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중심이 되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모임’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동의한다. 하지만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전부는 아니다. 신약학자 오스카 쿨만(Oscar Cullman)에 의하면,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한 부분”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하나님의 백성’은 물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포함하고 있다’는 쿨만의 말은 옳은 지적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나라는 교회라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계 그리고 인간과 세계를 포함한 보이는 영역을 포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성장은 분명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지만, 하나님 나라의 나머지 영역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및 종교에서의 하나님의 임하심을 배제 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브함 카이퍼의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통치가 미치지 않는 영역이 세상 가운데 한 치도 없다”는 선언은 옳은 지적이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 교회, 기업, 학교, 예술, 과학 등 모든 영역이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성서 한국이라는 우리의 주장도 동일한 맥락에 있다. 많은 사람은 국내 전도의 완성이 ‘성서 한국’의 완성은 아니라는 명제에 거의 일치된 견해를 가진다. 왜냐하면 모두가 그리스도인이 된다고 하여도 그것이 한 나라의 영성과 제도와 문물을 포함하는 하나님의 나라의 총체적 완성이라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 신앙을 선택하는 것과 사회가 복음적으로 변화하는 것 사이에는 많은 간격이 존재한다. 어거스틴의 신국론은 이 점을 배경으로 쓰여지고 있다. 서기 410년, 기독교 국가였던 로마는 고트족의 공격에 의하여 함락된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교회에 헌신된 처녀들이 성적으로 유린당하여 자살에 이렀다. 교회는 세속적 지식인들에게 공격과 책임 추궁을 받았고, 세속적 시민은 로마의 함락이 로마가 오랫동안 섬기던 신을 버리고 기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거스틴은 로마가 기독교 국가였지만, 모든 영역이 기독교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어거스틴은 그의 기념비적 저서 “신국론”을 통해 로마의 도덕적 타락이 로마 함락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교로 기독교를 신봉하고 있었던 나라 안에도 여러 이교적인 문화와 복음에 일치하지 않는 타락상이 그대로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숙제는 우리의 심령과 삶, 그리고 교회와 우리의 사회에 기도와 묵상, 사역으로부터 단절되어진 영역이 없는지를 심사숙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