니다. 먼저 부부간에 정보성 대화만 아니라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대화를 계속 시도해야 합니다”

한인가정상담소는 남가주 지역 한인동포 중에서도 여성, 어린이, 저소득층 가정을 돕기 위해 한국 가정법률상담소 창설자인 이태영 박사와 이민 1세대 한인여성들에 의해 가정법률상담소라는 이름으로 1983년 출발했다. 지금은 봉사의 범위를 넓혀 매주 부모교실과 화 조절 클래스, 한인남성을 대상으로 원만한 동반자 관계와 가정생활을 돕기 위한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가정참극이 벌어진 이후 24시간 핫라인을 개통해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5명의 상담전문가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상담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24시간 핫라인 888-979-3800 / 213-389-6755.

‘삶에 지친 아버지의 어깨를 다독이는’ 두란노 아버지학교

‘주님 제가 아버지 입니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슬로간 하에 시작된 두란노 아버지 학교는, 이민생활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이민자 아버지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삶의 용기와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미주지역 한인교포 사회의 아버지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경건한 남성, 가정의 목자, 교회의 지도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해 갈 수 있도록 격려하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영적인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미주본부장 현덕인 집사는 첫 평신도 지도자로서 본국에 이어 2000년 5월에 시작된 미주 두란노 아버지학교의 놀랄만한 성장(전국 44개 도시 개설, 1만 1천 여명의 수료자 배출)을 이어받아“가정과 일군을 세우고, 남성들이 영적으로 견고해져 교회 부흥을 앞당기는 일에 아버지 학교가 쓰임 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두란노아버지학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잊을 만 하면 발생하고 있는 끔찍한 가정참사에 대해 현덕인 집사는“심각한 문제를 예방하려면 가정이 제대로 세워져야 합니다. 가정이 제대로 세워지려면 아버지가 제대로 세워져야 하구요. 아버지를 어떻게 세울 수 있습니까? 하나님 말씀 안에서 하나님께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한 가정에 머리로 세워주신 뜻을 알고 자기 정체성을 깨달아 변화돼야 합니다”이라고 예방책을 내놓기도 했다.

아버지 학교는 아버지 서약식, 세족식, 영상편지, 외부인사 강의 등이 주 내용을 이룬다. 미주지역 아버지학교는 2주간 토,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개설돼 있으며, 아버지 학교 수료뿐 아니라 지역사회 봉사 및 선교에도 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미주본부 213-382-5454

‘이민 1세대와 2세대를 잇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기독교가정문제 상담소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람이 변화를 수용하려면 우선 안정된 생활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이민가정은 다른 이들에게 30-40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를 단 몇 년 안에 수용하고 가야만 합니다. 그 결과 이민가정 자체에 가라앉아있는 불안과 불안정이 있습니다. 더욱이‘친밀감’에 대한 훈련이 거의 없었던 이민 1세대 부모와 이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민 2세대 자녀들간에 갈등은 당연한 일입니다.”

주님의영광교회(신승훈 목사) 내 가정사역분과에서 풀타임 사역을 해왔던 염인숙 전도사는 그 동안의 경험을 살려 그 영역을 교회 밖으로 확장시켰다. 상담이 절실하면서도 교회로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하는 이들을 보면서, 정작 어려운 이들을 섬기려면 그 중심으로 들어가야겠다는 결심에서다. 이후 사무실로 찾아와 교회에서조차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과 아픔을 털어놓는 교인들과 일반 상담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기독교가정상담소 염인숙 전도사
어려움을 겪는 이민가정을 위해 염 전도사는 ‘초심과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조언했다.

“교회와 깊숙이 연결돼있는 이민사회에서‘믿음생활 잘 한다’는 생각으로 문제가 있어도 드러내지 않고 덮어만 두려고 하는데, 하나님 말씀대로 자신의 삶을 솔직히 돌아보고 문제가 있다면 해결함을 받고 가야 한다”

또 자녀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갖는 정체성의 혼란과 정서적 결핍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 전도사에 따르면 이민 1세대 부모가 갖는 오해 중에 하나는‘자녀들은 미국에서 자랐으니 미국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2세대 자녀들은 물론 미국적인 요소가 크지만, 여전히 1세대로부터 물려받은 한국적 정서가 있다. 부모가 싸우고 이혼하면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 상처와 아픔은 정말 크다는 것이다.

“미국에 있는 한인 청년들은 겉으로는 충분히 성숙해 보이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혼돈과 불안이 존재하고, 인생경험이 적어 아직 비성숙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이 염인숙 전도사의 생각이다.

기독교가정문제 삼담소는 이민사회가 내적인 가정의 회복으로 힘을 받고 나아가 교회와 사회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영적인 힘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비전을 갖고 있다. 또 2세 사역에 미래가 달려있다는 목표로‘어떻게 하면 경건하고 단단하게 2세들의 터전을 마련해 줄 것인지’를 1세들과 고민해가고 있다.

문의전화 706-381-7554 / 626-705-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