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위해 순교각오로 삭발, 특별법 제정할 것”(이광선 목사)
“삭발보다 금식을, 종교자유 위해 목숨을 걸겠다”(엄신형 목사)

“20주년 사업은 대역사, 2월에 시작하면 시간 부족”(엄신형 목사)
“혼자 일하는 시대 지나, 아우르는 능력 내가 낫다”(이광선 목사)

토론 직후 손을 맞잡았지만 신경전은 여전히 치열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기호 1번 이광선 목사와 기호 2번 엄신형 목사가 다시 한 번 만났다. 지난 기자회견에 이어 양병희 목사(영안교회)의 사회로 23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는 한기총 당면 과제 등 구체적 부분부터 기독교의 대사회적 역할 등의 주제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패널로는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 월간목회 발행인 박종구 목사가 참여했다.

모두발언에서 이광선 목사는 20주년사업, 작은교회 살리기, 사학육성특별법, 북한인권 등을 핵심과제로 강조했다. 이에 반에 엄신형 목사는 20주년 사업에 전반적인 초점을 맞췄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 위상을 새롭게 해야 한다”며 “회기 동안 상임위원 활성화, 행정의 전산화를 통해 영적 도덕적 힘으로 20주년 기념사업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교회 살리기를 위한 운동에 매진해 작은 교단 목회자들의 은급비를 계획해 수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기자회견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학육성특별법 제정을 다시 한 번 강조했으며 NCCK와의 연합을 통해 건전한 정부 비판과 북한 지원과 인권 향상에 힘쓸 것을 주장했다.

반면 엄 목사는 “20주년 기념사업을 두고 뜨거운 사명감이 생겨 결실을 맺어야겠다는 마음에 출마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미 실행위원을 통해 결의한 20주년 사업이 대단히 방대하다”며 “한기총을 반석 위에 세우고 10년을 내다보고 대역사를 세워나가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20주년 사업’과 ‘대표회장 자격’ 두고 공방 계속

주제토론 시간이 이어지자 양 후보의 양보 없는 설전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20주년 사업이 핵심이었다.

엄신형 목사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20주년 사업은 2, 3년은 준비해야 하는 대역사”라며 “2월에 취임해 11월이 되면 다시 선거에 돌입하게 된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연임의 장점을 내세웠다.

이에 이광선 목사는 “이제라도 20주년 대역사를 위해 다시 기도해 보는 것이 어떠신가”라며 정면으로 받았다. 그는 “한기총의 모든 구성원은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대표 혼자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내가 엄 후보보다 전체 교단을 아우를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있다. 훨씬 능력도 있다. 큰 교단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기총 당면 과제와 관련된 주제를 두고도 공방은 장시간 진행됐다. 엄 목사는 “1천2백만 성도와 한국사회를 끌어안기 위해선 제도, 조직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230여 지역과 연대를 강화하고 인재가 발굴되면 누구든지 들어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세워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엄 목사의 발언에 이광선 목사의 “지난 1년간 한기총에서 하신 것을 보면 제도 개선에 앞서 이미 제대로 된 시스템 활용도 못하는 맹점이 발견됐다”고 지적에 나섰다. 그는 “지도자가 충분히 조직을 활용치 못했기 때문”이라며 “무리한 시스템은 일의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이에 엄 목사는 “그렇게 말씀하신 이 목사님은 맡은 분야에 참여나 하신 적이 있느냐”고 맞받아쳤다. 그는 “방대한 조직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가동 못하는 이유는 무급직이기 때문”이라며 “한기총 업무가 너무 많아 지금대로는 감당을 못해 상근직을 세우고 전문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기총이 한 일이 없다고 하지만 한국교회의 밤에 오셔서 영상은 보셨느냐”고 응수했다.

엄 목사의 말에 얼마 후 이 목사의 대응은 또다시 이어졌다. 그는 “영상을 봤지만 그런 일은 이제 교단과 개교회에 맡기고 한기총은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SBS 사태 때 동참해 피를 토하는 설교도 전했는데 아무 것도 안했다니 대단히 섭섭하다”고 농담 섞인 말을 전하며 “사학법 사태 때 일주일마다 순교의 각오로 삭발했다. 엄 목사는 삭발도 안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에 엄 목사는 “머리 깎는다고 목숨을 잃지 않는다. 금식이 진짜 순교의 각오다”라며 “사학법 사태 때 저는 금식도 많이 했다. SBS 설교 잘해주셨지만 다음에 SBS 사옥 앞에서 데모하려 했더니 전혀 안 보이시더라”고 맞섰다.

엄신형 목사 “WEA 등과의 협조 강화로 세계 속 위상 정립”
이광선 목사 “NCCK 회장과는 뜻이 잘 맞아 연합사업 유리”

이날 정책토론회에선 국가 정체성 혼란에 대한 한기총의 대처와 세계 기독교계에서의 한기총 위상 정립, NCCK와의 협력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국가 위기에 대한 한기총의 역할에 대해 이광선 목사는 “정부가 헌법대로 나라를 이끌어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 체제, 시장경제의 원리를 따라 가면 정체성은 회복될 것”이라며 “국가가 헌법에 철저히 따르도록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엄신형 목사는 “어떠한 법을 만드냐도 중요하다”며 “성경에 위배된다면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 신앙에 위배되는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NCCK의 관계 설정에 대해 이 목사는 사안마다 의견이 달라도 하나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특히 현 NCCK이 회장이 같은 교단 소속인 김삼환 목사인 것을 강조해 “한기총 대표가 된다면 NCCK 회장과 뜻이 맞아 잘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신형 목사는 협력이라는 대전제 속에 서로 다른 성향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두고 이해와 협력을 강조했다.

세계교회 속 한기총 위상 정립에 대해 엄 목사는 세계복음주의연맹(WEA) 및 일본복음동맹(JEA)과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두 단체를 포함해 이미 해외 복음주의 단체들과 업무협약을 맺었기에, 이를 적극 활용하고 공조해 한기총을 중심으로 기독교 UN 같은 기구를 만들어 전세계 복음 전파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선 목사는 “한국교회가 파송한 2, 3만 해외 선교사들의 신학적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며 “국제적인 복음주의 협회 등과의 교류를 통해 선교사 재교육에 힘써 영향력을 증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