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미래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게 되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정과 교회가 연합해 다음세대를 위한 기독교 교육의 상관관계를 인식하고 긴밀한 협력체제를 모색해보자는 주제로 마련된 '2009 남가주 교회학교 교사컨퍼런스(KASSCON 2009)'가 21일 나성영락교회 본당과 교육관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어권과 영어권으로 나눠 두 번의 주제강의와 선택강의로 오전과 오후 한차례씩 열렸다.

한어권 주제강의는 비올라와 탈봇신대원에서 기독교교육을 전공한 권준 목사(시애틀형제교회)가 강사로 나서 일선 교사가 목자의 마음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기독교교육을 전공한 초창기, 관련 세미나 자리서 발언할 때면 야단치는 식이었던 권 목사였다. 하지만 결혼하고 실제 자녀를 낳아보니 자녀는 교과서대로 되지 않음을 경험했다. 그래서 이제는 교사들을 만나면 "얼마나 힘드시냐"로 자연스레 말문을 열게 된다고.

권 목사는 하지만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지만 교사만큼 결정적이지는 않다고 강조한다. "좋은 환경에 좋은 교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은 사람이다. 하나님의 손에 붙잡힌 한 명의 교사가 환경적 요인과는 상관없이 영적인 거목을 키울 수 있다"고 격려했다. 자신에게 맡겨진 소수의 아이일지라도, 늘 말썽을 피우고 희망이 없어 보인다 해도, 성령님이 강하게 이들의 마음을 터치하면 한순간 놀랍게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자는 말도 전했다.

그러면서 권 목사는 목동 다윗을 예로 들었다. "집안에서도 막내로 존재감 없던 그가 어떻게 기름부음을 받았나. 그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 했다. 이 마음은 바로 목자의 마음이다.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자신에게 맡겨진 양떼를 사자와 곰의 발톱에서 생명을 던져 지켜내는 이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공허하고 외로운 우리 자녀들을 보살펴주고 용기와 꿈을 심어주는 그런 목자, 하나님의 인격체로 보고 한 영혼을 향해 가슴앓이 하는 목자된 교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제강의와 함께 다양한 선택강의도 마련됐다.

본당 1층의 한 강의실. 문을 열자 동전이 짤랑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한가득이다. 박갑례 전도사는 어린이 사역만 30년째로 뉴올리온스연합감리교회 유아,유년부 교사로 섬기고 있다. '창의적인 성경 시각자료와 아이디어'를 제목으로 강의하기 위해 비행기로 날아왔다는 그는, 동전 두 개를 가지고 한 과부가 연보궤에 두 렙돈을 넣었다는 성경 말씀을 놓고 일선 교사들에게 시범보이는 중이었다.

▲아이들의 시선과 흥미를 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갑례 전도사.

아이들의 시선과 흥미를 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박 전도사는 "교사가 게으른 것은 죄"라고 말한다. 마켓을 돌아다니다 보면 헝겊 뭉치 같은 좋은 교육 재료를 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또한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질문하는 식으로 공과공부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강의실에서는 오상철 목사(이민신학연구소 소장)가 '교사의 영성과 전문성'을 제목으로 강의중이었다.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콩당콩당 뛰십니까?" 다소 소리가 작다 싶었는지 "정말 그렇습니까?" 재차 묻는다. "우리의 손으로 키운 아이가 자라 미국을 이끌 대통령이 되는 꿈을 꿔왔나요?" 도전적인 질문들이 계속 쏟아진다.

오상철 목사는 교사의 영성에서 전문성이 나온다고 정리한다. 먼저 영성이 있고 그것이 쌓이면 전문가가 된다는 것인데, 그가 말하는 영성은 다름아닌 아이를 향한 사랑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에 속지 말자. 안락한 환경에 속지 말고 교회에 꽁꽁 묶여 있지 말자. 교회 교사가 너무 되고 싶었던 무디는 아이를 교회로 데려오면 교사가 될 수 있다는 그 한마디에 시카고 다운타운으로 달려가 50여명을 전도해왔다. 이게 영성이다. 교사의 영성은 영혼 사랑이다. 말잘하는 그런 것이 될 수 없다."

▲교사의 영성은 바로 사랑이라 말하는 오상철 목사.
단지 영어를 한다는 이유로 교회학교 교사로 투입되는 게 비극이라는 그는 "가슴을 열어 보세요. 뛰어요?" 다시 묻는다. 그리곤 한국의 한 교회서 50년 이상을 주일학교 교사로 묵묵히 섬겼던 한 권사님과의 일화를 소개한다.

일명 '신촌할머니'. 오 목사가 전도사로 섬겼을 때다. 10년 가까이 교회학교를 섬겼던 터라 새로 옮긴 교회서도 나름 자신감이 있었다. 근데 한 권사님이 가르치는 공과반만 학생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궁금해 기웃기웃 이유를 알아보려 했지만 사실 별반 특이한 것도 없었다고. 그런데 어느날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권사님이 자신들을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 교회서 평생을 교사로 묵묵히 섬겼던 권사님은 어느새 할머니가 되었고 어느날 생신 축하연이 열렸다. 축하객들이 세운 차들로 비좁아질 대로 비좁아진 골목을 지나 겨우 찾아들어간 권사님 집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뜻하지도 않게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 새문안교회 고 김동익 목사와 다수의 국회의원 등을 만나게 된다. 모두가 권사님의 손을 거쳐간 제자였던 것이다.

아이를 보고 가슴이 뛰면 가르칠 자료가 눈에 들어오고 준비하게 된다는 것이 오 목사의 결론이었다.

학부모 대상의 선택강의도 진행됐다. 만남의교회 박성호 목사 사회로 간증자로 나온 김성수 목사 부부와 두 자녀가 그렇다. 김성수 목사 부부는 미국내 유대인 선교와 동원을 위해 활동중으로 특히 자신들의 두 자녀를 제자와 예배자, 그리고 동역자로 삼고 꾸준히 교육해온 경험들을 간증했다.

이 자리서 김 목사 부부는 "한번은 렌트비를 내지 못해 길거리로 쫓겨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도리어 엄마 아빠에게 다가와서는 말씀으로 위로해주는 것이 아닌가. 우리 아이들은 생각처럼 결코 그렇게 어리지 않다. 평소 하나님의 말씀, 사랑, 기도를 늘 가르쳐야 한다. 우리들의 자녀지만 하나님 입장에서는 천하보다 귀한 영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올해 6회째 열린 '남가주 교회학교 교사컨퍼런스'는 남가주 교육목사들의 모임인 '남가주한인교육사역자협의회(KAME)'가 격년으로 준비해오고 있다. 올해는 700여명이 사전 등록하는 등 호응을 보였다. 이번 컨퍼런스의 성과중 하나를 꼽는다면 강사로, 교사로, 학부모로 함께한 이들이 '교육'을 놓고 가정과 교회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했던 처음의 주제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님을 공감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한인교회의 교회교육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주제강의를 전하는 권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