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넘어 이 시대 어른으로 일생을 예수 그리스도에 몸바쳐 온 김수환 추기경은 16일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내어놓는 사랑을 실천했다.

198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성체대회 때 장기기증을 약속했던 김 추기경의 뜻에 따라, 그의 선종 뒤에 오후 7시 20분경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았다. 이로써 두 사람에게 새로운 빛을 선물할 수 있다고 장례위원회 허영섭 신부는 밝혔다.

김 추기경은 2, 3일 전부터 찾아오는 수녀들에게 “난 너무 사랑을 받았다”는 말씀을 전하며 주변사람들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무척 많이 하셨다고 허 신부는 밝혔다.

지난해 노환으로 입원한 직후 매일 건강이 조금씩 악화되었던 김 추기경은, 지난해 10월 경 호흡곤란을 겪다가 회복되어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미사에도 참석하는 등 건강을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갑자기 폐렴 증세가 있은 직후 16일 오후 급격히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 김 추기경의 임종에는 정진경 추기경과 교구청 신부들, 김수환 추기경 비서신부와 수녀들이 자리를 지켰다.

갑자기 악화된 병세로 하루종일 의사를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고인은, 마지막 순간에 유언은 없었으나 임종 10분 전까지 의식이 또렷했다. 또 “고통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괜찮다는 의사를 전하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다고 허 신부는 밝혔다.

천주교 측은 16일 오후 8시 30분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허영섭 신부는 “김 추기경은 항상 큰 어른으로 빛과 소망이 되어 주셨다. 가톨릭 뿐 아니라 모든 한국인들에게 평화의 사도로 하나님께 받은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셨다”고 했다.

이어 허 신부는 “특히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추기경님의 존재만으로 큰 위안이 되었다”며 “마지막까지 세상을 향해 외치신 메시지는 인간을 향한 사랑과 그리스도의 평화와 화해였다. 추기경님이 평소 바라셨던 데로 이 땅의 평화와 정의가 실현되도록 애도해주고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