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아프가니스탄의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기지가 자살폭탄테러 공격을 받아 8명이 사망하는 등 최악의 참사가 발생, 세계적인 관심사로 등장했다.

숨진 요원들은 CIA의 특수활동국(Special Activities Division, SAD) 소속으로 알려져 SAD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SAD의 작전은 두갈래로 나뉘어 진다. 하나는 심리전과 같은 정치적 목적이고 또 다른 분야는 준군사작전이다. 이번 테러공격으로 사망한 요원들은 SAD 산하의 특수작전집단(Special Operations Group, SOG) 소속으로 보여진다.

SOG는 특급비밀로 분류된 부서여서 요원들의 숫자를 알기란 불가능하다. 500~600명에 이를 것이란 소문만 나돌고 있을 뿐이다.

SOG는 거의 모두 군 특수부대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육군에선 델타포스와 레인저 부대, '그린베레', 해군에선 네이비 실(Navy SEAL), 해병대는 특수정찰부대(Recon), 공군은 낙하산구조부대(Pararescuemen)에서 제대한 베테랑 가운데 추려서 뽑는다.

SOG가 가장 선호하는 요원 후보생은 델타포스와 네이비 실의 '팀 식스'(Team Six) 출신. 미국정부가 존재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최정예 특수부대다.

일단 SOG 요원으로 뽑히면 CIA의 비밀기지에서 또 다시 1년동안 최첨단 병기를 다루는 법 등 고강도 훈련을 받아야 한다.

SOG 요원들은 근무 중 사망해도 CIA 국장의 승인이 없는 한 신원이 절대 공개되지 않는다. 버지니아주의 CIA 본부건물에 있는 '추모의 벽'(Memorial Wall)에 이름과 사망날짜만 간략히 기술될 뿐이다.

2009년 현재 이 벽에 이름을 올린 CIA 요원은 모두 90명. 대부분 SOG 소속으로 추측된다. 국가의 특급기밀에 속하는 작전에 동원됐다가 숨진 요원은 이름도 없이 사망날짜만 실린다.

예전에는 반미국가들의 지도자 암살에 동원돼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이를 금지해 지금은 외국정부 전복작전에는 투입되지 않는다.

CIA엔 또 다른 비밀조직이 있다. 이른바 'NOC'(낙이라 발음됨)으로 알려진 비밀 첩보원이다. 이들도 SOG 요원처럼 신원이 공개되지 않는다.

외국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더라도 미국정부가 공식적으로 보호할 수 없다고 해서 'Non-Official Cover'라고 불리게 됐다.

미국 대사관에 파견돼 근무하고 있는 CIA 직원들은 외교관으로 위장해 활동을 하고 있어 발각돼도 추방에 그치지만 NOC는 다르다. 민간인 신분으로 정보수집이나 납치, 또는 암살 활동을 벌여 붙잡히면 면책특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고문을 받을 경우 자살하는 방법도 훈련과정에 포함돼 있다.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를 생각하면 된다.

NOC 요원들은 위장회사(front company)를 차려 활동을 하거나 심지어 성직자로 신분을 감추기도 한다. 옛 소련은 미국의 NOC를 체포하면 스파이 맞교환을 요구해 신원이 공개된 적도 있었다.

NOC요원은 CIA 내에서도 철저히 비밀에 쌓여 있다. 이들이 수집한 정보는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에서도 최고위급 인사들만이 열람할 수 있도록 접근이 제한돼 있다.

가장 최근 논란이 일어난 NOC는 '발레리 플레임'이다. 남편은 전직 대사인 조셉 윌슨.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보고서를 올린 장본인이다.

당시 딕 체니 부통령은 이 보고서를 묵살, 이라크 침공을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강력히 건의하자 윌슨은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해 정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체니의 비서실장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NOC 요원인 발레리 플레임의 신원을 언론에 흘려 파문이 일어나게 됐다.

NOC는 어떤 경우에도 신원을 밝힐 수 없도록 연방법에 규정돼 있다. 자칫 이름이 알려지면 생명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체니의 비서실장은 유죄 판결을 받아 실형을 살았다.

NOC 요원은 재직시 사망해도 '추모의 벽'에 이름없이 순직 날짜만 새겨진다.

박현일 기자, uk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