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심하고 기온차가 심하여 평소 폐가 약하고 천식이나 기침을 앓고 계시던 환자 분들이 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해수(기침)는 폐계 질환의 주증상으로, 기침할 때 소리만 나는 증상을 해 소리 없이 가래만 나오는 증상을 수라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두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해수라 부르는 것입니다. 폐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호흡으로, 외부의 공기를 체내로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폐기의 정상상태에서의 운동은 아래로 내려가려는 성질과 밖으로 향하는 성질을 갖는데, 이를 선발숙강이라고 합니다. 선발숙강기능에 문제가 생겨 기가 거꾸로 올라와서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기침인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서양의학과는 많이 달라서 기침의 원인을 외감과 내상으로 분류하는데, 외감해수란 우리 몸 바깥에서 감촉되어 생긴 기침을 말하며, ‘풍한서습조화’라는 여섯 가지 나쁜 기운 즉 육음에 의해 유발 된 것입니다. 내상해수는 ‘희노우사비공경’ 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오장육부에 관련되어 각각의 장기에 특징적인 기침이 나타나게 됨을 말하는 것입니다.

해수는 본질적으로 폐장의 기능실조를 표현하지만, 인체는 모든 장부의 기능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당연히 모든 장부의 이상을 함께 진단해야 합니다. 이러한 진단방법은 한의학의 전형적인 것으로 해수가 발생하는 데는 오장육부 중에서도 특히 폐장․비장․신장의 기능이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화흡수기능의 중심인 비장의 기능이 저하되면 습한 기운이 과다하게 생기고 그것이 쌓이면 비장에 비생리적인 체액인 담이 생겨 이 담이 폐로 올라가 폐에서 객담이 되어 기침과 함께 배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방의 고서에「폐는 저담의 기, 비는 생담의 원」이라는 말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또 신장의 양적인 기능이 저하돼도 비에 담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은 마치 밥 지을 때 아궁이의 불(신양)이 적당해야 밥이 잘 되며, 아궁이의 불이 약하면(신양허) 밥이 잘 익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신양허가 생기면 비위를 잘 돌볼 수 없어서 담을 만드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됩니다.

임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외감해수로는 감기와 동반되는 기침이 있으며, 풍수, 한수, 풍한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별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수는 주로 풍한사에 의해 나타나는데, 날씨의 변화가 급격한 환절기나 가을, 겨울에 해수의 발병이 집중되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풍사는 바람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변화무쌍하며, 한사는 말 그대로 차가운 성질이 강하여 외감해수는 발병이 비교적 급하고 병의 과정도 짧으며 춥고 열이 나며 몸이 아픈 증상이 동반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해수의 치료는 폐의 사기를 제거하고 폐기의 순환을 원활히 하는데 중점을 두고, 가래가 동반될 경우 거담(담을 제거)하는 약물을 가감하여 줍니다. 피부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주고, 진피, 목향, 지각 등의 약재를 사용하여 정상적으로 폐기가 운행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행인(살구씨), 상백피(뽕나무 뿌리껍질), 백과(은행) 등은 기를 내려주고 폐의 사기를 쫓아냄으로써 기침을 멎게 하며, 반하, 길경(도라지)은 담을 제거하는 효능이 뛰어나 가래가 나오는 기침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상해수는 관련된 다른 증상들을 살펴 기침의 원인이 되는 장부의 손실을 복구하여야 근본적인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다음 주에는 기침에 좋은 차와 도움이 되는 생활요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LA 동국대학교 한방병원장 조선혜 213-487-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