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선수단이 연일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신성 모태범과 이상화의 맹활약을 앞세운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등으로 종합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당초 한국은 금메달 최대 6개, 종합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했으나 기대치 않았던 스피드스케이팅이 새로운 효자종목으로 떠오르면서 목표를 상향조정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금메달 6개도 버거워보였는데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미터에서 모태범과 이상화가 금메달을 석권하면서 내심 금메달 7개까지 염두에 두는 위치에 섰다. 남자 500미터는 이규혁, 이강석이 아닌 모태범이라는 선수가 예상 밖의 결과였다면 여자 500미터는 동메달 정도가 유력해보였던 이상화의 금메달 획득이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김연아-남자 쇼트트랙 ‘쾌청’

한국은 쇼트트랙 남자 1,500미터,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미터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했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미터와 1,000미터에서 은메달을 더했다.

앞으로 최대 금메달 4개까지 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확실한 종목은 이정수, 이호석, 성시백이 동시 출전하게 될 쇼트트랙 남자 5,000미터 계주다. 어이없는 장면이 연출되지 않는 한 금메달을 예약했다고 봐도 무방한 종목이다.

뒤이어 가능성이 높은 종목 역시 쇼트트랙 트리오가 동시 출격하는 남자 1,000미터다. 80% 이상 금메달이 확실시된다.

그 다음은 피겨스케이팅의 기대주 김연아다. 19일(현지시간) 김연아가 결전의 장소인 밴쿠버에 전격 입성하면서 기대감이 폭발하고 있다. 여자싱글에 출전하는 김연아는 독보적인 세계챔피언 자격이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이 부문 금메달이 가장 유력한 카드다.

쇼트트랙 남자 5,000미터 계주와 1,000미터,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이 예상대로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한국의 금메달 수는 역대최다 타이인 6개로 늘어난다.

여자 쇼트트랙은 ‘먹구름’

이제 목표치까지 남은 건 금메달 1개다. 그런데 이 1개가 문제다. 관건은 여자 쇼트트랙의 선전여부다. 선수단은 올림픽 5연패에 도전하는 여자 3,000미터 계주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중국세에 완전히 밀려난 양상이다. 지난 여자 500미터 결과는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은별, 조해리, 박승희 등 세 선수가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결승진출에 동반실패, 우려감만 더했다.

500미터의 절대강자 왕멍을 앞세운 중국은 여자 1,000미터, 1,500미터에서도 조우양의 기량이 한국을 앞지르는 모습이다.

여자 쇼트트랙이 분발해줘야만 목표달성이 가능한데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한때 가장 안정적인 ‘금밭’이었던 여자 쇼트트랙의 추락세가 세월의 무상함마저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여자 쇼트트랙보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미터와 10,000미터에서의 메달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한국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등의 역대최고 성적을 냈다. 새 역사창조의 고지까지는 불과 한 발짝이지만 그 한걸음이 참 멀어 보인다. 결국 열쇠는 여자 쇼트트랙이 쥐고 있다.

정재호 기자, kemp@uk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