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갑 교수
콜롬비아신학대학원에서 예배음악 교수를 맡고 있는 허정갑 교수의 예배탐방 이야기를 싣는다. 미국교회를 중심으로 예배의 모습을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전달하는 필자의 시각을 존중해 되도록 본문 그대로 싣는다. 시기상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탐방한 교회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예배 모습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자 편집을 최소한으로 했다. 아래 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한미목회연구소(www.webkam.org)에 있다. -편집자 주-

정인수목사의 리더십으로 성장한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는 미국장로교의 가장 큰 한인교회에 속한다. 정 목사는 4년 전『교회를 혁신하는 목회 리더십』이라는 변화를 주저하는 기성교회에서의 목회경험을 담은 책을 냈다. 책을 낸 후 3배 이상의 교회 성장을 이루어 내 3천여 명이 출석하는 교회의 영적 성장이 됐다. 그리고 다시 2008년『영혼을 혁신하는 목회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책을 두란노에서 냈다.

정 목사는 “어떤 추상적인 목회이론을 도출한 것이 아니라 피와 눈물과 발로 쓴, 검증된 목회이야기”라고 책을 소개한다. 왜 성도들은 변하지 않을까? 왜 어려움에 처하면 목회자는 감정의 먹구름 속에서 십자가를 보지 못하곤 할까? 그것은 말만 변했지 영혼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혼의 혁신을 통해 진정한 교회혁신의 리더로 갈수 있다고 말하는 정 목사는 “영혼을 변화하지 않고는 결코 변화의 리더십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변화의 시대에 하나님이 기뻐하실 교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 예배현장을 찾아보았다. 연합교회 예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차례 설교도 전한 바 있고 애틀랜타에 이주한 이후로 예배자로서 가족이 같이 등록하여 출석하는 모교회이다. 4번의 주일예배가 있는데 이 중 3부예배를 가게 되는 것은 아이들이 선택한 우리말 주일학교가 동시간에 제공되기 때문이다. 사실 전통적인 성가대가 있는 2부예배에 제일 많은 사람들이 출석하고 교회 지도자들과 어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와이프는 찬양팀이 이끄는 3부 예배를 지향하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맞출 수 있음을 감사하고 있다.

목사로서 신학교교수의 직책은 주일예배 시에 여러 교회를 다닐 수 있게 하여 주지만 그 가족은 같이 할 수 없기에 한 가족의 신앙생활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하기에 비록 주일예배만 출석하지만 나의 가족이 교인으로 생각하는 연합교회를 향하여 오랜만에 온 가족이 자동차에 몸을 실고 40여분의 드라이브를 하였다.

▲ⓒ연합장로교회
오늘도 3부예배에 임하니 찬양팀의 인도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이들은 좋은 음향도구와 최고의 시설 및 연주자로 구성되어 역동성 있는 리더십으로 순식간에 회중을 사로잡고 주님의 존귀를 찬양하게 하는 팀이다. 가장 감사한 것은 가사의 글자만 스크린에 띄우지 않고 단선율 악보를 보여주고 있음이다. 이는 찬송의 4마디를 2줄에 나누어서 계속 악보를 바꾸어가며 보여주는데 음악을 읽는 사람들에겐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음이다. 특별히 새 찬송을 소개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귀한 사역을 감당하는 찬양팀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은 생각이다. 좋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찬양팀의 가장 큰 취약점은 바로 회중의 소리가 들리지 않음에 있다. 성가대와 찬양팀의 사명은 무엇인가? 바로 회중의 찬양을 돕기 위한 것이다. 회중의 찬양을 대신 하거나 그들의 목소리를 덮어 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겠다. 점점 커지는 찬양팀의 소리에 옆 사람의 소리는 고사하고 내 목소리도 들리질 않으니 찬송이 주는 상징적 요소인 온 회중이 연합하여 한 목소리로 찬양함이 아닌 확성된 찬양팀의 소리에 이끌린 만들어진 소리에 따라가는 수동적 예배자가 됨을 경험한다.

그나마 잘 아는 찬송에는 힘이 실리지만 그렇지 않은 새로운 곡에는 따라가기를 아예 포기하고 가만히 듣기만 하는 여러 회중을 발견한다. 그러다 보니 인도자는 계속하여 요구의 강도를 더욱 높여간다. 두 손을 드세요… 영광의 박수를… 일어나서 찬양합시다… 사람들과 인사를 시키며 적어도 4사람과 하라는 등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 과연 회중의 자율성을 위한 장기적인 준비와 교육을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 소리의 웅장함에 파묻혀 심취해 있는 사람들과 아예 목소리를 잃고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들의 엇갈린 박자와 얼굴에서 무엇인가 변화가 있어야만 모두 한 마음으로 찬양에 임할 수 있음을 감지한다. 사실 800석 본당 전체에 깔려있는 카펫이 치명적이긴 하다. 회중의 소리는 죽어있고 인도자의 소리만 확성된 공간의 구조가 예배의 구조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천장과 스며드는 자연채광의 12각으로 건축된 아름다운 성전의 자연스러운 음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못함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서울 명성교회와 온누리교회 모델의 중간모습을 띄고 있는 연합교회 예배는 목회자와 교인의 관계는 분명한 듯 보이나 중간에 위치한 평신도 지도자들의 참여는 분명치 않음을 보게 된다. 찬양이 마지막 20분에 이르러서는 정 목사가 직접 단에 올라가 찬양인도자가 되어 찬양 사이사이에 멘트를 던지며 회중을 이끌어간다. 찬양팀에 대한 담임목사의 확고한 의지와 예배를 이끄는 담임목사의 카리스마가 확인되는 시간이다.

찬양이 끝남과 함께 대표기도자가 단 위에 올라서서 기도를 드린다. 감사의 기도를 시작으로, 경제의 어려움, 자녀들을 위하여, 질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의 회복, 연합교회와 교역자들을 위하여, 말씀을 위하여, 그리고 찬양을 위하여 기도를 마친 후에 정 목사의 환영의 인사 및 광고의 시간이 이어진다.

여기서도 사회자의 멘트에 따라하도록 하는 즉흥적인 요청이 계속 이어지는데 이는 회중들로 하여금 어색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공동체의 역사적 인사가 아닌 한 개인의 주관적 요구가 나의 것으로 받아드려지기에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되풀이되는 반복의 훈련이 요구되는데 매 주 바뀌는 멘트의 방법론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중요성이 약화됨을 본다. 그러나 다음 주 3,000명 전교인의 추수감사 식사준비를 위한 광고내용은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모두 4번 같은 설교를 하는 오늘의 말씀은 아프리카 선교보고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못된 짓을 하던 강신무당에서 목회자로 변화한 어느 케냐인의 이야기, 그리고 끊임없이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난 주 방문한 이디오피아 및 케냐선교지를 통하여 새로운 도전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아픔만 보는 눈을 돌려 더 절실히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아프리카의 가난을 볼 수 있도록 설교자는 호소하고 있다.

▲ⓒ연합장로교회
설교를 비롯하여 예배시간 내내 그 자리에 앉아있거나 서 있을 수밖에 없는 회중의 모습에서 이들이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고 서로의 존재를 기뻐할 수 있는 참여의 방법들이 절심함을 깨닫는다. 대형 강의실(단지 학교와 달리 예배에서는 찬송과 헌금이 드려짐)과 같은 우리 예배실의 모습에서 오늘 설교의 주제인 피선교지인 아프리카 교회를 생각하여 보았다. 시설과 자료가 형편없이 부족하기만한 그곳에서의 예배는 온 회중이 몸으로 그리고 활동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는가? 그들의 열정이 우리가 더 배워야 할 참예배자의 절대적인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복음의 인생은 불평하지 않고 감사하는 삶의 모습이라고 정 목사는 설교한다. 우리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잊고 경제의 어려움속에 상대적인 빈곤감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설교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설교에서 서로 나누라는 하나님 말씀의 모습과 같이 예배의 모습도 서로 나눔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찬양 또한 연주자의 독무대가 아닌 회중과 함께하는 모습이 될 수는 없는가? 회중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배려하고 격려하며 같이 만들어가는 모습은 무엇일까?

설교후 헌신과 결단의 기도로 초청하며 은혜의 찬송으로 이어지면서 예배가 끝나고 있다. 그러나 회중이 기도할 수 있게 하는 찬양이 없었음이 아쉽게 남아있다. 강한 리듬과 소리로 귀를 때리는 역동성은 있었지만 가슴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찬양팀의 고백적인 모습이 아쉽다. 인도자들의 대화적인 리더십이 예배하는 모습을 통하여 반영되길 바랄 뿐이다.

전체적으로 선교의 비전을 세워주는 아름다운 예배의 모습이었다. 은혜가 넘치는 시간이었다. 아쉬운 것은 아프리카 선교지에 우리가 주는 것만 있지 않고 그들에게서 배워 온 그들의 찬양을 함께 불러보면서 하나 된 그리스도인의 고백을 함께 하여봄이 어떠할까? 선교현장의 사진만이 아닌 그들의 찬양소리를 듣고 싶다.

연합교회에는 매 주 반복되는 찬송, 문구, 내용들이 있다. “주님 다시오실때까지” 마지막 찬송을 비롯한 예배인도자들이 예배 때마다 확인하고픈 연합교회만의 정서가 있을 것이다. 과연 회중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그 초청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는지 여러 가지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론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엔 2부예배 혹은 영어예배에 참석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