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존경하는 목사님으로부터 미국 사회에 널리 퍼졌던 선교의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8-19세기 미국 교회에는 아주 특이한 현상이 있었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선교의 열정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이다. 약간의 신앙만 있으면 누구든지 선교에 참여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그 특이한 미국 교회의 선교 열정이 수많은 선교사들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힘이 되었고 선교의 세기를 열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미국이 건국 때부터 기독교적인 영향력이 큰 나라였고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 세계를 변화시킬 정도의 선교역량을 품게 된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의 미국이야 단연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자 부국이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열강에 비하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이민자들의 나라에 불과했다. 그런 미국이 전 세계에 복음을 전파하는 나라가 된 것은 하나님의 섭리를 떠나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던 미국의 선교가 20세기와 21세기 들어서면서 조금씩 식어가는 반면 놀랍게도 미국이 복음을 전한 땅 끝의 작은 나라, 한국의 백성들에게 그 선교의 불길이 옮겨 붙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대 한국의 크리스천들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슴에 선교의 열정이 불타고 있다. 그 선교의 열정은 젊은이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하나같다.


우리 장모님은 딸네 집을 방문한 것 빼고는 외국을 가본 일이 없고 해외여행에 관심도 없는 분이시다. 그런 장모님조차 꼬깃꼬깃 모아두었던 통장을 털어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나라에 가서 하다 못해 땅이라도 밟고 기도하겠다고 하는 모습은 놀랍기 그지없다.


고맙게도 하나님께서는 우리 민족의 가슴에 세계선교의 열정을 주심과 동시에 역사상 보기 드문 경제발전을 이루어 그 선교의 열정을 뒷받침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이 모든 일이 어찌 우연이랴! 이민교회는 이 시대 우리 민족의 선교열정의 선봉에 서 있는 교회들이다.


이민교회는 철의 장막이 쳐 있어 한국 교회가 미처 들어갈 수 없었던 시기에 그 선교지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한국 교회가 중국에 들어갈 수 없었을 때 이민교회는 이미 중국의 조선족 교회와 더불어 선교를 시작했고, 한국교회가 러시아에 들어가지 못하던 시기 이미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선교를 시작했다. 모두가 다 미국시민권을 가진 이민교회 성도들이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다.


그 후 닫혔던 문이 열리면서 한국 교회가 물밀듯 이런 선교지로 진출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이민교회의 사명과 역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더러는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좋은 직업과 직장을 포기하고 떠나기도 하고 더러는 은퇴 후 이제는 편히 쉴만한 연세에 가장 험한 지역의 선교를 자원하시기도 한다.


세상의 이치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다. 하나같이 귀한 교회의 일꾼인 이들을 떠나보내는 것은 목회자로서도 섭섭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누군들 편안한 삶을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그 어떤 안락함의 유혹으로도 꺾어지지 않는 주님을 향한 사랑과 영혼을 향한 열정을 그들의 모습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