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올 때부터 형에게 지지 않으려고 형의 발꿈치를 붙잡고 태어난 야곱은 아버지 이삭이 나이 많아 죽기 전에 아들을 축복하려 하자 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인 에서에게 내리려는 장자의 축복을 가로 챈다.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명분을 빼앗기고 장자의 복까지 빼앗겨 두 번씩이나 속은 형 에서는 동생 야곱을 죽여 그 한을 풀리라고 하였다. 큰 아들의 이러한 말을 들은 리브가는 하란에 사는 자기 오빠 라반에게로 작은 아들 야곱을 피신시킨다.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도망갈 때 야곱의 나이가 몇 살이나 되었을까? 가끔 성경 그림책을 보면 야곱이 도망가는 청년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과연 몇 살 때 도망 갔을까를 계산해 보자.

야곱은 20년을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봉사하며 요셉까지 열 한 아들을 낳았으며(창 31:41) 고향 땅에 돌아와서 막내 베냐민을 얻어 모두 열 두 아들을 두었다. 요셉을 낳았을 때 야곱은 라반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으나(창 30:25) 라반이 붙드는 바람에 6년을 더 일하며 양떼와 노비와 낙타와 나귀를 많이 거느리게 되었다. 따라서 야곱이 도망친 후 14년 만에 요셉을 낳은 셈이다.

야곱의 아들 요셉은 17세에(창 37:2) 형들에 의해 이스마엘 상인들에게 팔려 애굽으로 간 후 하나님의 은혜로 바로왕의 꿈을 해석해 준 덕택에 30세에 애굽의 총리가 된다(창 41:46). 총리가 된 후 요셉이 해몽한 것과 같이 7년 동안 풍년이 들었지만 곧이어 흉년이 계속 되자 야곱의 아들들이 곡식을 얻으러 두 번이나 애굽으로 내려와서 형제들이 다시 상봉하게 되니 이 때가 요셉 나이 39세이다(창 45:11). 야곱은 자기를 판 형들에게 조그만 앙심도 품지 않고 다 용서 했으며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 45:5)라고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인도하심이 있었음을 그 형들에게 말하였다. 바로가 보낸 수레를 타고 온 가족과 함께 애굽으로 내려온 야곱은 그 때 나이가 130세이었다(창 47:9). 야곱은 147세까지 애굽에서 17년을 더 살았다(창 47:28).

이제 야곱이 아버지 이삭과 형 에서를 속이고 고향 땅을 떠나던 나이를 계산해볼 준비가 된 셈이다. 야곱이 애굽에 온 나이 130세에서 당시 요셉의 나이 39세를 빼면 야곱은 91세에 요셉을 낳은 셈이고 요셉을 낳기 14년 전에 외삼촌 라반의 집에 갔으니까 91세 빼기 14년을 하면 야곱은 77세에 아버지 이삭과 같이 살던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갔던 것이다. 아버지와 형 에서를 속이고 도망가던 야곱은 청년 야곱도 아니고 장년 야곱도 아니었던 것이다. 77세의 노인이 도망친 것이다.

한편, 야곱이 팥죽 한 그릇에 형 에서로부터 장자권을 빼앗은 때는 언제쯤 일까? 역시 그림 성서에 보면 소년 야곱이나 청년 야곱의 상으로 그려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에 관한 정보는 성경에 자세히 나와 있지 않지만 오스왈드 센더스는 그의 명저 ‘영적 성숙’이란 책에서 아마도 70세 정도였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70세에 팥죽 한 그릇으로 형을 속인 후 다시 7년 만에 형과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에게 내리는 아버지의 복을 다 가로 챈 것이다.

야곱이 얍복 나루에서 하나님과 씨름하던 나이가 97세라는 것도 우리를 놀라게 한다. 100세 된 노령에 하나님과 씨름하여 이겼으니 말이다. 물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주시기 위해 일부러 야곱이 이기게 하셨지만, 하나님과 씨름하다가 허벅지 관절이 어긋난 야곱은 50년 동안을 다리를 절면서 살아간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기억해야 될 교훈은 바로 에서와 야곱 쌍둥이의 어머니인 리브가 이야기이다.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속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주고 옆에서 크게 동조한 사람이 바로 리브가였는데, 이 리브가는 결국 야곱을 더 이상 만나보지 못한 것이다. 야곱이 하란으로 떠나던 날이 그들 모자의 마지막 만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삭은 야곱과 헤어진지 20년만인 그의 나이 157세에 야곱을 다시 만나 같이 지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