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서울을 떠날 땐 서울을 둘러싼 산들은 벌거숭의 산이요. 새벽 공기는 오물 냄새로 코를 틀어막게 하였으며 판자촌 동네 아낙네들이 아침 일찍부터 모여 앉아 밤사이에 일어났던 동네 이웃들의 흉보는 일에 분산을 떨었고 연탄재를 뿌려 되어 쓰레기 동산을 이루게 되던 그런 형편이었습니다.

동네 아랫마을에 공동수도에 끝없이 줄서 겨우 물 한통 받아 지게로 물을 져 날라야 아침밥을 해 먹을 수 있었고 겨울엔 행주가 꽁꽁 얼어붙어 뜨거운 물에 녹여 그릇을 닦았고 그 물행주는 아마 오늘날 세균 검사를 한다면 박테리아 천지였을 것입니다. 아침 저녁 어르신네들을 만나면 인사가 진지 잡수셨습니까? 하던 보릿고개가 있었고 공짜라면 양재 물도 마실 수 있었던 가난한 시대였기에 그 당시 미국 간다면 천당 가는 것보다 더 좋아하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약 30년 하고 몇 해가 더 지난 지금의 서울은 세계 어느 나라 도시보다 더 아름답고 발전된 모습을 바라보며 은근히 민족적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인천 국제공항서부터 이민국과 세관을 통과하는 과정도 세계적 수준으로 친절하고 간편하며, 교통편도 서울 시내를 들어오는 리무진 시스템이 그렇게 잘 되었을 수가 없습니다. 과연 세계 올림픽 유치와 월드컵축구대회에 4강의 신화를 이룰 만한 민족적 탁월함을 자랑할만 했습니다.

특히 서울 강남에 발을 내딛었을 때 서울의 변모된 모습을 한눈에 볼 수가 있었습니다. 옷차림서부터 밝고 맑은 표정들, 그리고 바쁘게 일터로 뛰는 모습은 근면하고 활발한 삶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서울 방문시 강남 지역에 살던 딸자식이 인천국제도시 송도로 이사를 했기에 송도에서 약 1주일을 머물렀습니다.

정말 깜작 놀라운 사실은 세계 어느나라 도시에도 이런 아름다운 도시는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잘 정돈된 깨끗한 도시였습니다. 웅장한 건물들, 세련된 아파트 촌, 깨끗한 도로변, 국제학교들이 있어 공원에는 유치원생들로부터 영어권 사용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미국 교포들이 모여 사는 곳처럼 영어 선생님들이 많이 보였고 모두가 미래 글로벌 시대를 대비한 국제적 도시로 탈바꿈하여 갯벌 위에 세워진 민족의 혼이 담긴 듯 자부심이 뿌듯했습니다.

하늘 위를 나는 것 같은 인천대교가 인천 송도와 영종도를 가로지르는 모습은 장엄함 마저 느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보였습니다. 이게 선진국가로 가는 지름길을 막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고민을 하게 합니다. 한국의 어느 신문을 보니 “추석선물 거품포장 300만원 과태료”란 기사였습니다. 결국 한국인에게는 한 가지 피할 수 없는 약점이 포장을 너무 잘하는 포장문화가 국민들 저변에 깔려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부 당국에서 주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단속하겠다는 기사였고 주류, 식품, 화장품, 건강보조품, 선물세트, 달걀, 메추리알, 식료품 등이 단속대상이고 포장횟수나 부피, 포장 재질 등 조사해서 규정 위반할 경우 환경부에서는 300만원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기사였습니다. 포장만 잘하면 된다는 것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정신입니다. 겉모습은 번지르하나 내용은 없다는 것이 문제 아닙니까? 이 문제는 정치하는 선량들이 모인 국회서부터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세계적 명성이 난 싸움박질 잘하는 대한민국의 국회는, 난동, 멱살잡기, 문을 두들겨 부셔버리는 저질 인격자들이 하는 짓이 그대로 지금도 난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만나도 속사람이 아름다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속사람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고 외형만 모두가 번지르하고 진실, 정직, 사랑, 용서, 이해, 등은 아직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겉은 모두 인류 신사들입니다. 옷차림도 모두가 넥타이를 메고 신발은 빛이 번쩍입니다. 자동차도 외제를 안타면 알아주는 자가 없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들어가면 안내원들이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국민적으로 해결해야 할 점이 무엇인가를 직시하며 포장 문화가 사라지고 내용이 충실한 대한민국을 건설했으면 합니다. 이것이 민족적, 시대적 사명이라 믿고 우리 피차가 고쳐야 할 고질병이라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21세기에 선진대열에 서서 세계 1등 국가를 건설하게 될 것입니다. 워싱턴 공항에 발을 내딛으며 맑은 공기, 우거진 숲 사이에 나즈막한 아파트 들을 지나면서 한인타운 샤핑몰에서 청바지를 입은 체 비닐봉지를 들고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는 순수한 모습들이 워싱턴을 바라보는 눈이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