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워렌 목사가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있는 종교지도자에 선정됐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넷판은 28일 종교를 현실 정치에 적용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세계 5대 종교지도자를 선정해 소개했다.

이중에서도 릭 워렌 목사를 첫번째로 손꼽은 잡지는 복음주의의 새로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그가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립 지키면서도 타협할 수 없는 문제에는 확고

잡지는 특히 워렌 목사가 언제나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도 낙태나 동성결혼, 안락사 등 ‘타협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전통적으로 자유주의적 이슈들로 간주돼 왔던 빈곤, 환경, 에이즈 등의 문제들을 강조하는 자신의 중도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보수 세력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올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워렌 목사는 실제로 지난 2004년 대선에서 정치적 중립을 고수했지만, 도덕적 이슈들에 대한 지지를 통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당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이외에도 올해 대선을 앞두고 지난 8월 존 매케인과 버락 오바마 두 후보를 초청해 개최한 새들백교회 시민포럼을 워렌 목사의 정치적 영향력을 입증하는 대표적 예로 든 잡지는, 올해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워렌 목사는 ‘정기적으로 백악관을 드나들게 될 인물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잡지는 미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목회자의 등장은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라며, 빌리 그래함 목사의 경우 아이젠하워 정부 때부터 현재의 부시 정부에까지 대통령의 조언자 역할을 해 왔다고 밝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아키놀라 성공회 대주교 등도 꼽혀

워렌 목사 외에도 잡지는 기독교 지도자 중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피터 아키놀라 나이지리아 성공회 대주교를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있는 종교지도자에 꼽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 취임하기 전 추기경 시절부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 왔으며, 2004년 미 대선 때는 가톨릭교인이면서 낙태를 지지하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낙선을 일부 이끌었다고 잡지는 전했다. 당시 교황은 미국 주교들에게 낙태에 찬성하는 가톨릭교인과는 소통하지 말 것을 주문했는데, 이는 가톨릭교인들의 투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이어 피터 아키놀라 대주교는 동성애 반대로 세계적인 문화전쟁의 중심에 서게 된 인물이라고 잡지는 소개했다. 미국을 비롯해 최근 성공회는 대체로 동성애를 용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그는 동성애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의 보수 지지자들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이들 3명의 기독교 지도자를 제외한 나머지 5대 지도자로는 이슬람 지도자인 알리 알-시스타니와 유대교 지도자인 이스라엘의 오바디아 요세프가 선정됐다.

알리 알-시스타니는 이라크 시아파의 정신적 지도자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최고의 영향력있는 지도자로 부상했다. 이라크와 이란에서 수백만의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현재 15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오바디아 요세프는 유대교 랍비이자 극우 유대교 정당인 샤스당의 정신적 지도자로, 그가 이끌고 있는 샤스당은 의석이 12석에 불과하지만 이스라엘의 정치 지형상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잡지는 전했다.