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지난주 금요일(7월 29일) 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 부채한도 상한 증액 협상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대치하던 때였다.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있을수 없다면서 자기네 협상안을 고집하고 있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4일 뒤 세계최고 경제대국 미국은 채무상환불이행(디폴트) 상태에 처하게될 운명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단 베이너 의장에게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베이너 의장이 마련한 공화당 측 협상안이 당 안팎의 반대를 넘어 하원 투표에서 가결된 것에 대한 형식상의 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미 이 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상원에서 부결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에 가면 부결될 것 잘 아시죠? 자 이제 우리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갈지 얘기해봅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통화한 후 만 48시간 가량이 지난 일요일(7월31일) 밤 8시15분 두 사람은 다시 통화를 했다. "자 이제 된거죠?"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도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숨막히는 물밑협상이 마무리돼 미국이 디폴트를 피하게 된 순간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부채협상이 막판 48시간 동안 백악관과 미 의회 지하룸 등을 오가면서 숨가쁘게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희망의 빛이 보이다가도 실패가 눈앞에 다가와 숨이 멎을 듯 긴장하기도 했다. 부채협상이 이처럼 진통을 겪는 것은 지난해 11월 미국 총선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베이너 의장이 이끄는 공화당이 거부할 경우 의회 통과가 안되기 때문에 양당의 의견이 갈라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번 부채협상에서 막판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조셉 바이든 부통령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주 바이든 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동료였던 맥코넬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금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회신이 왔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공화당의 베이너 협상안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하원에서는 이 안이 통과됐고 상원에서 민주당이 부결시켰다.


반대로 공화당은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제출한 협상안을 하원에서 부결시켰다.


서로 상대방 안에 대해 가차없이 부결시켜버린 이 때가 수개월간 힘들게 진행해온 부채협상에서 최악의 시기였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시한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양측은 서로에게서 너무 멀리 와버려 전혀 타협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양당에서 누구도 수정안을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리는 "이때 솔직히 두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가 되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맥코넬 대표가 바이든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 이때 바이든 부통령은 정부가 타협을 위해 마련해두었던 목록을 갖고 있었다. 백악관이 의회 논란 당시 정리해두었던 내용들이다.


문제는 맥코넬 대표가 바이든 부통령에게 타협을 제안할지 여부였다. 양측은 기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창문도 없는 의회 지하 방으로 갔다. 이때 오바마의 대의회 수석 로비스트 롭 네이버스가 베이너 의장의 수석보좌관 배리 잭슨에게 정부의 제안을 일부 이야기했다. 그때서야 협상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두시간 뒤인 오후 3시30분 백악관으로 보좌진을 불러 협상 내용을 들었다.


양측은 서로가 절대 양보하지 않을 사안은 접어둔 채 양보 가능한 사안에 대해 집중 협상했고 이것이 향후 미국 재정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