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일 드리는 예배당의 의자가 모두 사라진 것을 상상해 보라. 점잖은 옷을 입고 예배당에 앉아 곱게 찬송가를 드는 대신 바닥에 앉아 판소리 찬양과 교독문을 읽고,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하고 활짝 웃는 대신, 몸을 부대끼고 깔깔 웃으며 ‘강강수월래’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혹자는 그런 예배가 정말 있을까 질문할 지 모르지만, 여기 “있다”.

4일(화) 예배에 대한 선입견을 벗고 틀에 박힌 형식 탈피를 외치는 제 12회 한인예배와 음악 컨퍼런스(콜롬비아신학대학원 한미목회연구소(소장 허정갑 목사) 주최) 현장에는 흥겨운 마당 놀이 한판이 벌어졌다. 바로 마당예배를 소개하는 김승남 목사의 강의 시간이었다. 국악과 민요가 어우러진 예배라면 생소하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번 마당예배는 달랐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10대 아이들, 외국인들 조차 몸을 움직이고 부대끼며 하는 마당예배가 색다르면서도 연대감과 가족의식을 느끼게 해 줬다는 반응이다.

구수한 노래 가락에 맞춰 예배를 인도하는 김승남 목사가 “강강수월~래”를 외치면 손을 잡고 발 장단을 맞추던 참석자들도 “강강수월~래”를 구수하게 외쳐댄다. 또 모든 남자 어른들이 허리를 숙이고 한 줄을 만들면 조그만 아이가 등 위를 징검다리처럼 건너간다. 서로 손을 잡고 빙빙 돌며 몸을 부대끼는 민속놀이 마당에 어느새 한 가족이 된다.

9년 째 컨퍼런스를 통해 마당예배를 소개한 김승남 목사는 “마당예배의 포인트는 화해다. 말씀을 듣고 예배를 드리지만 서로간의 교제나 말씀이 삶으로 승화되지 못했다면, 이 마당예배를 통해 하나님과 삶으로 소통하는 시간이다”면서 “놀이를 통해 사람들을 세워주고, 몸을 부대끼면서 삶 속에 계신 하나님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한인 1세보다 2세나 1.5세가 더 좋아한다. 아무래도 그들 안에 흐르는 한국적 정서를 이 마당예배를 통해 재발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위) 마당예배를 드리는 컨퍼런스 참석자들. (아래) 손을 잡고 발장단을 맞추며 강강수월래를 하고 있는 참석자들.
콜롬비아신학대학원 한미목회연구소 허정갑 목사는 “Pray와 Play의 경계선에 있는 예배라고 할 수 있겠다. 자녀들이 사이 좋게 지낼 때 부모가 가장 기쁘듯이 예배를 통해 성도들 모두 한 가족 공동체의 모습으로 하나님께 나아간다”고 설명하면서 “언어가 아닌 몸짓으로 표현하니까 눌려있던 감정들이 놀이로 표출되면서 1세나 2세나 차별 없이 모두들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반응도 ‘색다르면서 조금 어색했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시도가 좋았다’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예배라 마음이 쉽게 열린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참석한 김봉현 목사(윌밍톤한인장로교회)는 “설교 대신 성경말씀을 우리 가락에 맞춰 흥겹게 읽으니까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러나 아직 생소한 부분이 있어서 교회에 도입한다면 성도들이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답했다.

켄터키 주에서 온 한명성 목사(루이빌한인장로교회)는 “지난 번 컨퍼런스에서 진행한 마당예배에도 참석했었다. 예전에 참석했을 때는 국악이 예배에 도입됐다는 것이 어색해 잘 몰랐는 데, 이번에는 춤과 놀이가 있어서 훨씬 흥겹고 즐거웠다. 교회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시도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에 유난히 눈에 띄었던 2명의 외국인은 PCUSA 소속 예배 연구실에서 나온 데이빗 캠브럴 목사와 미시간 주 칼빈대학교에서 참석한 폴 라이언 목사였다. 데이빗 캠브럴 목사는 “이번이 예배컨퍼런스에 3번째 참석한 것”이라며 “올 때마다 예배를 바라보는 시각이 열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폴 라이언 목사는 “마당예배를 드리면서 마치 아이가 된 것 같았다. 하나로 묶어지는 듯한 연대감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컨퍼런스에는 남대서양미국장로교(KPCA)와 애틀랜타한인장로교협의회(AKPC, 회장 김삼영 목사)가 저녁식사를 준비해 섬기는 등 지역교회의 협력 또한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