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탁월한 식견을 제시해온 이성희 목사(서울 연동교회 담임)가 호주를 찾았다. 시드니 청운교회 창립 2주년 기념집회 강사로 방호한 이성희 목사는 집회 기간 동안 시드니의 성도들에게 올바른 신앙관을 심어주는 한편, 교역자 및 평신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포스트모던 시대의 영성적 교회’에 대해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집회 기간 중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바로 셋째날인 13일 ‘세계화 시대의 이민교회’라는 주제의 강연이었다. 길지 않지만 스스로도 이민 목회를 경험한 바 있는 이성희 목사는, 이민교회의 성경적 의미와 이민교회 및 교인들이 감당해야 할 역할에 대해 열정적으로 강연했다. 다음은 이성희 목사와의 일문 일답.

-이번 호주에서의 강연 중 특히 ‘세계화 시대의 이민교회’라는 강연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민교회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1980년대 미국에서 유학을 할 때 잠시 목회를 하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애초에 목회를 하려고 미국에 갔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민 목회를 경험하면서, 세계화 시대를 맞아 이민교회가 오히려 본국의 교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포로기에는 본국민 아닌 소수의 포로들이 역사 주도

-특별히 어떤 점에서 이민교회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되셨는지요.

“지금은 세계화 시대이고, 세계화 시대는 세계화가 잘 된 사람들의 시대입니다. 그리고 이민자들은 세계화 작업이 잘 이뤄진 이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들은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훈련을 받았고, 바로 그렇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인재들이 될 수 있습니다. 성경에도 구약을 보면 포로기에는 본국에 있는 수백만의 백성들이 아니라 이방에 끌려간 수천에 불과한 포로들이 역사를 이끌어갑니다. 다니엘, 에스겔, 느헤미야, 에스더 등이 모두 그런 인물들이지요.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등도 결국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나아간 자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본토에 머물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가 세계를 구원하길 원하십니다.”

-이민교회가 그같이 중차대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결국 교회의 사명은 사회를 섬기고 봉사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2세들이 전 세계를 이끌 인재로 양육돼야 합니다. 예레미야가 포로로 잡혀온 이들에게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말고 정착하고 결혼해서 아들을 낳으라’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앞으로는 ‘한국인’이 아닌 ‘세계 속의 한국인’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개인적으로 영주권과 시민권 사이에서 갈등하지 말고 과감히 시민권을 받아 주류사회로 진출하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방에 와서 이 나라의 것을 누리기만 하며 단순히 잘 먹고 잘 살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국가에 공헌해야 합니다. 성경을 봐도 다니엘은 유대인이지만 세계 제국인 바사의 정치와 문화에 능통하여 그 나라의 총리가 되었습니다. 요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계화 작업과 동시에 한국 기독교의 전통은 지켜야

-그러나 세계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이 약화되지는 않을까요?

“세계화는 우리의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요셉은 애굽의 총리가 되어 애굽에서 일하며 세계를 구원했지만 자신의 시체만큼은 가나안 땅에 묻어달라고 당부합니다. 다니엘 역시 이방의 나라에서 자라고 정치를 했지만 식습관과 예배 등은 철저히 유대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신토불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세계화의 모델입니다. 물론 무조건 신토불이만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정말 신토불이해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한국 기독교의 영성과 신앙의 전통입니다.”

-세계화 작업을 하면서 한국적 전통도 유지하려면 이민교회의 독특한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유대인들은 원래 성전에서 하나님을 섬겼습니다. 그런데 성전이 없는 이방에 끌려오게 되자 회당을 만들어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는데, 이민교회가 바로 이 회당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성전은 단순히 예배만 드리는 곳이었지만 회당은 포로로 끌려온 이들이 함께 ‘예배’도 드리고, 유대 전통을 ‘교육’하며, 이역만리에서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교제’도 나누는 곳이었습니다. 이민교회 역시 예배를 드리는 동시에 한글과 태권도 등을 교육하고, 이민자들이 서로 위로하며 교제하는 공간을 지향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포로들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나라의 역사를 이끌었고, 회당을 만들어 ‘하나님은 성전 안에만 갇혀 계신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 편만하시다’라는 신관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히브리어 성경을 헬라어로 번역해 유대교를 세계화했습니다. 이민교회가 자부심을 갖고 그같은 역할을 감당해줘야 합니다.”

해 아래 새 것 없듯, 기본 회복이 미래의 패러다임

-평소 <미래목회 대예언>, <미래 사회와 미래 교회> 등을 저술하는 등 미래의 교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탁월한 식견을 제시하고 계신데, 미래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신 동기가 무엇입니까.

“17년 전 연동교회에 부임했는데 당시 연동교회는 창립 100주년을 맞던 때였습니다. 교회는 100주년을 기념하며 축제를 벌이는데 저는 혼자 갈등에 빠졌습니다. 이 교회의 과거에 제가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100년 이후, 미래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왜 많은 이들이 내가 목회를 한창 할 21세기에 교회가 어려워질 것이라 이야기하는가?’라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최근의 저서를 보면 주된 내용이 ‘미래의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역설적으로 과거에서 찾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초기에 펴낸 책들을 보면 먼저는 패러다임 변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앞으로 목회하려면 30가지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와서는 소위 ‘고대 미래’라는 분야를 연구하게 됐습니다. 고대와 미래는 패러다임이 일치하고 미래는 결국 고대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미래를 알려면 고대를 봐야 합니다.”

-고대의 어떤 면을 미래의 교회가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가장 원형적 교회는 출애굽 이후의 ‘광야 교회’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을 하고 가나안까지 나아가는 그 과정 자체가 교회입니다. 이 모형은 구원 받은 백성들이 하나님 나라를 향해 가는 도정과 일치합니다. 출애굽의 목적은 제사였고, 하나님께서는 출애굽한 백성들에게 만나와 율법과 성막을 주시는데 이것이 바로 미래 교회의 핵심입니다. 미래의 교회 역시 그 목적은 예배(제사)가 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신령한 양식(만나), 말씀(율법), 성전(성막)을 갖춰야 합니다.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듯,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미래의 패러다임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민교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도 잠시 경험해 봐서 알지만 이민 목회는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를 맞아 우리가 이 나라에서 하나님 나라와 세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해줬으면 합니다. 이민교회가 분열되기 쉽지만 그 같은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당당하게 살아줬으면 합니다.”

시드니=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